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의 반란’에 제동 거는 넷플릭스…견제구 던지는 배경은?

조유빈 기자 2024. 9. 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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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KBO 시리즈·오리지널 콘텐츠 쥐고 ‘선방’
‘굳히기’ 시도하는 넷플릭스…韓 방송사·콘텐츠사에 빅딜 제안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티빙의 선택은 옳았다. 티빙은 9개월 연속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늘리면서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영원한 선두'로 여겨졌던 넷플릭스와의 격차까지 좁혔다. 스포츠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양손에 쥐고 달린 결과다.

현재 추진 중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현실화돼 콘텐츠가 대폭 확대되고 이용자가 늘어난다면, 티빙은 OTT 시장의 지각변동을 이끄는 중심 플레이어로 올라설 수 있다. 최근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 콘텐츠 수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 같은 '티빙의 반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견제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플랫폼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프로야구로 적시타 친 티빙…타 OTT는 고전

'넷플릭스 천하'였던 OTT 시장에서 티빙의 존재감이 묵직해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기준 티빙의 MAU는 783만 명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1121만 명)와의 격차도 역대 최소 수준까지 좁혔다. 쿠팡플레이가 685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고, 웨이브는 441만 명으로 나타났다. 디즈니플러스(디즈니+)의 MAU는 285만 명에 그쳤다. 수치보다 주목할 점은 상승세다. 올해 모든 OTT를 통틀어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인 플랫폼은 티빙뿐이었다.

'정체의 시간'을 마주한 OTT 시장에서 스포츠를 택한 티빙의 전략은 새로운 해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넷플릭스와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왓챠 등 주요 OTT의 총 MAU는 지난해 12월 3470만 명에서 올해 8월 기준 3371만 명으로 감소한 바 있다. 전반적으로 OTT 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시기는 대작의 부재와 맞물렸다. 지난해 8월 《무빙》 이후 큰 작품을 내놓지 못한 디즈니+는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 글로리》 이후 콘텐츠 흥행에서 연타석 홈런을 치지 못한 넷플릭스의 MAU는 최근 1년 사이 180만여 명 감소했다.

티빙의 한국프로야구(KBO) 중계 화면 ⓒ티빙 홈페이지 캡처

이 와중에 성장한 티빙의 최근 기세는 '스포츠'에서 나온다. 지난 3월 한국프로야구(KBO) 온라인 독점 중계권을 따낸 티빙은 국내 최대 인기 스포츠를 확보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대작의 자리를 스포츠라는 알짜 재료로 채우면서 지속적인 시청을 유도한 것이다. 특히 올해 프로야구가 역대급으로 흥행하고 있는 덕에, 이로 인한 가입자 증가 효과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콘텐츠 제작보다 리스크는 작지만 유입 효과는 보장된 스포츠 중계를 통해 새로운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

올해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적도 좋다. 오리지널 콘텐츠 《선재업고 튀어》는 화제성을 크게 견인하며 티빙의 '킬러 콘텐츠'로 부상했고, 프로야구와 함께 티빙의 성장세를 견인한 효자가 됐다. 《선재업고 튀어》 마지막 화 공개일에 티빙은 총 시청시간에서 최초로 넷플릭스를 넘어섰다.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이날 티빙의 시청시간은 250만 시간으로 나타났다. 흥행 드라마 tvN 《눈물의 여왕》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IP 예능 《환승연애》 등의 인기도 티빙에 힘을 보탰다.

