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앵과 뉴스터디]1년 8개월 파헤쳤다…용산 이전, 비리 있나? 없나?

동정민 2024. 9. 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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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참여연대는 용산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과다 지출한 것 아니냐,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 있는 업체가 공사에 참여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 두 가지 의혹이죠. 감사원이 1년 8개월 동안 감사를 벌여 지난 12일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공사 책임자인 대통령 경호처 간부가 구속됐는데요. 한 방에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감사원,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왜?

문재인 정부까지는 청와대에 있었죠.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 대통령이 사는 집인 관저, 외빈을 모시는 영빈관과 비서들이 쓰는 비서동, 기자들이 머무는 춘추관 등 크게 보면 5개 건물이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을 늘리겠다”며 용산으로 이전했습니다. 옮기면서 본관에 비서동과 춘추관을 합쳐 대통령실 하나, 그리고 관저, 이렇게 두 곳이 됐습니다.

대통령실은 기존 국방부 청사를 리모델링했습니다. 관저는 조금 떨어진 한남동에 있는데, 원래 외교부장관 공관이었던 곳을 새 단장했습니다. 주거동과 업무동 2개 건물로, 전체 면적이 1만 4710㎡(4449평)입니다. 기존 국방부는 옆 건물로, 외교부장관 공관은 청와대 근처인 삼청동으로 옮겼습니다. 청와대는 시민들에게 개방했죠.

그런데 비용이 논란입니다. 윤석열 당시 인수위원회가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에 496억 원이 든다” 발표했습니다. △집무실 리모델링 252억 △국방부&합참 이전 118억 △경호처 이사 99억 △관저 리모델링 25억 원 등입니다. 대통령 당선 직후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다음달인 2022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예비비를 의결합니다.

윤 대통령이 5월 10일에 취임하는데 바로 용산으로 들어가죠. 그 무렵인 5월 중순, 바로 공사에 착수합니다. 윤 대통령은 7월 4일 리모델링이 다 끝난 집무실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관저 공사가 마무리되는 동안 원래 집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살다가, 11월 7일에는 한남동 관저에까지 입주를 마칩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민감사를 청구합니다. ①특정 업체에 특혜가 있었다 ②496억 원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다 등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그 감사 결과가 이번에 발표가 된 거죠.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 감사 결과는?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업체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21그램’이라는 인테리어 업체입니다. 과거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에 수차례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곳입니다. 그리고 실제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습니다.

1) ‘21그램’ 수의계약, 특혜인가
국가사업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 계약을 따내려면 경쟁계약이 원칙입니다. 세금을 쓰다 보니, 공개 모집을 통해 업체끼리 경쟁하고 그 중 가장 저렴하고 질 좋은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겁니다. 그런데 용산 이전 때는 ‘21그램’이 경쟁 없이 임의로 선정되는 수의계약을 맺습니다. 그렇다보니 김 여사와 아는 업체가 돈 벌게 해주려 특혜를 줬다 문제가 제기됐죠.

수의계약 맺은 것 자체에 대한 감사 결과는 문제없음. 관저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국가 안전보장, 국가 방위계획 등 보안상 필요가 있거나 국가기관의 행위를 비밀리에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관저는 최상위 보안시설인 만큼 내부 인테리어까지 보안 사항이거든요. 공개경쟁을 위해선 다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불가피했다는 겁니다.

2) 왜 하필 ‘21그램’인가
그럼 왜 하필 ‘21그램’을 선정했을까요? 감사원도 이 부분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이전을 총괄한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은 “보안, 전문성, 신속성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선정했다”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1그램’을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해 그 분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판단했다” 말합니다.

하지만 누구 추천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답변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추천했는지, 왜 ‘21그램’이 선정됐는지는 감사원도 “확인할 수 없다” 결론 내며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3) 특혜로 큰돈 벌었나
용산 이전 계약으로 ‘21그램’이 큰돈을 벌었으면 특혜를 의심할 만합니다. 그런데 감사원은 “통상적 이윤”이라 특혜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감사를 해보니, 처음 ‘21그램’이 견적서에 써온 공사비용은 41억 1600만 원이었는데, 관저 보수 공사에 책정된 정부 예비비는 고작 14억 4천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1그램’은 신속한 진행을 위해 계약도 전에 공사부터 시작합니다.

결국 주거동 리모델링을 먼저 하고, 업무동은 별도 계약을 맺어 진행합니다. 전체 보수공사에 든 돈은 35억 7천만 원. 여기에는 인테리어 공사뿐 아니라 증축 및 전기 공사, 설계‧감리 비용까지 포함돼있습니다. 감사원은 ‘21그램’이 특별히 부풀려 가져간 돈은 없다는 게 감사 결과입니다.

