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보기 싫다" 대기록 희생양됐는데…피해가는 법 없다. 끝까지 정면 승부 'ML 야구의 낭만'
[OSEN=이상학 기자]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지만 감독은 선수들을 칭찬했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에게 50-50 대기록을 허용한 마이애미 말린스가 정면 승부를 후회하지 않았다. 마이애미에 이어 콜로라도 로키스도 오타니와 승부를 피하지 않고 홈런을 맞았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상대하기 싫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있는 선수, 바로 오타니다.
오타니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벌어진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시즌 50~51호 도루를 성공한 뒤 시즌 49~51호 3연타석 홈런을 폭발하며 50-50 대기록을 달성했다. 6타수 6안타 10타점으로 대폭발하며 다저스의 20-4 대승과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도 이끌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8홈런 49도루로 50-50에 각각 2개, 1개만 남겨두고 있던 오타니는 1~2회초 두 타석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도루에 성공했다. 1회초 우중간 펜스 직격 2루타에 이어 3루를 훔치며 50도루 고지를 먼저 돌파한 오타니는 6회초 마이애미 우완 불펜 조지 소리아노에게 투런포를 치며 50홈런에도 다가섰다.
곧 이어진 7회초 2사 2,3루 찬스가 오타니에게 딱 걸렸다. 11-3으로 다저스가 크게 앞선 상황에서 1루가 비어있었다. 마이애미로선 오타니와 굳이 승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오타니 다음 타자였던 무키 베츠도 6회말 수비 때 이미 교체된 만큼 1루를 채운 뒤 케빈 키어마이어와 승부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때 TV 중계 화면이 스킵 슈메이커 마이애미 감독이 코치진과 대화를 하는 듯한 모습이 잡혔다. 슈메이커 감독은 F자 욕설을 하면서 정면 승부를 지시했고, 우완 투수 마이크 바우만은 초구부터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며 승부를 들어갔다. 3구째 폭투가 되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계속된 2사 3루에서 바우만은 4구째 너클 커브를 바깥쪽으로 던졌지만 오타니의 배트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갔다. 야구 역사상 최초의 50-50 대기록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슈메이커 감독은 7회초 고의4구를 지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기가 치열하거나 1점 차였다면 아마 볼넷으로 내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고의4구 지시는 야구적으로나 업보적으로나 야구의 신이 보는 관점에서도 나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며 “오타니와 승부해서 아웃을 잡을 수 있을지 봐야 했다. 야구에 대한 존중심으로 승부를 했고, 오타니가 홈런을 쳤다”고 말했다.
이어 슈메이커 감독은 “오타니는 내가 본 선수 중 가장 재능 있는 선수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있는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전성기가 몇 년만 더 이어진다면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다”며 “오타니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승부한 우리 투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정면 승부한 투수들도 칭찬했다.
대기록 이후에도 마이애미는 오타니와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승부가 다저스 쪽으로 크게 기울자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야수 비달 브루한도 2사 1,2루에서 오타니에게 승부를 들어갔다. 결과는 우중월 스리런 홈런. 오타니는 3연타석 홈런으로 6타수 6안타 10타점 2도루를 경기를 펼쳤다. 이 역시도 메이저리그 최초 기록.
슈메이커 감독은 “덕아웃이 아니라 팬으로 관중석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야구에는 좋은 날, 말린스에는 나쁜 날이다”고 표현했다. 이날 마이애미는 장단 16안타를 얻어맞고 다저스에 4-20 대패를 당했지만 야구계 전체에 있어 경사스런 날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마이애미 관중들도 상대팀 선수이지만 오타니의 대기록에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오타니도 50-50 대기록 달성 후 이례적으로 원정 팬들을 향해 커튼콜을 했다. 홈런을 맞은 투수 바우만은 그 순간 마운드에서 잠깐 내려와 오타니가 팬들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마이애미 선수들도 맞은편 덕아웃에서 박수를 쳤고, 오타니도 손짓을 보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대기록을 달성한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오타니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홈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서도 5회말 역전 투런포로 시즌 52호 홈런을 기록했다. 콜로라도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시속 92.1마일(148.2km)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 높게 던졌지만 오타니가 작심하고 휘두른 풀스윙에 중월 홈런을 맞았다. 오타니는 7회에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하며 52-52로 기록을 또 늘렸다.
버드 블랙 콜로라도 감독은 경기 후 “오타니는 놀랍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다. 우리 모두 오타니의 활약을 목격할 수 있어 행운이다. 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우리는 오타니를 상대팀으로 만날 때 싫지만 그는 그만큼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대팀으로 만나기 싫은 선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로 존중하게 되는 존재가 바로 오타니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승부를 피해가는 법도 없다. 메이저리그의 낭만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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