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노아 하라리의 종말론적 비전 [PADO]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4. 9.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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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피엔스'로 일약 세계적인 사상가로 자리매김한 유발 노아 하라리가 최근 신작 '넥서스'를 냈습니다. 이번엔 인공지능이 주제입니다. 하라리는 수년, 수만 년 단위의 관점에서 역사를 조망하기로 유명한데 노스웨스턴대학의 역사학자 대니얼 임머바르는 애틀랜틱의 2024년 9월 6일자 서평에서 이런 관점이 갖는 한계를 지적합니다. 인공지능은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며 사회적인 참여(또는 개입)을 통해서 그 궤적을 변경시키는 것도 가능한데 하라리는 너무 숙명론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어 정치적인 변혁의 가능성을 닫아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임머바르는 실리콘밸리에서 숭배를 받고 있는 하라리가, 그의 논리대로라면 자연스러운 귀결인 'IT대기업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는 일부러 함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은연 중에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모쪼록 이 서평이 곧 국내에도 소개될 하라리의 신작에 대해 보다 비판적 읽기를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2020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유발 노아 하라리. /로이터=뉴스1

"약 140억 년 전, 물질, 에너지, 시간, 그리고 공간이 탄생했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의 '사피엔스'(2011)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렇게 21세기에서 가장 놀라운 학문적 경력 중 하나가 시작되었다. '사피엔스'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2500만 부 이상 팔렸다. 그 이후 하라리는 여러 책을 출판했고, 그 책들도 수백만 부가 팔렸다. 그는 현재 직원 15명 가량을 고용해 그의 업무를 관리하고 그의 사상을 홍보하고 있다.

그에겐 그들이 필요하다. 하라리는 달라이라마 다음으로 온라인 활동이 가장 적은 세계적 명사일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저는 제 시간과 주의력을 보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는 매일 두 시간 명상을 한다. 그리고 그는 매년 한 달 이상 칩거 생활을 한다. 엄청난 강연료를 포기하고 묵언 수행을 하는 것이다. 화룡정점을 찍는 것은 대머리에 안경을 썼고 대체로 채식주의자인 하라리의 모습이다. '구루'라는 단어가 종종 들린다.

하라리의 수도승 같은 분위기는 그를 숭배하는 실리콘밸리에서 강력한 매력을 발산한다. 빌 게이츠는 '사피엔스'에 추천사를 썼다. 마크 저커버그는 책을 홍보했다. 2020년, 제프 베이조스는 거의 비어 있는 책장을 배경으로 원격 의회증언을 했는데, 세계 최대의 서점인 아마존의 창립자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눈 밝은 시청자들은 책장의 왼쪽 아래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기 위해서였을까 옹기종기 모여 있는 6권의 외로운 책들 중 하라리의 책 2권을 발견했다. 하라리는 테크 업계 CEO들에게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한때 윌리엄스버그 힙스터들에게 그랬던 것과 같은 존재다.

무명의 학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사람으로서 놀라운 역할이다. 하라리의 첫 번째 논문은 그의 옥스퍼드 박사 논문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초기 근대 군인들의 회고록의 장르적 특성을 분석했다. 그의 두 번째 논문은 중세 유럽의 소규모 군사 작전을--하지만 수상 작전은 제외--다뤘다. 그는 학계가 자신을 "점점 더 좁은 질문들"로 몰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하라리의 궤적을 바꾼 것은 위파사나 명상을 시작한 것과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아 보통 신임 교수들에게 주어지는 세계사 입문 강의를 맡기로 한 일이었다. (나도 내 학과에 처음 부임했을 때 같은 과제를 받았다.) 세계사의 서사시적 규모는 그에게 잘 맞았다. '사피엔스'의 기초가 된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의 그의 강의는 호모사피엔스가 어떻게 경쟁자들을 이기고 지구를 점령했는지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라리는 폭넓은 호기심을 가진 능숙한 종합가다. 신체적 능력이 사회적 지위와 일치하는가? 우리는 왜 잔디밭을 그토록 좋아하는가? 대부분의 학자들은 너무 전문화되어 이런 질문을 제기조차 하지 않는다. 하라리는 바로 뛰어든다. 그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스티븐 핑커, 슬라보예 지젝처럼 광범위한 이론화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지만 도발적인 단순화에 대한 취향에서는 그들을 능가한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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