4) 절차상 문제는 없었나
다만 감사원은 “급하게 공사가 진행돼 행정적 절차를 어겼다”며 대통령 비서실장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의를 줍니다. ‘21그램’ 등이 계약 체결 전에 공사부터 시작한 것을 문제 삼습니다. 또 ‘21그램’이 인테리어 업체라 증축 공사를 할 자격은 없다 보니 하도급을 줬는데, 무등록 업체와 계약했거든요. 비서실이 제대로 관리를 못했단 지적입니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걸까 싶었지만, 이번 감사로 인해 충격적인 경호처의 비리가 드러납니다.

▶감사원이 발견한 충격적인 ‘경호처 비리’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이전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보안과 안전일 겁니다. 특히 건물 창문을 총알도 못 뚫는 방탄창호로 다 설치해야겠죠. 여기에만 20억 4천만 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해당 공사는 경호처 부장이 총괄하는데, 스포일러를 하자면, 정말 간이 큰 사람입니다.

부장은 2008년부터 알고 지낸 브로커에게 공사를 맡깁니다. 브로커는 방탄창호 C 시공업체와 경호처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했고, C 업체가 공사를 따냈습니다. 그런데 C 업체가 받은 금액은 원가와 이윤을 합해 4억 7천만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예산이 20억 4천만 원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죠.

나머지 15억 7천만 원은 어디로 간 걸까요? 다 브로커가 채갔습니다. 브로커 본인의 배우자를 대표로, 딸을 사내이사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C 업체와 따로 17억짜리 창틀 납품계약을 한 겁니다. 창틀 제작에는 1억 3천만 원밖에 안 들었지만 부풀려 17억 원을 받았고, 차액을 꿀꺽한 거죠. 경호처 부장은 브로커가 한 짓을 알고도 눈감아줍니다. 공사 끝날 때까지 둘은 가족 여행도 가고 신촌 단란주점에서 접대도 받으며 친밀하게 지냅니다.

그런데 경호처 부장의 만행, 또 있습니다. 경호처 사무실을 이전하며 6개 총 27억 9천만 원짜리 공사를 G 업체에 맡기는데, G 업체도 돈을 떼먹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내구성 좋은 이중마루 대신 저가 자재를 사용해 이익을 본 겁니다. G 업체는 2022년 2월 대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공사를 맡으며 경호처 부장과 알게 된 사이입니다. 경호처 부장, 자신이 아는 G 업체가 부실공사로 혜택을 보게 한 거죠. 이후 대가로 G 업체에 개인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경호처 부장에게 과거 돈을 빌려준 한 경호처 퇴직 직원이 “평창에 있는 내 땅을 팔아달라” 부탁한 겁니다. 부장은 G 업체 대표에게 대신 평창 땅을 사달라 합니다. G 업체는 3천만 원짜리 땅을 7천만 원에, 웃돈을 얹어 삽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알고 보니 경호처 부장,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공사도 맡았는데 당시에도 계약을 몰아주고 뇌물을 받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파면을 요청하고 수사를 의뢰했고, 구속됐습니다.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결론 어떻게 봐야?

민주당은 “봐주기 감사”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선정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에 국정감사에서 파고들 거라 예고했습니다. 비용도 496억 원보다 훨씬 많은 돈, 최소 60억 원이 더 들어갔다며 약속대로만 썼다는 대통령실의 말은 거짓이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감사원도 공사에 정확히 얼마가 들어갔는지 밝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저 공사에만 해도 실제 더 많은 공사비가 들어가는 등 496억 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간 건 맞는 걸로 보입니다. 물론 공사를 하다보면 자재값이 오를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돈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수위가 처음에 용산 이전 비용도 많이 드는데 굳이 꼭 가야 하냐는 지적에 대해 “496억 원도 높게 책정한 것”이라며 더 쓸 일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게 화근이죠.

오래 끌어온 용산 이전 의혹, 새로 밝혀질 부분이 있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퀴즈 나갑니다!

정답을 아신다면 유튜브에 ‘동앵과 뉴스터디’를 검색해서 해당 영상에 댓글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시원한 커피를 드립니다.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내일 뵙겠습니다.

구성: 동정민 전민영 기자·김정연 작가
연출: 황진선PD
편집: 박현아‧임진우PD

동정민 기자 ditt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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