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엔 '변동금리' 유리한데…은행권 "그래도 고정금리" 왜?

김근욱 기자 2024. 9.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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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금리, 고정금리 보다 1%p 가량 높아…'금리 역전' 현상
코픽스 2년 만에 최저 찍었는데…변동금리는 '역주행' 현상도
/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낮추는 '빅 컷'을 단행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앞둔 소비자들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기엔 6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만 현재 은행권에서 이 일반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에선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 금리가 떨어지는데도 금리가 오르는 '금리 역주행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미래에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변동금리를 선택하기엔 당장의 이자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1%p가량 높아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긴축 통화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짚어야할 점은 연내 0.5%p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하는 등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 진입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의 안내에 따르면 금리 인하기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통상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게 설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금리가 추가로 떨어지면 이자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대출 시장에서 이같은 '일반론'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2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 금리는 4.50~6.69%로, 고정금리(3.59~5.59%)보다 하단 기준 0.91%p 높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1%p 가까이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코픽스 2년 만에 '최저' 찍었는데…변동금리는 '고공행진'

심지어 최근 변동금리는 시장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 역주행'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변동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결과 지난 8월 기준 3.3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9월 3.40%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치다.

그러나 5대 은행 변동금리(4.50~6.69%)는 3개월 전인 6월 말(3.74~6.62%)과 비교해 오히려 하단 기준 0.76% 가량 올랐다. 시장 금리는 떨어지는데 소비자 대출 금리는 더 오른 것이다. 최근과 코픽스 금리가 비슷했던 2022년 9월(4.09~6.40%)과 비교해도 현재 변동금리가 하단 기준 0.41%p가량 높다.

이는 은행들이 변동금리에 더 강한 '가산금리'를 부과한 결과다. 한 시중은행은 고정금리에 2.04%의 가산금리를 책정하고 있는 반면 변동금리에는 2.54%를 부과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도 고정금리에 2.23%의 가산금리를 매기고 있었지만, 변동금리에는 2.80%를 부과하고 있었다.

◇ 은행권 "그래도 고정금리" 한목소리

금리 역전 및 역주행 현상은 모두 정부가 '고정금리 확대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정부는 미래 금리 변동에 따른 소비자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면서 "변동금리 대출을 축소하고 고정금리를 확대하라"고 은행권에 요청했다. 이에 은행권은 고정금리로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변동금리를 의도적으로 높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금리인하기엔 변동금리가 더 유리하다'는 일반론에 따라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다가 더 높은 이자 부담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가 현재 1%p 가까이 벌어졌다"면서 "향후 금리 인하의 시점 및 폭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비싼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담대 3억 원을 3.5% 금리(30년만기·원리금 균등상환)으로 받을 시 매월 갚아야 하는 돈은 134만 원, 4.5% 금리로 받을 경우엔 152만 원을 갚아야 한다. 약 20만 원 차이로 연으로 환산하면 24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지는 3년 후 더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대출 상품 변경이 자유로워진 상황"이라며 "은행 창구에서도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고 향후 상품을 바꾸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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