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꺼지고 산사태에 정전, 교통편 두절…`물폭탄` 전국을 할켰다
20∼21일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땅꺼짐· 산사태·낙석·정전사고 등이 잇따랐다. 일부 주민들은 긴급히 대피해야 했다.
이틀간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경남 창원 도심은 물바다로 변해 도로 곳곳이 침수됐고, 200㎜ 넘게 내린 부산에서는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으로, 차량 2대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대저기압으로 변한 태풍 풀라산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는 강풍까지 불면서 가로수가 뿌리째 뽑혔고 농경지 등이 물에 잠겼으며, 산사태와 낙석·정전도 잇따랐다.
지난 20일 0시부터 21일 오후 2시까지 평균 강수량 175㎜를 기록한 경남 지역 곳곳은 물난리를 겪었다.
경남 창원 덕동에는 482.5㎜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창원 399.5㎜, 김해 339.3㎜, 고성 293.5㎜, 양산 292.7㎜, 사천 248㎜, 진주 203.6㎜ 등을 기록했다.
퍼붓는 장대비에 창원시 성산구 창원터널 김해 방향은 이날 오전부터 차량이 통제됐다가 오후에야 해제됐고, 불모산터널 김해 방향은 한때 통제됐다가 풀렸다.
밤새 내린 비로 경남지역 소규모 교량 189곳, 하천변 산책로 47곳, 둔치 주차장 15곳 등 호우 피해 우려 지역 308곳이 통제되고 있다.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는 고분 일부가 붕괴됐으며, 창원과 김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하수와 계곡물이 넘쳐 도로에 쏟아졌다.
부산도 270.9㎜의 폭우가 쏟아진 데다 밀물까지 겹친 피해가 컸다. 161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중 도로·차량 침수 신고 건수는 30여건, 맨홀 역류 신고는 20여건이다.
21일 오전 10시 13분께 부산진구의 한 도로 맨홀 주변은 역류하는 물에 아스팔트가 산산이 조각났고, 해운대 벡스코와 올림픽교차로 일대·연제구 거제동·강서구 지사동·부산진구 범천동 등 상습 침수 지역은 주민들의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
지난 19일부터 사흘째 호우가 이어진 전남에서는 장흥 유치면 33가구 42명, 담양 금성·고서면 등 27가구 32명, 광양 광양읍과 봉강면 등 86가구 90명이 산사태 우려 등으로 대피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21일 오전 3시 20분 병천천 환희교 일원에 홍수경보가 내려져 인근 혜능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직원과 학생 52명이 옥산중학교 강당으로 몸을 피했고,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 11명도 경로당 등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유실되면서 인근 주택 거주자 4명이 지인 집이나 숙박시설로 잠시 몸을 옮겼다
이날 전국 6개 시도에서 600여 명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외벽이 떨어지거나 무너지는 피해도 이어졌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10분께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는 건물 외벽 마감재가 떨어졌고, 비슷 시각 양사면 철산리 왕복 2차선 도로에서도 낙석으로 한때 일부 차선이 통제됐다.
앞서 20일 오후 7시께 전남 광양시 옥곡면과 진상면 284가구에서는 비바람으로 전기시설이 훼손되면서 정전이 발생해 1시간여 만에 전기공급을 재개했고, 이보다 앞선 오전 5시 45분께 광양시 옥룡면에서도 248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부산 남구에서도 21일 오전 11시 30분께 2천100여세대 아파트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평야 지역인 전북 익산·김제·군산·고창에서는 벼 712㏊와 원예작물 50㏊가 넘어지거나 침수됐으며, 전남지역 논 75.6㏊에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는 등 농경지 피해 면적도 계속 늘고 있다.
집중호우로 전국 4개 철도 5개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경부선 대전∼심천역 구간, 부산∼화명역 구간, 호남선 서대전∼익산역 구간, 가야선 가야∼부전역 구간, 동해선 센텀∼오시리아역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경전선 동대구~진주 구간과 경부 일반선 동대구~부산 구간에서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서해 기상 악화로 인천과 섬을 잇는 14개 항로 가운데 인천∼연평도와 인천∼백령도 등 13개 항로 16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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