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스리랑카 대선, 좌파 성향 야당 당수 1위 굳힐까
국가부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스리랑카 대선에서 좌파 성향 야당 대표가 초반 개표에서 우위를 점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실시된 제9대 대통령 선거 개표를 50%가량 진행한 상황에서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아누라 디사나야케 인민해방전선(JVP) 대표(55)가 39.44%를 득표해 선두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의 사지트 프레마다사 대표(57)가 34.06%로 그 뒤를 이었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현 대통령(75)은 17.55%를 얻어 3위에 그쳤다. 전날 투표에서 유권자 1700만여명 중 약 75%가 투표했다.
스리랑카 대선에서는 1위 후보가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하더라도 결선 투표를 치르지 않는다. 대신 표를 재집계한다. 투표 당시 유권자는 투표용지에서 선호하는 순서대로 후보 3명을 선택한다.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선관위는 1~2위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를 탈락시킨다. 이어 탈락한 후보를 1순위로 선택한 투표용지에서 2위나 3위 선호 후보 중 상위 1·2위 후보의 이름이 있으면 이를 1, 2위 후보의 득표에 합산해 당선인을 결정한다.
전날 스리랑카는 국가부도 선언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이번 대선은 경제 위기를 초래한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다. 모든 후보가 경제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코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국가부도를 선언한 후 국민들에 의해 축출돼 외국으로 도피했으며, 그가 임명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당시 총리가 그해 7월 헌법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돼 잔여 임기를 채웠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9억달러(약 4조원) 상당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을 확보하고 채무 재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면서 IMF의 요구에 따라 증세와 에너지 보조금 폐지 등 정책을 펼쳤다.
반면 디사나야케 대표와 프레마다사 대표는 IMF와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선이 유력해진 디사나야케 대표는 좌파 사회주의 성향 정치인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강력한 부패 방지 대책과 빈곤층에 친화적인 정책을 공약했다. 또한 자신을 변화의 상징으로 내세우며 집권 후 45일 내로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민해방전선은 현재 원내 3석을 찾고 있다. 그가 최종 당선되면 스리랑카 최초의 마르크스주의 성향 대통령이 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날 투표가 끝난 뒤 오후 1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국에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스리랑카 정부는 폭력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만일의 혼란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아직 패배를 인정한 후보는 없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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