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견디지 못한 20대 청년의 죽음은 ‘산재’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2일 고(故) 전영진씨 유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9일 영진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심의한 후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영진씨 죽음의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앞서 1·2심 법원도 영진씨를 괴롭힌 직장 상사 A씨에 대한 형사사건 재판에서 ‘A씨의 범행이 영진씨의 사망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21년 8월 강원도 내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 취직한 영진씨는 A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끝에 지난해 5월 23일 생을 마감했다.
이후 영진씨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형 영호씨는 동생의 휴대전화에 녹음돼 있던 음성 파일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의 흔적을 발견했다.
영진씨의 휴대전화에는 “○○○○ 같은 ○○ 진짜 확 죽여벌라. 내일 아침부터 함 맞아보자. 이 거지 같은 ○○아”, “죄송하면 다야 이 ○○○아”, “맨날 맞고 시작할래 아침부터?”,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열두대야”라는 등의 A씨 폭언이 녹음돼 있었다. 사망 4~5일 전 “너 지금 내가 ○○ 열 받는 거 지금 겨우겨우 꾹꾹 참고 있는데 진짜 눈 돌아가면 다, 니네 어미·아비고 다 쫓아가 죽일 거야. 내일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 이 ○○○아, 알았어?”, “너 전화 한 번만 더 하면 죽일 거야”라는 욕설을 들은 영진씨는 세상을 등졌다.
가해자 A씨는 지난해 3∼5월 영진씨에게 전화로 86회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폭언을 일삼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네 차례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영진씨의 유족은 A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유족들은 “지속적인 괴롭힘과 협박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동생이 죽었는데, 아직도 잘못한 게 없다는 듯이 책임을 동생에게 돌리고 있다”며 “동생 사건이 본보기가 돼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는 관련 법이 더 강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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