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위험' 리콜명령 어린이제품 작년 107만개…회수율 45.2%
'100개 중 2개 회수해도 회수율 50%?'…국표원 회수율 계산법 '도마'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유해 물질 기준치 초과, 낙상 위험 등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어린이 제품이 작년에만 100만개 이상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 어린이의 신체와 건강에 위협이 되는 불량품들이지만, 회수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보다 철저한 리콜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리콜 명령을 받은 어린이 제품은 122개로, 해당 제품 총 107만2천851개가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리콜 대상 어린이 제품은 전년(82만8천299개)보다 30% 증가했다.
불량·위험 제품으로 판명 나 리콜 명령을 받아 회수된 제품은 총 48만5천348개로, 전체 리콜 대상의 45.2%에 그쳤다.
낙상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지난해 리콜 명령을 받은 한 어린이용 스케이트보드의 경우 1만2천개가 유통됐지만, 회수된 제품은 418개에 불과해 회수율이 3.5%에 그쳤다.
유해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리콜 대상이 된 한 어린이용 물놀이 기구의 경우도 2천280개가 유통됐으나, 회수율은 24.6%(562개)에 머물렀다.
국표원이 정기·부정기로 실시하는 안전성 조사에서 리콜 명령을 받는 제품 대부분은 저가의 중국산으로 나타나 수입품에 대한 유통·품질 관리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 5월 국표원이 가정의 달을 맞아 실시한 완구, 유아용품 등에 대한 안전성 조사에서 리콜 명령을 받은 8개 제품은 모두 중국에서 수입됐다.
당시 중국산 '하트 핑크 미니백'에서는 납이 기준치(90㎎/㎏)의 24.9배 검출됐고, '반짝반짝 달님이' 완구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126.7배 검출되는 등 우려가 컸다.
국표원이 지난달 실시한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190개 인기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에서도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된 40개 제품 전부가 중국산이었다.
당시 국표원은 해외 직접구매(직구) 제품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져 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 부적합률이 21.1%로, 올해 상반기 국내 유통제품의 안전성 조사 평균 부적합률(6.1%)의 3.5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리콜 명령 제품에 대한 국표원의 회수율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표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어린이 제품 리콜 관련 통계는 리콜 명령 129건, 유통량 82만8천299개, 회수량 30만3천416개, 회수율 49.6% 등이다.
유통량을 회수량으로 나누면 회수율은 36.6%이지만, 국표원은 회수율을 49.6%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표원 관계자는 "리콜 명령을 받은 129개 제품의 제조사 각각의 회수율을 낸 뒤 이를 산술 평균 내는 방식으로 회수율을 산출한 것"이라며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A사가 2개, B사가 98개 등 총 100개가 시중에 유통된 특정 제품에 대해 리콜 명령이 내려져 A사가 2개를 회수하고 B사가 0개를 회수한 경우 A사의 회수율인 100%와 B사의 회수율인 0%의 산술 평균인 50%를 회수율로 본다는 것이다.
100개 중 실제로 회수된 제품은 2개에 불과하지만, 국표원은 회수율을 2%가 아닌 50%로 표시하고 있는 셈이다.
허종식 의원은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불량·위험 제품에 대한 안전성 관리를 강화하고 리콜 대상 제품에 대한 빠른 회수를 위해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의원은 이어 "국표원이 리콜 대상 제품의 회수율 수치를 높이기 위해 통계 작성 방식을 비상식적으로 설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정확한 데이터와 통계를 바탕으로 리콜 정책을 엄중히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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