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1차전 ‘헤드샷 퇴장’, 2차전 야유 속 세이브…에르난데스, “허경민 선수 미안합니다”[스경x현장]
LG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는 21일 잠실 두산과 더블헤더 1·2차전에서 진기록을 세웠다. 에르난데스는 이날 더블헤더 1차전 선발 투수가 2차전에도 등판한 KBO 역대 4번째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1990년 구동우(OB), 1998년 고형욱(쌍방울), 1999년 오상민(쌍방울)에 이어 2000년대 들어 처음 나온 기록이다.
기록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썩 유쾌하진 않다. 1차전 선발 마운드에 오른 에르난데스는 1회초 무사 1루에서 허경민을 상대했다. 그러나 초구 시속 144㎞ 빠른 공이 허경민의 머리 쪽으로 향했고, 헬멧 왼쪽 부분을 때렸다. 에르난데스는 헤드샷 퇴장 규정에 따라 곧장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 투수가 공 5개를 던지고 퇴장당했고, LG는 1차전에서 불펜 9명을 쓴 채 7-14로 대패했다.
에르난데스는 더블헤더 2차전에서 자신의 앞선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7이닝 무실점 호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간 선발 손주영에 이어 2-0으로 앞선 8회초 등판했다. 에르난데스가 마운드에 오르자 두산 팬들은 허경민에게 위험한 공을 던진 에르난데스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에르난데스는 흔들리지 않고 8회 박준영, 김기연, 김재호, 9회 정수빈, 전다민, 조수행를 상대로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채 2점 차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KBO리그 첫 세이브를 수확한 에르난데스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허경민 선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하고 싶다”며 “일부러 맞힌 것은 아닌데, 불운하게도 공이 빠져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사과했다.
사구 직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던 허경민은 다행히 혼자 힘으로 더그아웃에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사구 여파로 2차전엔 출전하지 못했다. 에르난데스는 “다시 한번 허경민 선수에게 사과하고 싶고,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에르난데스는 두산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것에 대해 선 “경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했다”고 했다.
1차전 시작과 함께 퇴장당한 에르난데스는 경기를 지켜보며 2차전 등판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는 “첫 경기에 워낙 불펜 소모가 많았기 때문에 2차전에 다른 불펜 투수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던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잠실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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