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총재 "세계경제, ‘균열’ 마주해…100년 전 불황과 닮아"

“코로나 후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대응, 효과 입증돼”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세계 경제가 1920년대 불황 때와 비슷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진단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리가르드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1920년대와 2020년대 사이에 몇 가지 유사점이 눈에 띈다"며 말문을 열었다.

리가르드 총재는 세계 자유 무역의 약화와 기술 발전 측면에서 두 시대를 비교했는데 “현재 세계 경제가 경제 민족주의, 세계 무역 붕괴, 대공황을 초래한 1920년대의 압력에 버금가는 '균열'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리가르드 총재는 현대 중앙은행들이 구조적 변화를 관리할 도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20년대에는 금본위제 고수가 주요국 경제를 디플레이션과 금융위기로 밀어 넣었다며 당시 통화정책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늘날 우리는 전임자들보다 이런 구조적 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했다.

리가르드 총재는 또한 2022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자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국의 통화 정책 대응을 언급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높은 에너지 가격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할 때 심각한 고용 악화를 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하지만 2022년 말 이후 유로존에서는 고용이 280만 명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들이 실업률 증가를 피하면서 2년 이내에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물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도구가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리가르드 총재는 세계화 후퇴 가능성, 글로벌 공급망의 부분적 해체, 거대 기술 기업의 시장 지배,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 등 현안이 중앙은행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통화정책 입안자들에게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더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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