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그리랬는데 진짜 그렸네…자하미술관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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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위에 관람객으로 찾아온 작가가 불쑥 그림을 그려 넣었다면 어떨까.
22일 서울 자하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던 원로 작가 주재환(84)의 개인전 '좀 살자'에 한국화가 박재철이 관람객으로 찾아왔다.
이후 강종권 자하미술관 관장은 주 작가를 찾아가 원래 작품과 박 작가의 실수가 더해진 작품을 함께 도록에 실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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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위에 관람객으로 찾아온 작가가 불쑥 그림을 그려 넣었다면 어떨까. 최근 이같은 일이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22일 서울 자하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던 원로 작가 주재환(84)의 개인전 '좀 살자'에 한국화가 박재철이 관람객으로 찾아왔다.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박 작가는 2층 전시장을 둘러보던 중 한 그림을 발견했다. 노란색으로 테두리를 칠하고 중간에 빈 캔버스를 남겨둔 이 그림에는 '그리고 싶은 그림을 이 캔버스에 그려 보이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 작가가 전시장을 찾은 날은 마침 전시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날인데도 아무도 빈 곳에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것을 본 박 작가는 볼펜을 꺼내 캔버스에 슥슥 자기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이름은 박재철'이라고 서명하고 날짜까지 적어넣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난 뒤 사진을 찍으려던 박 작가는 그때야 자신이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이 작품에 적힌 문구는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보이소'가 아니라 '그리고 싶은 아무 그림이나 이 캔버스에 마음으로 그려 보이소'였다. '마음으로'라는 문구를 자세히 보지 못했던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박 작가는 즉각 미술관 측에 자신의 실수를 알리고 사과했다. 이 일을 미술관으로부터 전해 들은 주재환 작가도 괜찮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일은 더 커지지 않고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강종권 자하미술관 관장은 주 작가를 찾아가 원래 작품과 박 작가의 실수가 더해진 작품을 함께 도록에 실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주 작가도 이에 흔쾌히 동의하면서 박 작가의 실수도 전시 도록에 실려 남게 됐다.
강종권 관장은 "나도 처음에 이 작품을 봤을 때 (박 작가처럼) 그렇게 이해해서 뭔가를 그려보고 싶었다"면서 "물감으로 덮는 방법도 있었지만 도록에 함께 실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니 주재환 작가가 빙긋이 웃으며 이해하셨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주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과 소통하려는 작품이 많은데 이번 일은 그런 소통 중에 예기치 못하게 생산된 또 하나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주재환은 40세이던 1980년 민중미술의 중심에 있었던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 창립전으로 데뷔한 작가다. 민중미술 작가로 분류되지만, 일상의 사물을 재활용해 사회 풍자와 비판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13일 끝난 자하미술관 개인전에는 신작 40여점 등 약 90점이 출품됐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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