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곤돌라 막아선 케이블카 이중행보?…과거 서울시에 제안

김기훈 2024. 9. 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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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삭도 "운영권 달라" 2016년 곤돌라 투자안 제시…올 3월에도 타진
남산케이블카 '60년 독점' 깨질 위기…'공공성·경쟁 강조' 시와 충돌
남산곤돌라 조성안 [서울시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남산 케이블카 운영업체가 대체 교통수단이자 경쟁 관광상품인 곤돌라 공사를 중단하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가운데 과거엔 이 사업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돼 여러 추측이 나온다.

3월에도 곤돌라 운영을 제안했지만 무산되고 케이블카의 '60년 독점 체제'가 깨질 위기에 놓이자 송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2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운영사 한국삭도공업은 2016년 2월에 두차례, 4월에 한차례 시와 곤돌라 사업 면담을 진행했다.

남산 곤돌라 사업은 오세훈 시장 과거 재임 시절인 2009년과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6년에도 추진된 바 있다.

2016년 면담에서 한국삭도는 3가지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업 추진을 맡은 전직 공무원 A씨는 "한국삭도는 남산 케이블카를 곤돌라로 시설을 개선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국삭도가 민간투자 사업으로 곤돌라를 설치하고 일정 기간 운영 후 기부채납하는 방안, 곤돌라는 시가 설치하되 한국삭도가 일정 기간 운영에 참여하는 방안 등도 제시됐다.

[그래픽] 서울시 남산 곤돌라 사업구간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서울 명동역에서 남산 정상까지 5분이면 올라갈 수 있는 '남산곤돌라'가 2026년 봄 운행을 목표로 5일 착공했다. 시설이 완공되면 곤돌라 25대가 시간당 최대 1천600명을 태우고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의 하부승강장과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오간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하지만 시는 제안을 뿌리쳤다.

A씨는 "친환경 교통시설은 민투보다 재정 사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민투 사업은 제3자 공모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고, 특정 업체를 지정할 경우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또 남산 곤돌라 사업이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와 얽혀 무산돼 논의는 더 진척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가 지난해 재추진을 공식화하자 한국삭도 측은 올해 3월 비공식 루트를 통해 곤돌라 운영 의사를 거듭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는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서울시설공단에 운영을 맡겼다.

공단은 남산곤돌라인수단TF를 꾸려 준비작업에 나섰고 시는 5일 착공식을 열어 본격 착수했다.

남산 곤돌라는 25대의 곤돌라가 시간당 최대 1천600명을 태우고,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예장공원 하부승강장과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오간다. 내년 11월 준공이 목표로 2026년 봄부터 운행 예정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남산 케이블카의 60여년 독점 체제도 막을 내린다.

한국삭도 케이블카는 1961년 사업 허가 후 이듬해부터 사실상 '가족회사'로 운영 중이다.

사업 부지 40%가량이 국유지지만 이익 일부만 사용료로 내고 남산 관리나 환경 보전 등을 위한 공공기여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특히 2021년 남산 관광버스 진입 통제로 방문객이 몰려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다.

한국삭도가 공시한 지난해 매출은 약 195억원으로, 코로나 대유행과 버스 통제 이전인 2019년(136억원)보다 43%(59억원) 급증했다. 그러나 국유지 사용료는 1억원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남산 곤돌라 착공식 참석한 오세훈 시장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남산 곤돌라 탑승장 예정지에서 열린 곤돌라 착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9.5 scape@yna.co.kr

케이블카 독점 구도를 깨고 시설과 서비스 개선을 위해 경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수 끝에 곤돌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한국삭도는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남산숲지키기범시민연대, 동국대·숭의여대 학생 두 명도 동참했다.

소송대리인으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다.

시가 사업을 위해 대상지 용도를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한 절차가 위법하며 곤돌라가 인근 학교 학습권을 침해하고 환경 훼손 우려가 있다는 게 한국삭도 측 주장이다.

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고 시민 편의와 관광자원 차원에서 곤돌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삭도가 여러 차례 곤돌라 사업을 시도한 점에서 이번 소송이 모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결국 곤돌라 사업이 현실화하자 독점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한국삭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16년 면담 전에 서울시에 곤돌라 사업을 하겠다는 제안서를 낸 것은 맞다"라면서도 "2016년 면담에서는 서울시가 한국삭도에 먼저 민간투자를 제안했고, 나중에 재정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케이블카도 환경훼손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케이블카는 기왕에 만들어져서 운영 중이고, 추가로 곤돌라를 만들어 더는 환경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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