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망가의 목표?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 나오길 바라죠"
"웹툰과 만가 구분 사라질 것…일본은 단단한 시장, 다르게 접근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것은 웹툰이고, 저것은 만가(漫畵·일본 만화)'라는 구분이 점점 없어질 것이라고 봐요. 스마트폰 기기에서 가장 보기 편한 방식으로 제작된 만가가 어떻게 보면 웹툰이기도 한 것이죠."
김신배(42)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공동대표 겸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일본 만화 시장에서의 최근 성과를 계기로 지난 18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네이버웹툰의 계열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는 일본 디지털 만화 플랫폼인 라인망가를 운영하고 있다.
라인망가는 '만가 제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2013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인기 웹툰을 서비스하며 일본 시장의 견고한 벽을 뚫고 올해 2분기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 2분기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라인망가의 월간 유료 사용자(MPU)와 유료 결제자 비율이 분기 최대치를 경신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5월과 6월 라인망가의 소비자 지출액이 일본 모든 앱 가운데 1위를, 8월에는 비게임 앱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간 성적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픽코마에 밀려 2020년부터 약 4년간 2등 자리에 머물렀다.
김 CGO는 "라인망가는 단행본 위주의 플랫폼으로 시작했고, 세로 스크롤 방식의 컬러 웹툰을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다. 사실 웹툰으로는 후발주자였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단행본 서비스에 웹툰을 합치자니 너무나 큰 일이었다"며 "'라인망가 2.0'이라는 프로젝트로 개발, 기획, 디자인 인력 100여명을 투입했고, 1년에 걸쳐 프로덕트(서비스)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다음 1년은 콘텐츠를 모으는 데, 또 1년은 독자에게 작품을 추천하고 마케팅을 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들어 1위 자리에 다시 발을 내디뎠다.
김 CGO는 앞으로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공격적으로 소싱(작품 확보)을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웹툰 스튜디오 수십 곳과 접촉해 신작을 확보 중"이라며 "탄탄한 성장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경쟁사에 지지 않을 것 같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 CGO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만화 강국인 일본만의 특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일본 시장은 단단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현지에 뿌리내리는 방식이 다른 나라와는 달라야 하는 이유를 짚었다.
현재 라인망가는 아마추어 작가 양성보다 현지 제작사(CP사)와의 협업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혈의 구세주', '나만 최강초월자' 등이 이렇게 탄생한 라인망가의 인기작들이다.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해외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현지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를 끌어오던 방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는 "일본은 이미 만화 산업이 발전해 수백 곳의 출판사, 100여개의 플랫폼, 수많은 애니메이션 파트너 간의 인프라와 구조가 갖춰진 곳"이라며 "스튜디오 작업, 여러 작가와의 공동 작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CGO는 일본 내 경쟁 플랫폼이 많이 늘었지만 이를 우려하지는 않았다.
그는 "라인망가와 같이 종합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여성향, 남성향, 어린 연령층 등 이런 식으로 플랫폼마다 특정 성향을 띠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웹툰 산업이 전반적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그는 "아마존 등도 웹툰을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산업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며 "통상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의 성장률이 향후 5년간 10% 정도는 유지한다고 전망하는데, 이 안에서 웹툰의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목표를 묻는 말에는 꽤 구체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장면을 제시했다.
"결국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이 라인망가를 통해서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일본 편의점의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우리의 지식재산(IP)이 자리하면 좋겠고요. 시간은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거기까지 가야지 정말 이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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