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내 인생에"…빛이 된 할머니와 카페 사장님의 인연
오늘(21일) 몽글터뷰는 40년생 할머니와 92년생 카페 사장의 이야기입니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 7개월 동안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있는데요.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을 이상엽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덕자/할머니 손님 : 바다 끝까지 한번 걸어가고 싶어 꿈이야]
[사라/카페 사장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84살 할머니와 32살 아가씨 어떻게 만났을까요?
7개월 전 어느 날 제주 서귀포의 한 카페.
사라 씨는 할머니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사라/카페 사장 : 어떤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께서 혼자 이렇게 들어오시면서 '이제 죽을 때가 다 됐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는데 어디서 오셨고 식사는 하셨을까?]
집에 홀로 사는 할머니를 매일 모시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카페에서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사라/카페 사장 : '오늘은 아침에 식사하셨어요?' 이렇게 여쭤보면 '몰라 기억 안 해' 하세요. 김치수제비 돈까스 불고기덮밥 할머니가 비빔밥을 잘 드시더라고요. 입맛 없을 때 양푼이에 막 비벼서]
그냥 할머니를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사라/카페 사장 : 할머니가 갑자기 '죽고 싶으면 말해 같이 죽어줄게' 하는 거예요. 그게 그러니까 '네가 힘들면 내가 같이 힘들어줄게'라고 들렸거든요. 그래서 눈물이 그렁그렁했죠.]
[덕자/할머니 손님 : {이곳을 어떻게 아셨어요? }'내 인생, 조금 쉬었다 가자' 하고 여기 들어왔는데 저 아가씨가 처음에 막 쫓아서 나오더니 '앉으세요' 하면서 친절하게 하더라고]
처음 할머니는 매일 집에서 카페까지 2시간을 걸었습니다.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덕자/할머니 : {물과 하늘이 맞닿은 지점 수평선을 볼 때 어떤 기분이 드세요?} 손님 내가 물에 잠겨있는 기분도 들고 저 바다를 신나게 뛸 때도 있어.]
눈에 바다를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두었습니다.
[덕자/할머니 손님 : {기억을 잃는 것에 대해서 조금 두렵거나 무서우세요? } 내가 그냥 기억나면 기억나는 대로 이걸 생각하려고 애쓰고 노력하지 않고 세상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어. 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 편안하고 내가 불안해서 요동을 치면 그건 불행한 일이야. {할머니 그럼 가장 행복한 순간은요?} 나는 혼자서 참 오래 살았어 집 안에 있으면 모든 게 다 죽은 거고 바깥에 나오면 산 거고 지금 행복해요. 저런 아가씨가 그냥 좋아해 주니까. {할머니의 꿈은 뭐예요?} 바다 끝까지 한번 걸어가고 싶어. 한없이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어떨 때는 배를 타고 가볼까 그런 생각도 하는데 배 타고 가기도 쉽지 않더라고]
할머니의 꿈. 사라 씨는 그 꿈을 배에 실었습니다.
이윽고 바다로 향했습니다.
[사라/카페 사장 : 할머니 건강하시고요 내일도 만나요. 오래오래 밥 친구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상디자인 이정회 황수비]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영선, 재보궐 뒤 명태균에 6300만원 건넨 정황…검찰, 대가성 여부 확인
- [단독] '상습 불법촬영' 직원 정상근무시킨 기상청…처분도 '솜방망이'
- 간호법 제정 환영에 "건방진 것들"…의협 부회장 '막말' 논란
- 흥분한 개, 주인은 목줄 '툭'…물어뜯기는 길고양이 방관
- "임시 공휴일, 갑자기 왜?"…국민 5명 중 1명 '오히려 싫어'
- [단독] 명태균 "국가산단 필요하다고 하라…사모한테 부탁하기 위한 것" | JTBC 뉴스
- 투표함에 잇단 방화 '충격'…미 대선 앞두고 벌어지는 일 | JTBC 뉴스
- 기아의 완벽한 '결말'…우승에 취한 밤, 감독도 '삐끼삐끼' | JTBC 뉴스
- "마음 아파도 매년 올 거예요"…참사 현장 찾은 추모객들 | JTBC 뉴스
-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금 20돈 발견한 경비원이 한 행동 | JTBC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