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해체 여파 ‘역대 최다’ 9명 출마… 비자금 파문 수습 화두 [세계는 지금]

강구열 2024. 9. 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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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민당 27일 새 총재 선거
“파벌 비자금 사태로 등 돌린 민심 회복”
정치자금 투명화 등 개혁안 잇달아 내놔
언론 “없앴다던 파벌 영향력 여전” 평가
추천인별 아소파·기시다파·아베파 갈려
아베파·극우 여성 후보 다카이치 급부상
여론은 고이즈미·이시바와 3파전 양상
1차 과반 안 나와 결선투표 진행 유력시
의원들 정파 따라 막판 합종연횡 예고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의 총재가 27일 바뀐다. 다수당 총재가 국정을 이끄는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 국가인 일본에서 자민당 총재 교체는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의미한다. 역대 가장 많은 9명이 후보로 나서 정치개혁 방안 등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 전 환경상-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의 3파전 양상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원 지지 판세는 여론조사와는 차이가 있다.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나선 후보 9명이 지난 14일 일본기자클럽 주최로 도쿄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각자의 모토를 적은 팻말을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카이치 사나에, 고바야시 다카유키, 하야시 요시마사, 고이즈미 신지로, 가미카와 요코, 가토 가쓰노부, 고노 다로, 이시바 시게루, 모테키 도시미쓰 후보. 도쿄=로이터연합뉴스
◆비자금 파문에 ‘정치개혁’ 화두

이번 선거가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조성 파문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각 후보들의 정치개혁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다. 파문이 불거지고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주도 아래 파벌 해산 등의 조치가 취해졌으나 성난 여론을 달래지는 못했다.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각종 선거에서 패배가 이어졌다. 당의 얼굴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쇄도했고 그 결과가 이번 선거다.

비자금 실태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재조사 필요성에 대해 후보들은 대체로 신중한 입장이다. “이미 처분이 끝난 사안”이라는 것이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난 국회의원의 공천에 관해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엄정한 판단”을 강조하며 공천 배제 가능성을 언급해 상대적으로 강경하다.

사태 재연을 막기 위해 대책으로는 ‘정치자금 투명화’라는 원칙은 비슷하나 구체적인 방안에서 차이를 보인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간사장,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정당에서 국회의원에게 주는 ‘정책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 디지털상,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전 관방장관은 정치자금 수입, 지출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금액의 반납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정치자금 모집 방식, 사용처 등을 포함해 정당 운영을 규율하는 ‘정당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벌 해산(?)… 여전한 그림자
‘파벌 해산 후 첫 총재 선거’는 이번 선거를 규정하는 특징이다. 비자금 조성 파문 이후 아소파를 제외한 각 파벌은 해산을 선언했다. 기시다파, 모리야마파는 해산신청서도 제출했다. 9명이나 출마한 것이 파벌 내부, 혹은 파벌 간 조율이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자민당을 지탱해 온 파벌의 그림자가 지워진 건 아니다. 후보 등록을 위해 필요한 추천인 20명을 후보별로 분석한 결과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분석에 따르면 아소파 소속인 고노 디지털상은 추천인 중 18명을 자파 소속 의원으로 채웠다. 기시다파 소속이었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5명이 기시다파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추천인 중에는 아베파 14명이 두드러진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후원을 등에 업고 2021년 총재 선거에 나서 아베파와 인연이 깊다. 특정 파벌에 속하지 않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 이시바 전 간사장 추천인 중에는 무파벌 의원이 각각 14명이지만 닛케이는 “단순하게 ‘무파벌’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미즈미 전 환경상 추천인 10명 정도가 그를 지원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가까운 인물이고, 이시바 전 간사장 추천인 8명은 이전 이시바그룹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존속 의지를 밝힌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재가 파벌정치 작동방식을 답습하며 다시 ‘킹메이커’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는 자파 고노 디지털상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1차 투표에서 소속 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용인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결선 투표가 진행되면 아소파 전체가 특정 후보를 밀게 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파 소속이었던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무상 추천인 중에 아소파 의원 9명이 들어간 것을 두고 “아소파가 결선 투표를 내다보고 협력 대상 진영을 늘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아소 부총재가 자신이 중시하는 정책에 대한 입장을 후보들에게 직접 확인하고 결선 투표에서 움직임을 정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도 기시다파 의원들을 염두에 두고 1차 투표에서는 자유롭게 선택하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특정 후보를 밀도록 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결선서 합종연횡 재연(?)

선거 고시 이후 일본 언론이 실시한 초반 여론조사에서 ‘대세’로 평가받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지지가 떨어지고, ‘극우’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세가 안정적인 이시바 전 간사장을 포함한 3파전 양상으로 선거는 중반전으로 접어들었다.

요미우리신문은 투표권을 가진 국회의원(15일 기준), 당원·당우(14∼15일) 대상 조사를 토대로 1차 투표(734표)에서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각각 12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05표로 예측했다. 닛케이 조사(13∼15일)에서 자민당 지지층 응답자들은 ‘다음 총재로 어울리는 사람’으로 25%가 이시바 전 간사장을 꼽았다.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22%,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21%였다. 닛케이는 “이시바 전 간사장,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이 각각 11%포인트, 7%포인트 상승한 반면 지난 조사 1위였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11%포인트 급락했다”고 전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차 투표 1, 2위를 대상으로 한 결선 투표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일치된 관측이다. 관건은 결선 투표에서 국회의원 표의 움직임이다.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 367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47표로 진행된다. 국회의원 표가 압도적으로 많아 여론보다는 정치 논리, 후보의 자민당 내 입지 등이 선거 결과를 가를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후보가 결선에서 낙마한 전례도 있다. 1956년 총재선거에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2·3위 연합이 만들어져 결선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2년에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1차 투표 1위였다. 하지만 결선 투표에서 국회의원표가 아베 신조 당시 후보에게 몰려 총재가 되지 못했다. 아사히 조사에 따르면 17일 기준 국회의원 지지가 가장 많은 후보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다. 46명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 전 경제안보상이 43명, 하야시 관방장관이 37명으로 선두권이다. 여론조사에서 리드를 보이는 이시바 전 간사장,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은 각각 30명이다. 국회의원 지지와 국민 여론 사이에 차이가 있다.

결선 투표에서 역전당한 경험까지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으로서는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아사히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의) 합종연횡으로 이러쿵저리쿵하는 걸 국민들이 보면 ‘저게 뭐야’ 할 것”이라며 국회의원 표가 특정 후보에 몰릴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선거 이후 국회 해산·총선 실시 일정도 구체화되고 있다. 요미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국회 해산 후 총선 실시를 주장하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당선될 경우를 가정해 “가장 빠른 일정으로 10월9일 해산, 15일 공시, 27일 투표설이 부상하고 있다”며 “일정에 여유를 두어 11월 초·중순 투표도 선택지”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다른 후보들은 시간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선 전) 국민들에게 판단 재료를 제공하는 것은 신임 총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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