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위기 인텔···“퀄컴이 인수 타진”

노도현 기자 2024. 9. 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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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이 50여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몰리며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처지가 됐다. 실제로 거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스마트폰·인공지능(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추락한 인텔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이 최근 인텔에 인수를 타진했다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가 주력인 퀄컴에게 인텔 인수는 PC와 서버용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AI 반도체 시장에서 이익을 꾀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그늘에 가려진 상황이다.

양사가 뜻을 모은다고 해도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 같은 대규모 거래는 경쟁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퀄컴이 인텔의 특정 사업 부분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인텔 기업가치가 900억달러(약 120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 기술기업 인수합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퀄컴과 인텔의 대화는 초기 단계이고, 퀄컴이 인텔에 공식적인 제안을 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퀄컴 인수설’ 배경에는 인텔의 처참한 실적 부진이 있다. 지난 2분기 인텔은 16억달러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후 100억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 감축이 포함됐다. 적자에 시달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를 분사하고, 독일·폴란드 공장 건설도 중단하기로 했다. FPGA(프로그래밍 가능한 반도체) 자회사 알테라 지분 일부도 매각한다.

인텔의 위기는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1968년 설립된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중앙처리장치(CPU) 시장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PC 시장에 안주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 중심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강점을 보이던 CPU에서조차 경쟁업체 AMD의 추격에 경쟁력이 떨어졌다. AI가 불러올 변화를 포착하지 못한 채 AI 반도체 시장 대응에도 뒤처져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2021년 기술 전문가인 팻 겔싱어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후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미국 내 반도체 연구와 제조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반도체법을 통해 수십억 달러 지원금을 확보하며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차세대 파운드리 1.8나노(18A) 공정에 주목하고 있다. 인텔의 계획대로라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나 삼성전자보다 일찍 1나노대에 진입하게 된다. 번스타인 리서치 애널리스트 스테이시 라스곤은 “인텔의 미래는 차세대 칩 제조 기술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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