반도체로 버텼는데···수요 둔화에 미국 경기 우려까지, 한국경제 ‘빨간불’ 켜지나

박상영 기자 2024. 9. 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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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역작업으로 분주한 부산항. 연합뉴스.

내수 둔화에도 반도체가 떠받쳤던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D램 수요 둔화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고점을 찍고 조만간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다.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우리은행이 펴낸 보고서 ‘반도체 경기 정점 통과 및 경기침체 논쟁’을 보면 코스피 반도체 업종 주가는 연중 고점 대비 30.3% 하락했다. 이는 연중 고점 대비 코스피 평균 주가 하락 폭(10.7%)을 크게 웃돈 규모로, 27개 업종 중 반도체 주가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최근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반도체 기업 주식을 집중 매도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반도체 수출도 조만간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씨티·HSBC·노무라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미국·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으로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 주요 품목 가격이 떨어지고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 투자은행은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공급 확대 등으로 향후 가격 상승세가 제한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반도체 업황 현황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도 150을 기록했다. 기준치인 100을 웃돌지만, 전월 수준이 174였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6월 185까지 올랐던 반도체 업황 전망 PSI 역시 7월 167에서 8월 158, 9월 156으로 하락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에 비해 아직까진 수출이 호조세를 보인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8.8% 증가한 118억8000만 달러로,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1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달에도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8.8%(지난 10일 기준) 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업황 PSI

관건은 향후 미국 경기의 향방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 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에 나섰는데도 기대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못할 경우, 실물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불확실성은 커질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관세로 인한 물가 부담 증가 등으로 소비 둔화 폭이 커지고 금리 인하도 지연될 수 있다”며 “거시경제 전반의 성장세 둔화는 기업 매출과 이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는 탄탄한 수출 실적에 하반기 들어 내수가 반등하면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소매 판매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경제동향 9월호’를 통해 “건설투자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고려하면 당분간 건설투자와 관련 고용도 부진을 지속하면서 내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내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지만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리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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