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 없인 비행기 못 띄워…글로벌 항공업계 '들썩'

박찬규 기자 2024. 9.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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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유사, 일본에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출한다지만 원료는 대부분 수입 의존
-한국은 2027년 1%, 일본 2030년 10% 사용 목표...미국은 2050년 100% 제시
EU는 2025년부터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를 넣어야 한다. 사진은 니스 공항에서 SAF를 넣는 에어프랑스 항공기. /사진=로이터
글로벌 항공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지속가능항공유(SAF)다. 무게를 무작정 늘릴 수 없는 항공기는 자동차와 달리 전동화가 어려워서 탄소중립을 위해선 구동 방식을 바꾸기보다 사용하는 연료를 개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SAF가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고 본다. SAF는 동·식물 유래 바이오매스, 대기 중 포집된 탄소 등을 기반으로 생산한 친환경 연료다. 사용 시 연료효율이 높아져서 탄소배출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저감된 탄소를 수치로 인정하는 형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27년부터 모든 회원국(193개국)에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Carbon Offe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 의무화를 시행한다. 2019년 국제항공 탄소배출량의 85% 수준을 초과하면 항공사는 탄소배출권을 구매, 상쇄하는 제도다. 현재 126개국이 자발적 참여 중이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를 2% 이상, 2030년부터는 6%를 사용할 계획이다. 일본은 2030년부터 SAF 혼합비율을 10%로 정했다. 일본 항공업계는 다양한 정유 기업으로부터 SAF를 미리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100%를 목표로 밝혔는데 현재 민간 부문 외에도 공군에서도 SAF를 일정 비율 사용하는 것을 테스트 중이다.

SAF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SAF 시장규모는 지난해 11억달러(약 1조4619억원)에서 2030년 168억달러(2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모더인텔리전스는 2021년 7억4550만달러(약 9927억원)에서 2027년에는 215억달러(약 28조원)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항공유 수출 1위 한국, SAF는 후발주자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도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넣고 상용운항을 시작했다./사진=대한항공
지난 8월 말 한국 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 급유를 의무화할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국적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주1회 SAF 1% 혼합 상용운항을 시작한다. 현재 국적사 운항 기준 1%만 혼합하더라도 연간 승용차 5만3000여대가 내뿜는 수준(약 16만톤)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

뒤늦게나마 정부가 직접 움직이면서 항공사와 정유사도 관련 사업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 항공유 수출은 세계 1위지만 SAF는 후발주자다. SAF 상용운항은 글로벌 20번째, 아시아에서도 4번째다.

GS칼텍스는 최근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인증 SAF를 제조, 일본에 수출한다. 다만 원료는 SAF 인증을 받은 핀란드 회사의 것을 그대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티웨이항공과 일본 노선 상용 운항에 필요한 SAF를 이달부터 공급한다. SK에너지는 국내 첫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10월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티웨이항공은 에쓰오일과 함께 SAF 상용운항을 시작한다. /사진=티웨이항공
전문가들은 SAF 도입에 뒤처진 한국이 SAF 원료를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특정 원료, 특정 기술만으로는 SAF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쏠림현상으로 인해 또 다른 공급망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로 꼽히는 스테판 뮐러(Steffen Mueller) 시카고 일리노이대학 교수도 SAF 원료로 폐식용유만을 사용하는 것을 경계했다.

국내 업체들은 폐식용유 기반 원료를 통해 수소화지방산(HEFA, 헤파)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폐식용유로 SAF를 만드는 효율은 평균 6~10%로 알려졌다. SAF 2만톤을 만들기 위해선 20만톤의 기름이 필요하다. 향후 SAF 수요가 늘어 추가 원료를 확보하려면 중국 등에서 폐식용유를 수입해야 한다. IATA는 2030년 1830만톤의 SAF 수요를 전망한다.

뮐러 교수는 "SAF를 폐식용유를 통해 생산할 때 진짜 폐식용유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고 수량과 품질을 장담할 수 없다"며 "현재는 바이오에탄올을 제트유와 혼합해 SAF로 활용하는 등 여러 기술을 접목해 바이오항공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항공권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항공 운임을 올리는 게 아니라 할인을 덜 하는 방식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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