티빙의 성장세를 견인한 오리지널 콘텐츠 《선재업고 튀어》,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tvN 제공

티빙-웨이브 합병 '주춤'…콘텐츠 독점 여부에 쏠리는 눈

티빙의 두 번째 스텝은 '합병'이다. 지난해 12월 티빙과 웨이브의 최대주주인 CJ ENM과 SK스퀘어는 양사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토종 OTT끼리 힘을 합쳐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에 대응한다는 취지였다. 프로야구와 예능, CJ 계열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티빙과 지상파 3사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지닌 웨이브의 연합이 성사되면 평균 1000만 명 이상의 MAU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규모의 경제'를 가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티빙-웨이브 연합군은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티빙-웨이브 합병 시 채널이 거의 겹치지 않기 때문에 1100만 명의 MAU 유지가 전망된다"며 "합병 법인이 출범하면 가입자는 그대로 유지되고 경쟁을 위해 투자하던 외부 콘텐츠 유치 비용이 줄어들며, 중복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양사 합병의 과정은 쉽지 않다. 양사 합병 비율과 웨이브 전환사채(CB) 상환 분담 등에서 이견이 발생하면서다. 2019년 11월,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2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웨이브는 오는 11월까지 전환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합병 회사에서 전환사채를 상당 부분 상환하는 데는 합의했으나, 그 비중 등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을 파고든 넷플릭스는 티빙과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사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웨이브와 지상파 3사의 콘텐츠 계약 만료를 앞두고, 방송사의 독점 콘텐츠를 기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주겠다며 유리한 콘텐츠 공급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빙이 10월 개막하는 프로농구 방송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락인 효과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이에 대항해 이용자 수를 확보할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12월 공개될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통해 성적을 만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남은 시간을 활성화 상태로 유지할 콘텐츠가 필요하다. 특히 올해 티빙의 성적을 통해 꾸준히 이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한국 작품들의 필요성에 주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웨이브의 경우 지상파 3사의 인기 콘텐츠를 단독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거의 유일한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드라마를 선호하는 고연령대는 OTT 플랫폼 중에서는 웨이브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웨이브 이용자들을 그대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티빙-웨이브의 합병 법인에만 콘텐츠를 독점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과, 제작사의 수익 다각화를 위해 타 OTT에도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웨이브 합병이 지지부진해지는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콘텐츠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상파 3사가 웨이브의 주요 주주이니만큼 웨이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안은 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당장의 수익에 영향이 있겠지만, 토종 콘텐츠가 토종 OTT의 차별화 포인트인 상황에서, 계약 연장을 통해 인기 콘텐츠를 합병 OTT에만 공급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자가 된 스포츠…OTT가 '생중계'에 나서는 이유는

만들어진 콘텐츠를 재생하는 개념이었던 OTT 플랫폼이 '라이브'를 택했다. 실시간 경기 상황이 중요한 '스포츠'를 중계하면서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곧 OTT 플랫폼의 경쟁력이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장면이다.

특히 티빙은 KBO 온라인 중계권을 독점으로 따내면서 상승세를 탔다. 티빙이 프로야구를 품기 위해 쓴 돈은 3년간 1350억원. 막대한 금액으로 보이지만 일명 '대작'으로 불리는 콘텐츠들에 투입하는 수백억원과 크게 차이 나는 액수는 아니다. 프로야구 중계는 기존 팬덤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일단 흥행을 보장한다. 경기시간이 길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 시청시간을 훌쩍 넘기는 데다, 리그가 끝날 때까지 장기적으로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OTT 시장에 나중에 합류한 쿠팡플레이는 축구를 시작으로 스포츠 팬덤을 확보하면서 호성적을 썼다. 한국프로축구(K리그) 경기 생중계뿐 아니라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1, 독일 분데스리가 등 해외 축구 리그를 독점으로 생중계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2025~26 시즌부터 영국 프로축구리그(EPL) 독점 중계를 시작하게 되면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도 OTT 플랫폼들이 스포츠 중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스포츠가 OTT의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TV플러스는 10년간의 미국 프로축구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고, 피콕은 미국 프로풋볼 와일드카드 경기 독점 중계권, EPL 중계권도 손에 쥐었다. 디즈니와 폭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ESPN과 손잡고 아예 스포츠 중심의 스트리밍 플랫폼 '베누'를 선보이기로 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MLB 월드시리즈를 비롯해 테니스 4대 그랜드슬램 등 전 세계 스포츠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월 43달러(약 5만8000원)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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