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 대신 엘리아스, 그때 그 선택 옳았다… SSG 가을 본능 깨운 야수의 포효

김태우 기자 2024. 9.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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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수원 kt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빅게임 피처의 진면모를 보여준 로에니스 엘리아스 ⓒSSG랜더스
▲ 엘리아스는 가을야구를 향한 중요한 길목에서 투지가 느껴지는 공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SSG는 7월 초 KBO리그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선택을 해야 했다.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했던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의 복귀가 다가오면서 엘리아스 혹은 엘리아스의 부상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시라카와 케이쇼(23)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구단 내부에서 격론이 오갔다.

타자와 투수들의 의견이 달랐고, 코칭스태프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투표를 해보니 말 그대로 표가 반으로 나뉘었다. 최종 결정권자인 이숭용 SSG 감독이 생각할 시간을 더 달라고 했을 정도다. 당시 투구 내용은 시라카와도 나쁘지 않았고, 어린 선수라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팬들도 정이 들은 시라카와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SSG의 선택은 엘리아스였다.

당장의 성적이 아닌, 후반기에 어떤 선수가 더 도움이 될지를 놓고 고민했다. SSG는 부상에서 돌아와 체력적인 여유가 있고, 여기에 던지는 클래스는 확실한 엘리아스가 후반기에 더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시라카와를 선택하면 외국인 교체 카드를 모두 쓰는 셈이었다. 엘리아스를 택하면 만약 부진해도 한 번 더 교체 카드를 쓸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그렇게 엘리아스가 생존했다.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 선택은 옳았다. ‘낯설음이 사라진’ 시라카와의 투구 내용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두산 이적 후 성적은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7경기에 나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한 차례에 불과했다. 결국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아웃됐다. 풀타임을 소화해보지 못한 시라카와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있었는데 SSG가 고려했던 시나리오는 모두 현실화된 셈이다.

시라카와의 투구 내용과 별개로 엘리아스가 잘 던져야 이 선택은 완벽하게 들어맞을 수 있었다. 복귀 이후 아쉬운 경기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잘 던진 기억이 더 많다. 7월에는 100%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8월 이후로는 비교적 순항이다. 8월 5경기에서 세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한 경기는 5이닝 2실점 투구였다. 9월에도 네 번의 등판에서 세 차례나 퀄리티스타르를 따내며 선발진을 지탱하고 있다.

경험이 많은 투수고, 언제 힘을 쏟아야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아는 투수다. 성실하기도 하다. 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항상 전력투구한다. 지난해 SSG가 정규시즌 3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엘리아스의 어마어마한 이닝이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해도 시즌 막판 힘을 쥐어 짜내고 있다. 36세의 투수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파이팅이 넘친다. 9월 1일 NC전과 8일 롯데전에서 모두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진 엘리아스는 21일 수원 kt전에서 7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을 구해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6위 SSG와 5위 kt의 경기차는 1.5경기였다. SSG로서는 21일과 22일 수원에서 열리는 맞대결을 모두 잡아야 포스트시즌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엘리아스는 중책을 맡았고, 지난해 이맘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3회 1실점하기는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기백의 피칭을 보여줬다. 6회, 7회 위기를 막고는 포효하며 더그아웃 분위기까지 살렸다. 7회 위기를 넘긴 엘리아스는 야수와 같은 포효를 선보였고, 3루 더그아웃은 만세를 부르며 호응했다.

▲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엘리아스는 또 한 번의 가을야구를 조준하고 있다 ⓒSSG랜더스

‘트랙맨’ 집계에 따르면 이날 엘리아스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3.9㎞가 나왔는데 이는 시즌 최고치였다. 이날 경기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후 이숭용 SSG 감독은 “엘리아스의 눈부신 호투가 큰 역할을 했다. 공격적인 투구와 위기 상황에서 삼진 능력을 보여주면서 맹활약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엘리아스는 경기 후 “가을야구를 가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경기 승리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KT에 좋은 타자들이 많아서 초반부터 모든 걸 쏟아냈고 집중했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최근 7회 마다 위기 상황이 많아서 아쉬웠었는데 마운드에 코치님이 올라와서 안정을 시켜주셨다. 그래서 위기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지난주 수요일부터 오늘 경기 선발로 먼저 정해주셔서 계획적으로 철저하게 경기를 준비했던 부분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위에 공을 돌렸다.

엘리아스는 적지 않은 나이와 잔부상이 많다는 단점 때문에 사실 내년 재계약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재계약과 별개로 시라카와 대신 자신을 선택한 SSG의 믿음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부응한다는 각오다. 엘리아스는 “남은 등판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팬들분들께 약속드리겠다. 앞으로도 가을 야구를 가기 위해 계속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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