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이 원해도"…본사가 젓가락 제공하면 '강매'? [초점]

송대성 2024. 9.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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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산업 팽창 속 공정위의 '갑질' 감시 눈길은 매서워져
'필수품목' 규정 모호…"본사 부당이익" vs "가맹점 지원" 논란 커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프랜차이즈 본사는 갑질 행위의 근거지일까.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그만큼 친근하면서도 낯설다. 소비자들과 자주 맞닥뜨린다는 측면과 함께 그 업태나 영업방식 등을 들여다볼 경우 상식 선에서 판단하기 복잡한 부분이 적지 않아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나무젓가락, 비닐쇼핑백 등을 본사로부터 구매하게 했다며 60계 치킨에 대해 제재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본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필수품목'의 모호한 규정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본사의 영업전략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를 '갑질'로 판단할 것인지가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밖에 없어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부각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본사를 향한 갑질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갈수록 늘어나고 국민 생활과 밀접해지면서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6월 60계치킨의 가맹본부인 장스푸드에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 관련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장스푸드가 지난 2020년 6월부터 나무젓가락, 비닐쇼핑백 등을 필수품목으로 정해 가맹점주들이 본사에서 구매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가맹점에 대한 강매이자 부당 이익 편취 행위란 혐의를 뒀을 것이란 풀이가 나왔다.

여기서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영업과 관련해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것을 지칭한다. 가맹본부는 관련 법규에 따라 프랜차이즈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품목에 한해 필수품목을 지정해 운용할 수 있다.

사실 장스푸드가 4년 전 나무젓가락, 비닐쇼핑백 등을 필수품목으로 포함시킨 것은 가맹점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주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품질이 좋지 않은 나무젓가락을 제공받은 후 쉽게 부러지거나 부러진 젓가락으로 인해 다치는 등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관리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필수품목 규정이 모호하다보니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맹사업법은 필수품목 지정을 불공정거래 행위 중 하나인 거래상대방 구속행위로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품목이 가맹사업을 경영하는데 필수적이고, 특정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구매하지 않을 경우 가맹본부의 상표권 보호나 상품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법규에 대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분명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그때그때 해석하기 나름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다.

법규의 모호함으로 인해 프랜차이즈마다 필수품목은 제각각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나무젓가락, 비닐쇼핑백 모두 필수품목에 가까운 선택품목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비닐쇼핑백은 배달 주문이 많은 업계 특성상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이 구매하고 있다. B 치킨프랜차이즈의 경우 나무젓가락은 선택품목, 비닐쇼핑백은 필수품목이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갑질'로 비칠 수 있는 필수품목을 어떻게 지정해야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눈길을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져 있다. [사진=뉴시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나무젓가락, 비닐쇼핑백 등을 가맹점주가 다른 경로를 통해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저하를 막기 위함도 있지만 가맹점주들이 눈앞의 비용 절감을 위해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필수품목을 무차별적인 본사의 갑질 이미지로 몰아갈 경우 품질 저하와 영업비밀 누출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같은 브랜드의 가맹점이라도 제품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소비자에게는 공급자지만, 본사와 관계를 보면 소비자여서 이중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소비와 판매를 하는 분들이기에 본사가 터무니없이 강매를 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의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수품목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운용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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