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1개 더 치면 140년 LAD 역사도 바꾼다, "오타니, 60-60 하려는 것 같아" 로버츠...55-55 페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전세계에서 하나 뿐인 야구 선수는 지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분명한 건 50-50에 만족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 첫 대기록을 달성한 지 하루 만에 홈런과 도루를 추가하며 시즌 52홈런-52도루에 도달했다.
오타니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를 마크했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앞세워 6대4로 승리했다.
전날 론디포파크에서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3홈런과 2도루를 포함, 6타수 6안타 10타점을 쏟아부으며 50-50 고지에 깃발을 꽂은 오타니. 그러나 홈으로 돌아온 그는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 더 높은 고지를 향해 맹렬히 질주한 것이다.
시즌 151경기에서 타율 0.297(603타수 179안타), 52홈런, 122타점, 125득점, 77볼넷, 52도루, 출루율 0.378, 장타율 0.635, OPS 1.013, 93장타, 383루타를 마크한 오타니는 양 리그를 합쳐 장타와 루타에 이어 득점 1위도 탈환했다. 홈런 및 타점, OPS, 장타율은 여전히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에 이어 2위, 도루는 신시내티 레즈 엘리 데라크루즈(65개)에 이어 역시 2위다.
특히 53홈런을 기록 중인 저지가 이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그쳐 오타니와의 격차가 1개로 줄었다. 이제 양 리그 통합 홈런왕의 향방은 더욱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티나가 1회말 첫 타석에 들어서자 영웅의 귀환과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4만9037명의 팬들이 일제히 일어나 함성과 박수를 보내줬다. 다저스 동료들은 3루 더그아웃 앞에 일렬로 서 역시 박수로 오타니의 기록 달성을 축하했고, 상대팀 콜로라도 선수들도 박수를 치며 오타니의 환영했다. 오타니는 타석을 벗어나 헬멧을 벗고 머리 위로 들어 팬들과 동료들에게 감사의 답례를 보였다.
첫 타석에서 콜로라도 좌완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낮게 떨어지는 82.4마일 너클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오타니는 0-1로 뒤진 3회 2사후에는 중전안타를 날렸다. 풀카운트에서 프리랜드의 6구째 87.3마일 가운데 낮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87.6마일의 속도로 우중간으로 흐르는 안타로 연결했다. 그러나 무키 베츠가 2루수 뜬공을 쳐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다.
오타니는 세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다저스는 0-2로 뒤진 5회말 선두 앤디 파헤스의 좌중월 솔로홈런으로 1점을 만회한 뒤 맥스 먼시의 2루타로 2사 2루 찬스를 다시 맞았다.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풀카운트에서 프리랜드의 6구째 몸쪽 어깨 높이로 날아드는 92.1마일 직구를 걷어올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넝머가는 투런포를 작렬했다. 발사각 27도, 타구속도 110.1마일, 비거리 423피트짜리 시즌 52호 아치. 도저히 홈런을 칠 수 없는 높이의 공이 담장을 넘어가자 대기 타석에 있던 베츠가 헛웃음을 보였을 정도.
오타니가 베이스를 도는 동안 다저스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열광적인 환호화 박수를 보내줬다. 기념비적인 50-50 달성을 TV를 통해 봐야 했던 이들은 다저스타디움 밤하늘을 반으로 쪼개며 날아가는 홈런포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홈런으로 3-2로 전세를 뒤집었다.
오타니는 4-3으로 앞선 7회에는 내야안타로 나가 도루를 성공했다. 1사 2루서 오타니는 우완 제이든 힐의 4구째 85.8마일 바깥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1루수 내야안타를 쳤다. 콜로라도 1루수 마이클 토글리아가 라인을 타고 흐르는 공을 다이빙캐치로 잘 잡아 1루로 직접 달려갔지만, 오타니의 발이 조금 빨랐다. 2루주자 토미 에드먼이 3루까지 가 1사 1,3루.
오타니는 베츠 타석에서 초구에 2루 도루에 가볍게 성공했다. 콜로라도 포수 헌터 굿맨이 송구할 겨를도 없이 스타트가 빨랐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도루로 만든 1사 2,3루서 베츠의 희생플라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내야안타로 2점을 보태 6-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날도 오타니는 의미있는 기록들을 남겼다. 다저스 역대 한 시즌 홈경기 최다 홈런 부문서 27개로 2019년 코디 벨린저(현 시카고 컵스)와 타이를 이뤘고, 한 시즌 홈런과 도루를 모두 기록한 경기가 14게임으로 늘어 1986년 리키 헨더슨(13게임)을 마침내 넘어섰다. 오타니는 남은 홈 5경기에서 홈런 1개를 추가하면 140년 구단 역사에서 한 시즌 홈 최다홈런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지금까지 페이스를 적용하면 오타니는 54.7개의 홈런과 도루를 마크할 수 있다. 55-55가 사정권이라는 뜻.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후 "내가 오타니를 아는데 말이지, 60-60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당신은 그를 결코 알지 못할 거야"라며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3연승을 달린 다저스는 92승62패를 마크, NL 서부지구 2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88승66패)와의 승차 4게임을 유지했다. 샌디에이고는 같은 날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3대2로 꺾었다. 다저스의 지구 우승 매직 넘버는 6에서 5로 줄었다. 남은 8경기서 5승을 보태면 자력으로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다. 올시즌 맞대결서 다저스는 3승7패로 밀리고 있어 같은 승수라면 샌디에이고가 우위에 선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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