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과 기준금리 정상화, 증시에 긍정적
9월 16~17일 중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년 이상 유지되던 5.25%~5.5% 범위의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나타내는 점도표 역시 지난 회의보다 크게 하향됐다. 올해 말 5% 수준이었던 전망치는 4.5% 이하로 내려갔고,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도 3.5% 이하로 내다봤다. 유럽 주요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들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선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마저 인하에 나섰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금리 인하는 결국 성장과 물가의 조합이 과거보다 크게 정상화됐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 공급과 그 결과로서 나타난 고물가가, 중립금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의 금리와 총수요 증가세의 둔화로 정상화되기 시작했고, 통화 당국이 물가 안정을 확신하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다. 실제로 최근 데이터를 보면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모두 2%대로 떨어졌고, 국제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안정된 모습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시점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다. 특히 미국에서는 2001년 이후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경기침체 시기가 일치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증시에서도 금리 인하에 따른 단기적 상승 후 큰 폭의 주가 하락 추세나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이유로든 기준금리 인하 폭이 커지면서, 미국 연준이 시장이 알지 못하는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각종 경제 데이터를 보면, 미국 경제가 가까운 시일 내에 침체에 진입하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7~8월 연속 기준선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 7월 중 4.3% 수준까지 올랐던 실업률 및 10만건을 하회했던 신규 고용 등 우려할 만한 지표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선으로 인해 보수화된 기업 활동과 이민자들의 고용시장 참여, 허리케인 베릴 등 일시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소비와 산업생산지표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호조세를 보여 미국 경제의 건실함을 입증했다. 또한 2%까지 낮아졌던 미국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 역시 최근 3%로 올랐다. 즉, 이번에 연준이 0.5%포인트로 인하를 시작한 것은 급격한 침체 우려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파월 의장도 밝혔듯 다소 늦은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2000년대 이후 큰 폭의 기준금리를 인하를 촉발했던 금융시스템 불안도 관찰되지 않는다. 작년 초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와 상업부동산 금융 부실화에 따른 우려가 나타났었지만, 금융당국에 의해 빠르게 진압됐고, 이후에는 단기 자금시장 금리와 신용 스프레드가 안정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무디스 신용평가 기준 Baa 기업과 같은 만기 국채금리 차이는 1.7% 내외로 2001년과 2007년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3~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부채의 부실화가 금융시스템을 흔들고 경기침체로 이어졌던 시기와 지금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연착륙도 착륙인 만큼 향후 경기 확장의 속도는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물가가 내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는 고금리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는 안정된 물가와 이를 반영한 기준금리 정상화는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각자 고유의 이유로 글로벌 금리 인하에 동참하지 않는 국가들과 달리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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