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이어지는 '여성' 화두…주목할 여성작가 전시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올해 국내 미술 전시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여성'이다.
상반기 호암미술관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 미술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열면서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 불교미술품 전시는 자주 있지만 불교미술에 재현된 여성상과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 등 여성을 주제로 내세운 전시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렸던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여성의 취미 정도로 취급받았던 자수(刺繡)를 현대 미술의 영역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로 크게 호평받았다.
하반기 전시에서도 여성이 두드러지는 전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내년 3월 5일까지 이어지는 '접속하는 몸 - 아시아 여성 미술가' 전은 아시아 11개국 주요 여성 미술가들의 1960년대 이후 작품 160여 점을 통해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여성 작가들에 주목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서소문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전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은 천 화백과 함께 동시대 여성 작가 22명을 함께 조명한다.
서소문본관에서는 여성주의 작가 김인순(83)의 작품을 통해 한국 여성미술의 궤적을 살피는 '일어서는 삶' 전도 열리고 있다. 김인순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현실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생명을 창조하는 여성의 힘과 건강한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표현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0년 기증한 본인의 작품 96점과 1980~1990년대 여성미술 운동을 벌였던 여성미술연구회, 그림패 둥지, 노동미술위원회 등이 함께 제작한 걸개그림 10점 중 대표작 20점과 아카이브 150여 점으로 구성됐다.
'여와 남'(1987), '엄마의 대지'(1994)를 비롯해 '땅에는 천의 여성이'(2004), '태몽' 시리즈를 비롯해 그림패 둥지(1987∼1989)가 공동 창작한 걸개그림 2점 등이 나왔다. 김인순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무료 관람.
광주에 있는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여성 작가 오를랑은 자기 몸을 재료로 쓰는 작가다. 원래 이름 대신 프랑스어에서 여성형, 남성형도 아닌 '오를랑'(ORLAN)이라는 작가명을 쓰는 작가는 1990년대 부분마취 상태로 자신의 성형 수술 장면을 생중계했던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자기 얼굴을 모나리자, 비너스 등 미술사나 고전 신화 속 전형적인 여성상으로 수술하는 일련의 퍼포먼스로 사회적 미(美)의 기준을 비판한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 포토몽타주, 홀로그램 작업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5일까지. 무료 관람.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는 독일 작가 로즈마리 트로켈의 개인전이 10월 27일까지 열린다. 1980년대 작가 활동을 시작한 트로켈은 남성이 주도하는 사회와 미술계를 경험하고 남성 중심적인 기존 미술계를 교란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에서는 마르틴 키펜베르거, 바버라 크루거, 게오르그 바젤리츠, 신디 셔먼 등 동료 작가들의 머리카락을 기증받아 만든 붓 56개로 만든 '그림 그리는 기계'와 이 기계를 사용해 그린 그림, 여성 예술에서 주로 쓰이던 값싼 양모를 소재로 한 '편물 회화', 요리용 철판을 벽에 붙여 추상 작품처럼 표현한 '핫 플레이트'와 다양한 드로잉을 볼 수 있다. 유료 관람.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갤러리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조앤 조나스(88)는 비디오 아트와 퍼포먼스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량한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해변에서 바람에 맞서는 퍼포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1961년작 무성 흑백 퍼포먼스 영상 '바람'(Wind), 최근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회고전에 소개된 설치작품 '바이 어 스레드 인 더 윈드'(By a Thread in the Wind. 2024)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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