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외이사 “현 경영진 지지” VS 사모펀드 “이사회 기능훼손”…공방 점입가경
고려아연 사외이사 전원이 최윤범 회장 지지를 선언했다.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하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이사회의 견제 기능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고려아연 사외이사 7인은 21일 성명서를 배포하고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려아연 경영진은 그동안 사외이사의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건전하게 운영돼 왔다”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로 인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은 “현 경영진이 오랫동안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성공적으로 경영하면서 비철금속과 자원 순환, 이차전지 배터리 공급망 소재 분야에서 구축한 장기적인 안목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고려아연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경우 고려아연의 구성원과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은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고려아연이 결국 해외 자본에 매각될 것임이 거의 분명한 만큼, 국내 주요기업들과 협업하여 확보한 국가 기간산업 및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 기술과 역량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MBK는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5600억원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에 활용된 투자, 완전자본잠식 이그니오홀딩스 5800억원 인수는 가당치도 않다”고 주장했다.
MBK는 고려아연 사외이사 7명 중에 부적격 인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인 모 교수가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운영했던 ‘청호컴넷’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MBK와 영풍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 대표와 중학교 동창지간이며,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8개 펀드 출자금의 80∼90% 이상이 모두 고려아연에서 지급됐다. 이 펀드들의 투자 대비 총손실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378억원(-24.8%)으로 추산된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에 활용된 원아시아파트너스 하바나1호 펀드는 고려아연 지분이 99.8%로, 최 회장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된 상태로 전해졌다.
MBK는 “최윤범 회장은 주식회사의 근본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했고,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최 회장에 대한 건전한 견제가 이뤄질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기업 집단이다. 이후 장씨·최씨 가문은 동업을 계속했지만, 최근 고려아연 분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애초 최씨 가문은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을 운영하고 영풍그룹 전체와 전자 계열사는 장씨 집안이 맡았지만, 영풍이 고려아연의 현금 배당 및 경영·투자 방침을 반대하며 갈등이 커졌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이 지분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33.13%를 갖고 있어 양가 비중이 엇비슷하다. 영풍은 MBK와 함께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해 공개매수 시작 전 55만6000원에서 20일 종가 기준 73만5000원로 32% 올랐다. 이날 장중에는 75만3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주가가 급등하면서 일부는 레버리지를 사용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 양상도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신용잔고는 공개매수 시작 전인 12일 186억6000만원이었으나 20일에는 424억8000만원으로 127.65% 급증했다. 이 기간 신용 잔고가 10억원을 넘는 코스피 종목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분쟁은 통상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강한 호재성 재료로 작용하지만, 공개매수가 종료되거나 인수전의 윤곽이 잡히는 순간 주가는 원래 가격으로 회귀해 일부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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