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방문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다시 마주하는 거부권 정국

윤석열 대통령이 2박4일 간의 체코 방문 일정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 앞에는 ‘김건희 특검법’ 등 여론이 주시하고 있는 까다로운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 2박 4일 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귀국한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는 어떻게 거부권 정국을 유리하게 끌어가느냐다. 더불어민주당 등 일부 야당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체코로 출국하는 날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채 상병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했다. 대통령실은 ‘정쟁용이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용’ 특검법 처리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기정사실인 상황이다.

문제는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 여기에 맞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국민이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과 함께 처리된 지역화폐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24번째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된다. 이미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된 상태다.

24일로 예정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도 윤 대통령으로선 부담스러운 자리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한 차례 연기한 뒤 비한동훈계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 대표 배제설이 나온 상태다. 특히 만찬 연기가 의·정 갈등 해법에 대한 입장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나 의·정 갈등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거나, 윤·한 갈등이 완화됐다는 걸 보여주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으로선 앞으로 정국 운영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여당 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의 차별화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 사이에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는 게 정무적으로는 좀 부담이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민주당의 의도가 명확해 이탈표까지는 없겠지만, 김 여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직후인 지금은 의원들의 힘이 가장 강할 때”라며 “다음 총선 때 있지도 않을 대통령 부부를 위해 희생할 의원들은 없다. 108명을 잘 지키기 위해선 윤 대통령의 양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