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MVP는 김도영, 신인왕은 김택연이라고?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4. 9.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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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3할-30홈런-30도루-100득점-100타점’ 이미 달성
하트의 ‘투수 4관왕’ 달성 여부가 변수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중 시대를 여는 등 흥행 폭풍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KIA 타이거즈는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KIA의 정규리그 1위는 2009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까지 합해 KIA는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게 된다. 부연하자면,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 불패의 기록을 갖고 있다. 단 한 번도 시리즈를 내준 적이 없다. 그만큼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타이거즈는 '무적'이나 다름없다. 

ⓒ연합뉴스

고교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으로 불려

KIA의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또 하나의 관심사는 고졸 프로 3년 차 김도영의 MVP 수상 여부다. 이미 프로야구계에서는 '어차피 MVP는 김도영'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팬덤이 강한 타이거즈 소속이고, 우승 프리미엄까지 있는 데다 성적 또한 남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9월18일 현재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4, 178안타, 37홈런, 105타점, 134득점, 39도루, 장타율 0.646, 출루율 0.417의 성적을 내고 있다. 득점과 장타율 부문은 1위, 홈런은 2위, 타율은 3위에 올라있다. 타율 3할-30홈런-30도루-100득점-100타점은 이미 달성했다.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 이후 리그 세 번째 대기록이다. 방망이 콘택트 능력과 파워, 그리고 빠른 발을 동시에 겸비하기가 쉽지 않은데 올 시즌 김도영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유 없이 고교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린 게 아니다.  

30(홈런)-30(도루) 기록은 리그 최연소로 달성했다. 최소 타석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 기록 또한 최연소 나이에 기록했다. 지난 4월 월간 10(홈런)-10(도루) 기록을 리그 최초로 달성하기도 했다. 

그의 나이 이제 스무 살에 불과한데 스타성까지 입증했다. KIA 구단은 김도영의 기록 유니폼(월간 10홈런-10도루, 사이클링 히트)을 최근 예약 판매했는데 무려 7만 장이나 팔렸다. 판매액만 100억원에 육박한다. 천만 관중 시대를 맞아 야구 팬들의 시선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다. 정규리그 MVP 투표가 KBO리그 취재기자단 투표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프로 입단 때 '파이어볼러'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제치고 KIA에 우선 지명됐던 것과 더불어 프로 1~2년 차 때 성장통을 겪은 스토리까지 있어 MVP 0순위 후보로 꼽힌다.

대항마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투수 부문의 절대 강자 카일 하트(31·NC 다이노스)가 있기 때문이다. 하트는 자동볼판정시스템(ABS)이 도입되고, 공인구 반발계수가 높아진 탓에 도래한 타고투저 시대에도 꿋꿋하게 제 공을 던졌다.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2.44(1위), 13승(공동 2위), 탈삼진 172개(2위), 승률 0.867(1위)을 기록 중이다. 여차하면 투수 트리플 크라운(투수 주요 지표인 다승·탈삼진·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하는 것)에 승률까지 더해 투수 4관왕에 오를 수도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은 하트를 비롯해 제임스 네일(2.53·KIA), 찰리 반즈(2.99·롯데) 셋뿐이다. 다승 부문에서는 현재 2위지만 원태인(13승·삼성 라이온즈)과 1승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하트는 9월14일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에 불편함이 있어 현재 2군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시즌 막판 1군 엔트리에 합류해 트리플 크라운에 재도전할 수도 있지만,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하트는 이전에도 감기몸살 증세 등으로 7월초부터 8월말까지 마운드를 비운 바 있다. 공백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도영을 위협할 강력한 후보였을 것이다. 팀 성적 또한 하위권인 것이 MVP 투표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나마 하트 외에 김도영을 위협하는 MVP 후보는 없다. 세밀한 지표인 WAR(대체선수 대비 팀 승리 기여도·스포츠투아이 기준)을 살펴보면, 김도영이 6.90이고 하트가 5.96을 기록 중이다. 둘 다 타자, 투수 부문 1위다.

ⓒ연합뉴스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김택연도 '주목'…황영묵, 맞수로 떠올라라

최우수신인선수 역시 두산 베어스 마무리 김택연(18)이 유력시되고 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올해 두산에 입단한 2005년생 김택연은 9월18일까지 58경기에 등판해 3승2패 1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 중이다. 2006년 롯데 자이언츠 나승현(은퇴)이 세운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16세이브)은 이미 갈아치웠다. 

김택연은 데뷔 달인 3월에는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71로 부진했지만, 4월 중순 이후 특유의 묵직한 강속구를 앞세워 빠르게 프로에 적응했다. 시즌 초반에는 승리조로 투입됐으나, 팀 마무리 중책을 맡았던 정철원과 홍건희가 잇따라 부진하면서 6월부터 반달곰 마운드의 뒷문을 책임졌다.

어린 나이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공을 던지면서 6월 5세이브 평균자책점 0.84(10⅔이닝 1자책), 7월 5세이브(1패) 평균자책점 0.90(10이닝 1자책)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김택연은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오히려 더 집중해 피안타율이 0.165에 불과하다. 이에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택연은 (리그 최고 마무리였던) 오승환(삼성)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택연에 맞설 신인왕 후보는 '묵이 베츠'로 불리는 황영묵(25·한화 이글스)이 꼽힌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통해 먼저 알려진 황영묵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한화에 지명됐다. 독립야구단에서 간절하게 야구를 했던 모습이 팬들에게 각인된 상황에서 프로에서도 특유의 허슬 플레이를 보여줬다. 9월18일 현재 그의 성적은 타율 0.301, 3홈런 35타점, 102안타.

프로야구 MVP 및 신인왕 투표는 정규리그가 끝난 뒤 포스트시즌 초반에 현장 투표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포스트시즌 성적이나 활약 여부는 투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MVP 투표지에는 '김도여'까지, 신인왕 투표지에는 '김택여'까지 적혀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각각 받침 ㅇ과 ㄴ만 덧붙여지면 완성되는 것이다. 그만큼 올 시즌 이들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 터. 이들이 잔여 경기를 통해 마지막 받침을 완성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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