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원하모니 "공연으로 저희를 판단해 줬으면 좋겠어요"[EN:터뷰]
데뷔 때부터 선보인 세계관 속 '공허함' 느끼는 히어로 그려
동명의 타이틀곡으로는 처음으로 라틴 장르 도전
인탁-종섭이 작사·작곡 참여한 첫 유닛 곡 'WASP' 포함 7곡 수록
두 번째 월드 투어 '유토피아'와 페스티벌 등으로 공연 경험 차근히 쌓는 중
서 보고 싶은 무대는 스피어·서울월드컵경기장
데뷔 때부터 무대로 호평받았던 그룹 피원하모니(P1Harmony)는 지난해 첫 번째 라이브 투어 '플러스테이지 : 피오니어'(P1ustage H : P1ONEER)로 전 세계 39개 도시를 돌았다. 그해 연말 열린 '2023 아이하트라디오 징글볼'(2023 iHeartRadio Jingle Ball) 투어에 참여했고, 올해 4월 시작한 두 번째 월드 투어 '플러스테이지 에이치 : 유토피아'(P1ustage H : UTOP1A)로는 북미를 비롯해 마카오·오클랜드·멜버른·시드니 등을 방문했다. "재미있게" 무대 하는 것을 즐기고, 관객과의 호흡을 중시해 "같이 놀 수 있는 공연"을 지향하는 피원하모니는 공연장 크기를 키워가며 무대에 서고 있다.
2020년 데뷔한 후 4년여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 '때깔'(Killin' It)을 내고 두 번째 투어까지 마친 피원하모니가 7개월 만에 컴백했다. 일곱 번째 미니앨범 '새드 송'(SAD SONG) 공개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을 만났다. '피원에이치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라는 영화를 통해 일찍부터 세계관을 펼친 피원하모니는 이번에 '히어로(영웅)의 공허함'을 주제로 앨범을 구상했다.
미니 7집 '새드 송'은 전작 '때깔' 활동 당시부터 준비했다. 인탁은 "중점을 둔 포인트는 '세상을 지키고 나서의 외로움'이었다. 그걸 많이 풀어내려고 신경을 써 봤다. 제가 더 중점 둔 부분은, '진짜 내가 히어로였으면 어떤 마음을 느꼈을까?' 하는 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사람들을) 아끼고 지키고 싶어서 구해냈는데 결국 나를 까먹고… 결국 내게 남는 건 뭐지? 눈물, 분노 같은 감정을 가사 한줄 한줄에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가수로서 황인탁이 아니라 피원하모니 인탁으로서의 감정을 최대한 가사 한줄 한줄로 담고자 했다"라고 부연했다. 기호는 "너무 딥해질 수도 있어서 메인 포인트인 '히어로'를 조금 더 재밌게, 판타지스럽게,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려고 했다"라고 거들었다.
'새드 송'에 관해 종섭은 "제 한계를 계속 시험해 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저번 앨범을 많이 사랑해 주셨는데 내가 얼마나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고 대중분들께 딱 꽂힐 수 있는 라인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했다. 정규 바로 다음 앨범이다 보니까 살짝 부담감도 있어서 더 꼼꼼하게 더 많은 버전 만들었고, 작업적인, 창작적인 면에서 발전하고 고민해 나가는 게 있는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슬픈 노래라는 뜻의 '새드 송'. 막상 들어보면 리듬은 빠르고 분위기는 신난다. 독특하게 흘러가는 라틴 리듬이 특징인 힙합 장르 곡으로 경쾌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피아노 리프 위 피원하모니의 목소리가 잘 어우러졌다. 지웅, 인탁, 종섭이 작사에 참여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어려웠던 곡을 묻자 멤버들은 '새드 송'을 꼽았다. 종섭은 "저번 '때깔'에서 사랑받았던 스타일이나 랩 하는 성향 등을 그대로 가져가야 할지 고민을 잠깐 했지만, 창작자로서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가장 오래 걸리기도 하고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인탁은 "굉장히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가사나 라인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을 담아내는 게 1차적으로 어려웠다. 두 번째는 라틴이라는 곡 장르다. 전에 했던 힙합과는 다르고, BPM도 되게 빠르고, 베이스 나오는 데(구간)도 다르다 보니 장르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움이 확실히 있구나 느꼈다. 가장 많은 고민을 한 곡"이라고 밝혔다.
수록곡 7곡 작사에 전부 참여한 인탁과 종섭은 데뷔 후 처음으로 유닛 곡을 작업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 멤버들이 유독 자작곡 참여를 많이 했다"라고 운을 뗀 종섭은 "단체곡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 제가 고민하던 중 테오 형이 꼭 랩 유닛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유닛 곡을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종섭은 "첫 유닛 곡이다 보니까 메이킹은 수월했지만 비트 수정한다거나 믹싱을 어떻게 한다거나 우리가 원하는 질감을 찾는 데도 오래 걸렸고, 프로듀서, 디렉터분들과 소통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처음에 구성하면서 원했던 질감, 뭐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건 확실했다"라며 "청취자분들께서도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WASP'에서 집중한 부분을 두고, 종섭은 "베이스라인이 굉장히 강하게 들어오다 보니까 비트적으로는 베이스라인을 메인으로 끌어가는 게 중요했다. 또 인탁이 형이랑 저랑 랩 스타일이 되게 다르고 곡 해석하는 방향, 벌스(verse) 자체를 디자인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1절, 2절에 저랑 (인탁이) 이렇게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네?' 하는 것도 집중할 만한 부분 같다"라고 소개했다.
