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샷' 퇴장→2이닝 3K 퍼펙트, 에르난데스의 다사다난한 하루 "허경민에게 미안해, 빠른 회복 기원"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LG 트윈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더블헤더 홈 맞대결에서 아주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다.
1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에르난데스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는데, 이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후속타자 허경민에게 던진 초구 144km 빠른볼이 손에서 빠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 공은 그대로 허경민이 머리를 강타했다. 당황한 에르난데스는 배터 박스까지 내려와 허경민의 상태를 살폈지만, 빠른볼 계열이었던 만큼 '자동퇴장'을 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LG의 1차전은 완전히 꼬였다. 에르난데스가 예상치 못한 일로 퇴장을 당하면서 1회부터 불펜이 가동됐고, 결국 대부분의 투수들을 모조리 투입하며 두산에 맞섰지만, 7-14로 완패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에르난데스를 2차전 불펜 투수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었고, 예상대로 에르난데스는 경기 후반부 마운드에 섰다.
LG가 2-0로 근소하게 앞선 8회초 선발 손주영이 7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펼친 뒤 에르난데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투수가 2차전에도 마운드에 오른 것은 구동우(1990년), 고형욱(1998년), 오상민(1999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 3루 두산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고, 1루 LG 쪽에서는 환호가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에르난데스는 1차전과 완전히 다른 투구를 펼쳤다.
에르난데스는 선두타자 박준영을 상대로 150km의 빠른볼을 위닝샷으로 구사해 삼진으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이후 투구도 완벽했다. 에르난데스는 후속타자 김기연을 우익수 뜬공으로 묶어낸 뒤 김재호를 153km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9회에도 등판해 첫 타자 정수빈을 3루수 땅볼 처리한 뒤 전다민을 낫아웃 삼진, 조수행을 유격수 뜬공으로 요리하면서 2이닝 3탈삼진 퍼펙트 투구로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에르난데스는 1차전에서 단 5구 만에 강판된 만큼 2차전 불펜 등판을 예상했다고. 그는 "첫 경기가 끝나자마자 알고 있었다. 첫 경기에서 워낙 불펜진의 소모가 많았다. 나도 책임감을 갖고 불펜 투수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선발 투수로 책임감을 갖고 던졌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르난데스는 KBO리그에 입성하기 전 미국에서는 불펜 투수로도 적지 않은 경험을 쌓은 바 있다. 때문에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 투수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질문에 에르난데스는 "글쎄 잘 모르겠다. 아직 정규시즌 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기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싶다"며 "하나하나 이기다 보면 불펜 등판은 나중에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에르난데스는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허경민에 사과의 뜻도 전했다. 그는 "허경민에게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하고 싶다. 일부러 맞춘 것은 아니었다. 불운하게 공이 빠져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다시 하번 허경민에게 사과하고 싶고,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며 헤드샷 이후 오스틴과 나눈 대화에 대한 물음에 "KBO리그 헤드샷 규정을 모르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다"고 덧붙였다.
1차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헤드샷이 나왔지만, 2차전에는 2점차를 완벽하게 지켜내는 깔끔한 투구를 펼친 에르난데스. 참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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