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팬들도 내려놨던 1차 특급의 깜짝 반전… 마법은 없었다, 절박함이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확실한 성장세를 보였던 김기훈(24·KIA)은 제대 직후 매력적인 공을 펑펑 던지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시속 150㎞에 가까운 빠른 공을 시원스레 뿌리고 있었다. 캠프를 잘 치르면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연스레 모였다. 팬들의 기대가 큰 만큼 스스로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방황이 길었다.
2022년 제대 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김기훈은 2023년 개막 선발 로테이션을 두고 경쟁했다. 2019년 팀의 1차 지명을 받은 김기훈의 애당초 기대치가 ‘선발 투수’였던 만큼 스스로도 준비를 많이 했다. 하지만 그 경쟁에서 탈락한 이후 끝없는 내리막이 시작됐다. 제구는 흔들렸고, 공은 생각처럼 똑바로 나가지 않았다. 1군보다는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2023년 1군 29경기에 나갔지만 31⅓이닝에서 평균자책점 4.60에 그쳤다.
그 사이 팀은 이의리에 이어 윤영철이라는 또 하나의 좌완 선발 요원을 찾았고, 김기훈에 쏠렸던 스포트라이트는 야속하리만큼 빠르게 빛을 잃어갔다. 그 자리는 비판 혹은 비난이 자리했다. 올해는 아예 시선에서 사라지면서 하나의 특권이라고 할 만했던 기대치마저 상실하는 양상이었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2군 성적도 부진했다. 팀의 호성적 속에 김기훈의 이름을 찾는 이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어쩌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라며 팬들도 내려놓은 이름이었다.
답답한 시간이었다. 김기훈은 “지금 와서 나도 다시 생각을 해봤는데 그때는 어떻게 해도, 어떻게 안간힘을 써도 공이 안 가고 원하는 곳에 공이 안 던져질 것 같았다”고 담담하게 떠올렸다. 스트레스가 큰 시간이었다. 김기훈은 그 이유에 대해 “확실하게 나만의 그런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 잊어버렸던 것 같다. 좋았을 때 당시 나만의 방법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그냥 의욕만 앞서서 던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반성했다.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하기도 했다. 김기훈은 “의식을 안 한다고 해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자신의 것’을 잊어버리고, 또 잃어버린 김기훈의 시즌은 그렇게 바닥을 치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구단에서 하나의 전기를 마련해줬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트레드 애슬레틱으로 단기 유학을 보낸 것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찾는 유명 아카데미인 트레드 애슬레틱에서 뭔가 진단을 받고 변화의 계기를 찾길 바랐다. 사실 KIA도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를 바라본 장기적인 플랜이었다. 김기훈은 그렇게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일주일 동안 김기훈이 던지는 것을 그냥 지켜봤다. 김기훈은 “처음 일주일은 그냥 내가 던지던 대로 계속 던졌다. 그 일주일 동안 지켜보고 그 다음 주부터 ‘상체 부분이 많이 열리고 그래서 힘이 많이 분산된다’는 말을 하더라”고 설명했다. 사실 놀란 일이었다. 김기훈은 지금까지 영점을 잡기 위해 어깨를 최대한 닫아놓고 던지려고 했다. 김기훈은 “나도 그게 맞는 길인 줄 알고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의 시선은 달랐다. 오히려 너무 닫아놓고 던지려고 하니 몸이 열린다고 했다.
김기훈은 “막상 가보니 그렇게 하면 던지는 게 더 열린다고 하더라. (어깨를) 닫지 않고 오른팔을 그냥 방향성 그대로 일자로 포수 쪽으로 가게 해서 던지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해 보니까 전보다 좋은 공도 잘 나오는 것 같았다”면서 “마운드도 경사가 져 있는데 그 마운드 경사를 이용하지 못하고 어거지로 힘으로 던지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내가 힘을 분산시키면서 던진다고 말을 하더라”고 했다. 그렇게 지금의 폼으로 점차 바뀌어져 갔다. 김기훈과 코치는 끊임없이 소통했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폼을 다듬어갔다. 그리고 김기훈의 현재 폼이 완성됐다. 그 폼의 느낌이 가장 좋았다.
코치가 폼을 강요한 것도 아니었고, 김기훈이 고집을 부린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공을 가장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폼과 밸런스를 찾아간 결과였다. 공이 잘 가는 느낌을 받자 자신감도 생겼다. 그 과정에서 귀국했고, 1군 코칭스태프가 곧바로 김기훈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 결과는 지금 모두가 아는 성과다. 아직 선발이나 필승조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당장 2군에 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뚜렷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
제구가 살짝 흔들릴 때도 있지만 예전처럼 와르륵 무너지지는 않는다. 조금 고전하다가도 다시 밸런스를 찾는다. 그렇게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멀티이닝이 필요할 때 마운드에 올라 묵묵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김기훈은 “폼은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해 그냥 내 폼을 믿었다. 그리고 계속 타자와 싸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이제는 더 길게 보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만 본다. 미국에 다녀와서는 하루만 보고 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트레드 애슬레틱이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마법이 아닌 생존하려는 김기훈의 절박한 몸부림이 만들어 낸 성과였다.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적어도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2024년 성과의 뒷맛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지금도 트레드 애슬레틱의 어플을 통해 투구폼을 찍어 보내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참고 사항을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더 확실하게 자기 것을 만들려는 노력이다. 지금까지 그게 없었다고 생각한 김기훈은 더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하루가 짧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팬들도 다시 마음을 열었다. 김기훈의 반등을 기특하게 바라본다. 박수 소리도 커졌고, 기대치도 회복하고 있다. 아직 24세의 선수다. 병역도 해결했다. 이정표가 없어 고전했지만,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김기훈은 “항상 그 루틴을 충실하게 하려고 한다. 어차피 경기에 나가서 하는 건 나다. 다른 순간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한다. 경기에 나가면 그 한 타자가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하고 후회 없이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다짐했다. 간직할 것은 기억하고, 대신 잡생각은 버렸다. 머리가 정리된 김기훈의 경력이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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