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38만명? 직원들 학력 낮아" 손사래 친 회사…중국 실상 보니
배달원 "사람 몰리며 배달단가 반토막, 양질 일자리 아냐"…
매년 1000만명 넘는 대졸자 나오며 청년실업 사회 문제로
중국 최대 배달앱인 메이투안(美團)에 줄잡아 750만명이 배달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들 중 대학 이상 졸업자가 38만명에 달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메이투안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중국 내에선 중국 경제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반응이 나온다.
2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왕싱 메이투안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추석 연휴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 서신을 통해 "최근 3년간 매년 5000명 이상의 신입직원을 채용했으며, 내년엔 6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메이투안 플랫폼을 통해 수입을 올린 배달원이 745만명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배달원은 신입직원과는 별도로 집계된다.
메이투안은 또 메이투안연구소를 통해 "대학 졸업자 30만명, 대학원 졸업자 8만명이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직원들의 학력이 알려진 것에 비해 낮다고 해명한 셈이다.
메이투안은 중국의 대표적인 배달앱으로 새벽과 심야를 가리지 않는 배달천국 중국의 상징이다. 중국 최대이니 당연히 세계 최대다. 메이투안 앱은 현 시점에 운영하고 있는 상점을 거리순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고객이 주문하면 메이투안 플랫폼에 등록돼 있는 배달기사를 자동으로 연결해준다. 상점은 물건을 팔고 배달기사는 배달수수료를 먹는 구조다.
메이투안은 그러나 중국 청년실업의 상징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 실제 중국 대도시의 주요 거리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맹추위가 몰아치거나 무더위 속에서도 오토바이에 걸터앉아 배달 콜을 기다리며 눈을 붙이거나 끼니를 때우는 젊은 메이투안 배달원들을 일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대졸 30만, 대학원졸 8만명설이 급격하게 확산되며 중국의 사회문제화 한 배경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강하게 의식하는 듯하다. 지난 1월 국영 신규취업형태연구센터는 '블루칼라 집단 고용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배달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6803위안(약 128만원)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 6043위안(약 114만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배달업이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라는 설명인데, 중국인들은 코웃음을 친다.
광둥성에서 일하는 메이투안 배달원 A씨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2019년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배송단가가 건당 5~6위안(약 1100원) 정도였고 3km 이상 거리는 10위안(약 1900원) 정도였는데, 배달원 숫자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3km 초과 주문 단가가 4.5위안(약 800원)으로 반토막 났다"며 "여름철 고온보조금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청년실업은 알려진 대로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역대 최다인 약 1200만명의 대졸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매년 1000만명 이상의 새 학사학위 소지자가 사회로 쏟아져나온다. 그러나 경기 부진으로 이들을 받아줄 양질의 일자리는 급감하는 중이다. 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공개한 지난해 6월 시점 청년실업률은 무려 21.3%였다.
대졸자뿐 아니다. A씨는 "내가 만난 배달원 중에 교사와 공무원, 군인, 요리사 출신도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휴직이나 실직 상태에서 당장 돈을 벌기 위해 배달을 하러 나온 경우였다"며 "언론에선 젊은이들이 공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서, 또는 근무시간이 자유로워서 배달업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배달원에 몰리는 청년층을 보는 중국 사회의 시선은 불안하다. 한 네티즌은 중국 최대 온라인 플랫폼 바이두의 관련 콘텐츠에 "메이투안을 포함해 1~2위 플랫폼에서만 1000만명 넘는 라이더가 일하고 있는데, 이들의 월수입은 3000위안(약 55만원)을 넘지 못하며 사회보장제도나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고 의견을 달았다.
실제 이달 초 항저우에서는 오토바이 위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던 배달원이 갑자기 떨어져 사망하는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다른 배달원은 오토바이 위에 누운 채로 그대로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동네의 배달왕으로 유명한 배달원이었는데, 하루 평균 40건을 배달하던 그의 월수입은 1만위안(약 190만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엔 공원 울타리를 밟고 지나가던 한 청년 배달원을 공원 경비원이 심각하게 질책하는 일도 있었다. 줄줄이 예정된 배달을 수행하지 못할까 우려한 배달원은 공원 경비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해당 사건은 중국 사회에 공분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다. 한 네티즌은 해당 사건을 전한 기사에 "알고리즘이 사람을 죽이는 시대"라고 자조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 머니투데이
- 함소원 "진화와 이혼한 것 맞다"…헤어진 후에도 '동거'하는 이유는 - 머니투데이
-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 머니투데이
-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 머니투데이
- 김종민, 드디어 장가 가나 "내년 결혼 생각…여친은 사업하는 대표님" - 머니투데이
- 로또 1등 당첨자 안타까운 근황…"아내·처형 때문에 16억 아파트 날려" - 머니투데이
- '故송재림과 열애설' 김소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추모글 보니 - 머니투데이
- 웃으며 들어간 이재명, 중형에 '멍'…'입 꾹 다문 채' 법원 떠났다 - 머니투데이
- "돈으로 학생 겁박"…난장판 된 동덕여대, '54억' 피해금은 누가 - 머니투데이
- "여 BJ 녹음은 사적대화, 난 당당"…8억 뜯긴 김준수, 마약에 선긋기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