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고, 한유섬의 방망이도 같이 왔다… 야수 정지 총알 홈런, 팀 레이스 이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이숭용 SSG 감독이 뽑은 올 시즌 타선의 키플레이어는 줄곧 한유섬(35)이었다.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라는 타자들이 앞쪽에 있는 만큼, 한유섬이 얼마나 장타를 터뜨려주느냐에 따라 팀 타선의 폭발력이 달라질 수 있었다.
지난해는 장타가 터지지 않아 고전했다. 하체의 부담을 덜 주기 위해 바꾼 타격폼이 실전에서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결국 시즌 중반 타격 부진으로 2군까지 내려갈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후반기 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시즌 109경기에서 7홈런에 그쳤다. 2021년 31개, 2022년 21개의 홈런을 쳤던 타자였다. 어차피 장타로 승부를 봐야 하는 한유섬으로서는 답답한 홈런 개수였다.
올해는 ABS존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타율이 뚝 떨어졌다. 시즌 초반 한때 1할대 타율에서 시작했고, 이후에도 타율은 2할3푼대를 맴돌면서 좀처럼 반등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그래도 홈런이 많이 나오면서 떨어지는 타율을 장타로 상쇄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5월 이후로는 그것도 아니었다. 찬스 때 한 방을 기대했지만 해결해주지 못하는 양상이 많았다.
9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6경기에서는 26타수 1안타라는 충격적인 타격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더 깎일 게 없어 보였던 타율이 0.225까지 떨어졌다. 누가 봐도 위기였다. 그러나 팀이 가을야구 진출을 놓고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기 시작한 시점, 한유섬이 반등하고 있다. 근래 들어 좋은 감을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장타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SSG의 타선도 폭발력을 더해가고 있다.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장타들을 많이 터뜨렸다. 9월 14일과 15일 인천에서 열린 삼성과 중요했던 두 경기에서 합계 5안타를 기록했다. 5안타 중 4개가 2루타 이상의 장타였다. SSG가 난타전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제공했다. 17일 인천 KIA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기는 했지만 19일 키움전에서 3안타 경기를 하며 감을 되살렸다.
5위 kt를 1.5경기 차이까지 추격한 가운데 맞이한 21일 수원 kt전에서도 결정적인 홈런 한 방으로 팀을 살렸다. 이날 선발 5번 우익수로 출전한 한유섬은 1회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에 그쳤지만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치며 감을 살렸다. 이어 1-1로 맞선 6회에는 kt 선발 고영표의 패스트볼이 가운데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느낄 수 있는 강력한 풀스윙이었다. 타구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 듯 쭉쭉 뻗어나갔고, 이내 kt의 모든 야수들이 그 자리에 정지해버렸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 홈런의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77.5㎞에 이르렀고, 비거리는 138m나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수 있는 총알 대형 홈런 타구였다.
고영표를 상대로 최근 8전 전패를 기록한 SSG가 결국 이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6회 한유섬의 결승 홈런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영표에게 마지막으로 패전을 안긴 2022년 4월 6일 수원 경기에서도 결승 홈런의 주인공이 바로 한유섬(1회 3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 또한 묘한 인연이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경기 후 “에레디아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유섬이의 역전 홈런으로 승기를 가져왔다”면서 두 개의 홈런을 승부처로 뽑았다.
지금까지 떨어진 타율이야 어쩔 수 없다. 시즌 뒤 진지하게 복기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남은 7경기에서의 타격이다. 21일처럼 결정적인 순간 장타로 팀에 공헌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자신의 몫은 충분히 한다고 볼 수 있다. 주로 3번에 위치하는 최정, 4번에 위치하는 에레디아의 컨디션이 현재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유섬까지 장타 위압감을 준다면 앞선 타자들을 피하기도 어렵다.
한유섬은 지난해 9월 이후 32경기에서 타율 0.425, 27타점 맹타로 팀의 정규시즌 3위 수성을 주도한 바 있다. 올해도 가을은 왔고, 팬들은 한유섬의 방망이도 같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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