피원하모니는 전작 '때깔'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2주 연속 진입했고,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 '톱 앨범 데뷔 미국' 차트(2월 9~11일)에서 10위에 안착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KBS2 '뮤직뱅크'에서 첫 1위 트로피 주인공이 됐다.
이번 '새드 송'으로 얻고 싶은 성과를 묻자, 지웅은 "저희가 정규 1집 때 첫 1위를 했는데 이번에도 1위를 한 번 더, 한 번뿐만이 아니라 두세 번 서너 번 많이 하고 싶다. '이 친구들 나오면 1위 할 정도의 실력과 포텐셜(잠재력)이 있는 친구구나' 하는 이미지를 확립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라고 답했다.
기호는 국내 팬들을 더 자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국내에 있는 저희 팬 여러분에게 좀 더 (저희를) 많이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워낙 저희가 투어를 많이 나가다 보니까, 행사나 음악방송, 팬 이벤트 등을 통해 팬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피원하모니는 단독 투어를 두 차례 진행하는 한편, 데뷔 첫 일본 제프 투어를 마쳤다. '징글볼 투어' 및 '더 거버넌스 볼 뮤직 페스티벌 2024' 등 해외 페스티벌에도 참석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피원하모니는 '여러 경험의 기회'가 있었기에 무대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여전히 '놀랍다'라고 고백했다.
종섭은 "무대가 좋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던 것도, (저희가) 투어를 정말 많이 돌기도 했고 페스티벌도 하면서 어떤 곡으로 관객분들에게 다가가고 어떻게 호응을 끌어내야 하고, 어떤 부분을 볼 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오 형이 공연 참여를 많이 한다. 공연팀 미팅도 하면서 무대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라며 "워낙 다들 욕심이 많아서 무대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도 많고 연구하고 서로 열심히 하다 보니 자극도 받고 빠르게 발전할 계기가 있다"라고 답했다.
기호는 "이런 (무대) 칭찬을 받았을 때 저희도 감사하면서도 되게 놀랍다. 본인 작업물을 보고 가장 험하게 평가하듯 늘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그래도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더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다"라면서도 "오케이, 그럼 우리는 더 열심히 해서 더 성장한 걸 보여주자 하는 계기가 됐다. 계속해서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서 성장할 예정"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상반기를 꽉 채워 해외 공연을 하고 온 소감은 어떨까. 지웅은 "감사하게도 미국에서 아레나급 무대에 섰다. 작년 징글볼 페스티벌에 나갔을 때 기아 포럼에서 했다. 그땐 다른 아티스트분들도 함께하는 페스티벌이었다. 이 공연장을 우리가 단독으로 와서 콘서트로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호가 말했는데 1년이 지나서 단독 콘서트로 채우다 보니까 오프닝 섰을 때 징글볼이 겹쳐 보이더라. 감사하고 뿌듯했고 보람차기도 하면서 열정이 샘솟는 것 같아서 큰,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라고 말했다.
K팝 보이그룹 최초로 출연한 '더 거버넌스 볼 뮤직 페스티벌' 이야기도 전했다. 기호는 "진짜 존경하는, 진짜 맨날맨날 듣는 아티스트와 똑같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되게 영광이었다. 피원하모니가 어떤 팀인지 보여줘야겠다면서 열심히 준비해 무대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었다. 야외 페스티벌 경험이 너무나 신기하기도 했고, 또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롤라팔루자일 수도 있고 코첼라일 수도 있고 다양한 페스티벌 무대 서 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공연에 어떤 식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질문하자, 테오는 "결국에 가수라는 직업으로 가장 중요한 건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공연에) 관심이 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저희를 봤을 때 공연으로 저희를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기호는 "테오가 부끄러워서 그런가 본데, 진짜 1부터 100까지 다 참여한다. 세트 리스트부터 조명, 특효(특수효과) 쓰는 것부터, 무대 도면에도 다 참여한다. 그만큼 참여도가 높아서 피원하모니가 소화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직접 만든 거기 때문에. 물론 회사랑 실무자분들이랑 얘기하면서 이뤄지는 작업이긴 하지만 테오가 그걸 좀 중점으로 많이 끌어 나가는 것에 멤버들도 감사하기도 하고 저희도 조금 더 재밌게 무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피원하모니만의 공연 장점에 관해 기호는 "저희 팀 목표가 다양한 음악을 만들고 발매하는 건데, 그만큼 공연에서 연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다채로운 거 같다"라며 "세트 리스트를 롤러코스터 타듯이 짠다. 그래야 사람들이 안 지루하다"라고 밝혔다. 공연에 한층 더 적합한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도 공을 들인다.
기호는 "저희가 직접 편곡도 하는데 밴드 편곡으로 많이 한다. 음원이나 음악방송에서 들을 수 없는, 공연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버전이다. 밴드 사운드 들어가야 현장감이 살기도 하고, 딱 악기 소리를 들었을 때 울림이 있다. 나중에는 진짜 라이브 밴드랑 공연하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지웅은 "일단 멘트 시간이 짧고, 감사하게도 보시는 분들이 지루한 타임이 없었다고 많이들 말씀하신다. 멤버 전체가 다 솔로 스테이지가 있고 앙코르가 길다. 곡을 이것저것 많이 넣고, 그날 분위기가 너무 좋으면 신나는 곡으로 앙코르곡을 바꾼다. 관객들과도 최대한 호흡하려고 한다. 후반부에 가면서는 흥도 오르니까 같이 놀 수 있는 공연이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반구 형태의 스피어(종섭)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테오·기호)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피원하모니의 미니 7집 '새드 송'은 지난 20일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됐다. 피원하모니는 '새드 송'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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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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