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재밌어? 3점대 됐지 않아?"…임찬규의 채찍질+멘탈 케어, 손주영의 '인생투' 이끌어냈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얼마나 재밌어? 방어율 3점대 됐지 않아?"
LG 트윈스 손주영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5차전,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99구, 4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9승째를 수확했다.
3위 수성이 절실한 더블헤더 1차전을 내준 가운데 무거운 짐을 짊어진 손주영의 투구는 커리어 최고의 투구였다. 손주영은 1회 양의지에게 첫 피안타를 허용했으나, 정수빈과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는 등 이렇다 할 위기 없이 무실점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양석환-제러드 영-박준영을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첫 삼자범퇴를 기록하더니, 3회 병살타와 견제사를 통해 아웃카운트 3개를 늘리며 순항했다.
첫 위기도 잘 극복했다. 손주영은 4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재환에게 2루타를 허용했는데, 더블헤더 1차전에서 2홈런 6타점으로 펄펄 날아오른 양석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묶어냈다. 그리고 5회에는 선두타자 제러드에게 안타-도루를 허용하는 등 2사 3루에 봉착했으나, 김재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벗어나며 승리 요건을 손에 넣었다.
경기 초반부터 경제적인 투구를 펼친 손주영은 당연히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정수빈과 이유찬, 양의지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고, 7회에도 등판해 김재환-양석환-제러드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KKK' 이닝을 완성했다. 7이닝 무실점 투구와 9탈삼진까지 커리어 최고의 투구를 선보인 손주영은 시즌 9승(10패)째를 손에 넣으며 위기에 빠진 팀을 제대로 구했다.
지난 7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승리와 연이 닿지 않았던 손주영은 8월 5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6.66으로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이후 9월 첫 등판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직전 등판이었던 NC 다이노스전에서는 5이닝 4실점(4자책)으로 다시 무너지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약 두 달 만에 맛본 승리는 달콤했다.
손주영은 "사실 NC전 이후에 마음이 많이 약해졌었다. 지치고, 승리도 못했다. 최근 7경기에서는 1승 6패였고, 직전 두산전에서 7실점을 기록했다. '이 컨디션으로 두산을 상대하면 되려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임)찬규 형이 많이 잡아줬다. 기운이 없고 힘들 때 찬규 형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더라. (오)지환이 형이 밥을 사주셨지만, 그때 찬규 형이 '즐겁게 하자. 초심을 잃었다' 등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팀이 1차전에 졌기에 '나까지 이런 마음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1회부터 무조건 전력투구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이날 등판을 돌아봤다.
장난처럼 툭툭 던진 말일 수 있지만, 임찬규의 조언은 손주영에게 매우 큰 힘이 됐다. 소위 '멘탈 케어'를 해준 셈. 손주영은 "찬규 형이 게임 중간중간, 3이닝 무실점을 하고 내려왔을 때 '얼마나 재밌어? 방어율 3점대 됐지 않아?'라는 조언과 채찍질 아닌 채찍질을 해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더블헤더 1차전을 내주고, 점수 지원도 많지 않았기에 부담감도 있었지만, 잘 극복했다. 그는 "낮잠을 자고 출발을 하려고 잠깐 누웠는데, 허경민 선배가 맞았다. 그런데 그립이 투심이더라. '오늘 에르난데스가 2차전 선발로 나가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에르난데스가 (불펜으로) 대기를 한다고 하더라. 규정이닝은 하고 싶은데, 내가 초반에 흔들리면 바뀔 수도 있고, 팀 분위기는 다운이 돼 있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마음에 3~4이닝을 전력으로 던지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주영은 "사실 1회부터 전력으로 던지고, 에르난데스도 있으니 4이닝 만에 내려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 또 오늘 너무 시원해서 체력이 안 떨어지더라. 힘든 것도 없고, 땀도 안 났다. 날씨 영향도 있었던 것 같다"며 '여름엔 더워서 못했다?'라는 말에 "두 시 경기 평균자책점이 6점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손주영은 이날 투수로 9승째를 확보했고, 규정이닝 진입까지 ⅓이닝만 남겨두게 됐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무늬만 5선발인 셈이다. 10승과 규정이닝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손주영은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욕심은 있다. 규정이닝까지 한 타자만 남았다. 솔직히 10승은 모르겠지만, 규정이닝은 욕심이 난다"며 "'사실 올해 120이닝은 던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후반기에 퀄리티스타트를 많이 하면서 성장을 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기복은 있었지만, 손주영은 올해 LG가 발견한 최고의 수확 중 하나다. 그 결과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내는데 선봉장에 섰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