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 피한 中메모리업체 '몸집 불리기'…한국기업 영향 받을까?[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4. 9. 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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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로이터=뉴스1
이번 달 들어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내놓은 반도체 보고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일본 노무라증권은 글로벌 메모리 보고서에서 중국 D램업체 창신메모리(CXMT)와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YMTC)가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가 15일 발간한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주식에 직격탄을 날랐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SK하이닉스 목표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추고 삼성전자 목표가도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했다. 19일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한때 10% 넘게 빠지며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수출 효자 업종이지만, 업황이 악화되면 한국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반도체 자급률 제고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중국의 추격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살펴보자.

중국 반도체 4대 천왕
SMIC, 화웨이, YMTC(붉은 배경)는 미국 수출통제 명단 포함 /자료=필자 작성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 기업 4곳을 꼽으라면 SMIC(파운드리), YMTC(낸드플래시), CXMT(D램)와 화웨이다. 이 기업들을 알면 중국 반도체 산업을 이해하기 쉽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중국 최대 IT기업으로, 중국 1위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인 하이실리콘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SMIC, 화웨이, YMTC는 이미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EL·entity list)에 오른 상태다. 아직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CXMT를 보기 전에 SMIC부터 살펴보자.

SMIC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UMC를 제치고 처음으로 3위(점유율 5.7%)를 차지했다. 2분기에도 SMIC는 19억달러의 매출액으로 UMC(17억6000만달러)와 격차를 넓히며 3위를 지켰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사례가 4대 천왕 중 유일한 상장기업인 SMIC다. 지난해 SMIC의 설비투자는 매출(63억2000만달러)보다 18% 많은 74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투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올해 1, 2분기에도 SMIC의 설비투자는 각 22억4000만달러, 22억5000만달러로 매출보다 18~28% 많았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SMIC와 UMC의 설비투자 추이/그래픽=이지혜

반면 UMC의 2분기 설비투자는 6억4000만달러로 SMIC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SMIC와 UMC의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SMIC를 지원하는 이유는 글로벌 선두 수준인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제조할 회사가 SMIC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반도체를 대만 TSMC에서 생산했으나 2020년 5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제재로 거래가 막혔다. 이후 스마트폰 사업을 접다시피 했던 화웨이는 지난해 8월 SMIC에서 생산한 7나노(㎚·10억분의 1m) 칩을 탑재한 5G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며 애플을 맹추격하기 시작했다. 올들어 화웨이는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정보국(BIS)은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라 화웨이에 이어 SMIC, YMTC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리며 견제를 강화했다. 중국 반도체 4대 천왕 중 CXMT만 아직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CXMT도 조만간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추측된다.

글로벌 D램 생산능력의 10%를 차지한 CXMT
글로벌 D램업체의 생산능력/그래픽=김다나
앞서 말한 보고서에서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 부진 근거로 든 건 일반 D램의 수요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과잉이다. D램 업체이면서 HBM 개발에 나선 CXMT와 가장 관련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CXMT는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수율(양품율)을 끌어올리면서 중국에서 중저가 메모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XMT는 현재 월 생산능력이 웨이퍼 16만장(글로벌 생산능력의 10%)으로 17나노공정에서 DDR4와 저전력(LP)DDR4를 생산 중이며 올해 말까지 생산능력을 웨이퍼 20만장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DDR4는 2013년 출시된 D램 규격으로 범용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성능 D램인 DDR5, LPDDR5X, 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CXMT는 2022년 10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 영향을 받지 않고 18나노 D램 제조장비를 수입해서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충해왔다. 최근에는 17나노 D램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

/사진=CXMT 홈페이지

CXMT는 중국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PC, 소비자 가전 위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현재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글로벌 생산능력의 10%, 용량(비트·bit) 기준으로는 약 5% 수준이다. 노무라에 따르면 2024년말 CXMT의 월 생산능력은 20만장으로 글로벌 생산능력의 11%에 달할 전망이다. 또 CXMT가 2025년까지 월 생산능력을 웨이퍼 30만장으로 확충한다면 웨이퍼 기준으로는 15%, 용량 기준으로는 7%까지 글로벌 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CXMT가 생산하는 범용 D램의 제품 경쟁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미치지 못하며 지식재산권(IP) 문제 때문에 수출용 제품에 탑재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CXMT는 스마트폰, PC 등에서 중국 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약 23%, 글로벌 PC시장의 15%를 차지하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CXMT가 LPDDR4 등 중저가 D램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내다보며 조만간 CXMT가 용량(비트)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의 5%(스마트폰 3.5%+PC 1.5%)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CXMT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DDR5, LPDDR5로 확장함으로써 중고급형 시장까지 잠식한다면 2025년말까지 글로벌 D램시장의 1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노무라는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받을 영향은…
중국이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CXMT를 통해 D램 자급율을 끌어올린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은 각각 32조3452억원, 8조6061억원으로 양 사 모두 2배가량 증가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LPDDR4를 대거 사들인 데다 올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문제는 중국발 메모리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것과 CXMT의 부상이다. CXMT의 빠른 부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3사의 수익성이 기존 예상보다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다만 11월 미국 대선과 맞물려 CXMT까지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되면 CXMT의 생산능력 확장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노무라는 주요 메모리 3사가 고부가가치 메모리에 집중하거나 전반적인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방식으로 중국발 일시적 공급과잉에 대응할 것을 권했다. 메모리까지 중국발 공급과잉에 처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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