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수파 정부 출범… 르펜이 ‘캐스팅보트’ 쥐었다

김태훈 2024. 9. 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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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7월 초 하원의원 총선거 이후 2개월여 만에 새 정부를 출범시켰다.

선거에선 좌파 연합이 승리했으나 내각은 우파 성향 총리를 비롯해 우파 및 중도 정치인들으로 채워졌다.

중도와 우파로 구성된 일종의 연립정부를 무너뜨리려면 193석을 지닌 NFP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되길 꿈꾸는 르펜으로선 극우에서 벗어나 우파 및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정부를 지나치게 흔들지 않는 '통 큰' 정치인의 면모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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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과반 확보 못해… 불신임 가능성
3당 RN 태도에 정부 존속 여부 달려

프랑스가 7월 초 하원의원 총선거 이후 2개월여 만에 새 정부를 출범시켰다. 선거에선 좌파 연합이 승리했으나 내각은 우파 성향 총리를 비롯해 우파 및 중도 정치인들으로 채워졌다. 이에 따라 원내 3당인 극우 세력이 정부 존속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제청한 내각 구성원들의 임명을 승인했다. 장 노엘 바로 외교부 장관, 앙투안 아르망 재무부 장관, 브뤼노 르타이오 내무부 장관 등이 새롭게 입각했고 세바스티앵 레코르뉘 국방부 장관은 유임됐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야당인 좌파 연합 NFP 당원들이 “마크롱 파면”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눈길을 끄는 것은 마크롱이 이끄는 집권 중도당과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우파 공화당이 주요 장관직을 나눠 가졌다는 점이다. 7월 총선의 결과 프랑스 하원은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193석으로 원내 1당이 되었다. 집권 여당인 중도당은 166석으로 2위에 그쳤고, 우파 공화당은 47석에 불과해 4당으로 밀려났다. 중도당과 공화당을 더해도 213석으로 총 577석인 하원의 과반 의석(289석 이상)에 한참 못 미친다.

프랑스 하원은 정부 불신임권을 갖는다. 의원 과반이 불신임안에 찬성하면 총리는 물러나야 하고 정부는 무너진다. 바르니에 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새 내각은 앞날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지극히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범한 것이다.

여기서 마크롱의 속셈을 읽을 수 있다. 중도와 우파로 구성된 일종의 연립정부를 무너뜨리려면 193석을 지닌 NFP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142석으로 원내 3당인 극우 성향 국민연합(RN)과 손을 잡아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낭트르에서 열린 친환경 관련 행사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상념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연합뉴스
RN 지도자 마린 르펜은 마크롱이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을 때 “일단 지켜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적어도 불신임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은연중 내비친 것이다. “선거는 우리가 이겼는데 원내 4당이 총리를 배출하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한 NFP의 태도와 대조적이다. NFP 의원들은 “선거를 도둑맞았다”며 하원 의사당 밖으로 뛰쳐나가 가두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마크롱이 총선 민심을 무시하고 왜곡한 데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소추도 불사할 태세다.

자연히 프랑스 언론에선 ‘RN이 정국의 키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르펜은 오는 2025년 7월 하원을 해산하고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지금 하원의 의석 분포로는 안정적인 정부 구성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뒤집어 말하면 앞으로 약 1년 동안에는 하원의 정부 불신임 추진에 동참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극우 정당 RN의 지도자 마린 르펜. 하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소수파 연립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원내 3당인 RN이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연합뉴스
르펜은 현재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마크롱의 임기는 오는 2027년 5월로 끝난다. 대통령이 되길 꿈꾸는 르펜으로선 극우에서 벗어나 우파 및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정부를 지나치게 흔들지 않는 ‘통 큰’ 정치인의 면모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바르니에 총리의 새 내각에 RN 소속 정치인은 없으나 RN을 배려한 흔적이 뚜렷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새 정부에서 내무부를 맡게 된 르타이오 장관이 대표적이다. 공화당 소속인 르타이오는 이민 문제와 관련해 ‘강경파’로 분류된다. RN의 핵심 정책 기조가 ‘반(反)이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RN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마크롱의 측근 일부는 르타이오의 등용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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