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 양식피해 '역대 최대'…"내성 품종개발 추진"
국립수산과학원, 아열대·국내 어류 교배해 신품종 개발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올해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에 의한 양식업 폐사 피해 규모는 지난 20일 기준 어류 4천422만마리와 멍게 약 4천줄(1줄은 약 14만2천마리)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는 고수온 특보가 해제된 이후 확정되지만,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량으로 추산해보면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피해가 큰 경남 외 지역에서 우럭, 멍게 등 출하 상황이 양호해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종전 최대 피해가 발생한 2018년에는 어류 6천595만마리와 멍게 1천193줄 등의 양식 피해가 기록됐다.
이 같은 피해 규모 확대 원인으로는 빠른 수온 상승과 28도 이상의 고수온 상태 장기화가 꼽힌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바다 표층 수온이 25도가 되면 고수온 예비특보를 발령한다. 바닷물이 어류의 폐사가 시작되는 28도에 이르기 전에 대비하라는 신호다. 바닷물이 28도가 되면 주의보를, 28도인 상태로 3일 이상 지속되면 경보를 각각 발령한다.
해수부에 따르면 특보(주의보와 경보)가 일찍 발령되고 오래 지속될수록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 피해가 커진다.
올해 특보는 지난 7월 24일 발령돼 61일째 해제되지 않은 채 지속 중이다.
국내 최대 양식업 밀집지인 경남 지역의 수온은 지난 19일 기준 여전히 평년(2012∼2023년 평균) 대비 4∼5.6도 높다.
특히 경남 사천만·강진만의 수온은 29.7도로 어류들이 폐사할 정도의 고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작년(26.7도)과 평년(24.1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전남 득량만과 여자만, 가막만의 수온은 모두 지난 15일부터 30도 이상을 기록했다.
직전 최대 피해가 기록된 2018년에는 올해와 같은 날인 7월 24일 특보가 발령돼 43일 만에 해제됐다.
두 번째로 큰 피해가 발생한 작년에는 7월 28일 발령된 특보가 57일 동안 이어지면서 어류 3천178만마리와 멍게·굴 2천531줄이 폐사했다.
2021년에는 올해보다 9일 이른 7월 15일 특보가 발령됐지만 43일 만에 해제돼 피해가 크지 않았다. 2022년에도 비교적 이른 시기인 7월 6일 특보가 발령됐지만, 양식업이 집중된 남해 연안의 수온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당시 바닷물 온도도 28도 수준에서 머물면서 피해량은 어류 85만마리에 그쳤다고 해수부는 밝혔다.
올해에는 중국으로 진입한 태풍의 영향으로 따뜻한 대만 난류가 우리 바다 심층부로 유입되면서 멍게 폐사 피해가 더 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작년에는 수온이 28도까지 오른 표층을 피해 25∼26도인 바다 심층에서 멍게를 양식해 피해를 줄였다"며 "올해에는 대마 난류의 영향으로 바다 심층 수온이 올라, 작년과 같은 조치를 취했으나 멍게가 버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멍게는 저수온성 생물로, 수온이 24∼25도보다 높아지면 폐사한다. 멍게 주생산지인 통영과 거제 등 경남 남해안에는 지난 16일 고수온 경보가 발령됐으며 지난 19일부터 표층 수온이 31도까지 올라갔다.
해수부는 양식어가의 빠른 피해 복구를 위해 최근 352개 어가에 139억원의 재해복구비를 1차 선지급했다.
아울러 피해가 컸던 멍게 양식어가를 위해 어업경영자금 대출 상환 유예와 추가 대출 등의 지원책을 검토 중이다.
해수부는 또 장기 고수온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1일 '수산분야기후변화대응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기후변화로 인한 양식어가 피해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TF는 연내 수산 양식산업 개편과 수산물 수급 안정 등을 담은 '수산 분야 기후변화 종합대책'(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과원은 고수온에 강한 신품종 개발 연구 등을 추진 중이다.
수과원은 최근 발간한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양식장 환경 변화와 이상 수온 등 자연재해로 양식 생물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수온 내성 품종 발굴과 고수온 대응 신품종 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수온 내성 품종 발굴은 양식 생물을 고수온에 노출시켜 살아남은 개체를 선발한 뒤, 이를 어미로 키워 후대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과원은 또 고수온에 강한 아열대 어종과 국내 서식종을 교배해 고수온 대응 신품종 개발도 진행 중이다.
수과원 관계자는 "아열대 바리과 어류인 대왕바리 수컷과 자바리(다금바리) 암컷을 교배해 생산한 대왕자바리는 약 35도에서도 사육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교배로 탄생한 바리류 양식을 위한 매뉴얼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성 품종과 신품종은 추가 실험 등을 거쳐 현장에 보급될 예정이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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