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전문가 석호현 "유보통합 성공은 사회적 합의가 최우선"
어린이집·유치원 간 갈등 해소방안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발달단계별 보육·에듀케어 통합 커리큘럼 마련도 선행돼야
[수원=뉴시스] 이준구 기자 = 국회가 지난해 12월8일 본격적인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체계 통합)에 앞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6월 말부터 어린이집 등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영유아 보육 업무가 교육부·시도 교육청으로 이관돼 일원화됐다.
김대중 정부 이후 여러가지 이유로 30여 년을 끌어왔던 이 문제가 일단 첫 단추를 꿰고 출발점에 서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통합법 제정을 추진하고, 본격적인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은 이르면 2026년부터 시행돼 경기도교육청도 유보통합추진단을 구성, 지역 별로 설명회에 나서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내 영유아 대상 기관수는 1만657개, 영유아 수는 49만2776명으로 전국 30% 규모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조직구성·예산·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의 자격통합과 관련한 갈등 해소·통합 교과과정 개발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 많다.
유아교육 전문가인 석호현(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학촌유치원)씨는 "심각한 저출생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30여 년을 끌어온 유보(幼保)통합이 시작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교육부가 생애주기별 교육에서 영유아교육을 전담하겠다고 나선 것도 일단은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30여 년 동안 추진했던 제도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난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자격 일원화 등 통합된 교사 수급과 관련해서는 "대학에서 영유아 통합과정을 배워 졸업생이 배출되는 2026년에나 본격화될, 시간이 좀 걸릴 문제다. 현재 재직 중인 보육교사는 일정 시간 유치원교육과정 등의 재교육을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할 수밖에 없다"며 "유치원 교사들이 우려하는 역차별·방학실종·근무시간 연장 등은 학급당 아동 수의 감축과 적극적인 현장의 목소리 수렴으로 이를 타개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통합과정에서의 모든 문제는 정책 당국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받아들여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교육의 제도권에 들어선 영·유아학교는 결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 영유아 발달과 특성을 고려한 ‘질 높은 새로운 교육기관’으로 재설계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느 정책이나 쟁점과 갈등은 존재한다.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에 묻히기보다는 ‘아이들의 헌법상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보장’과 ‘공정’의 가치라는 시대정신에서 출발, 아이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30여 년 동안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석호현 전 이사장은 "현재는 돌봄과 유아교육의 통합 형태를 명확히 하는 것도 관건이다. 여기서 0∼5세를 하나로 묶을지, 0∼3세는 돌봄 중심으로, 4∼5세는 유아교육 중심으로 운영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며 "출생률이 급격하게 감소함에 따른 출구전략도 필요한데다 예산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교육청·지자체·학계·영유아교육 현장이 모두 하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14조에 이를 것이라는 예산 확보에는 지자체와의 매칭사업이 많다. 어린이집 운영비와 보육교사 인건비 항목으로 지원하는 지자체의 보조금의 종류만 해도 60여 개에 달해 보육에 열중해야 할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들이 보조금 신청과 정산을 위한 서류 작성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제 교육부로 일원화된 만큼 어린이집·유치원 등 유보통합학교의 교육·보육 관련 보조금 신청 및 지급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1961년 경기 이천 출생의 석호현 씨는 호원대 사범대 유아교육과와 아주대 행정대학원 석사로 미드웨스트대학교 대학원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교육부 중앙유아교육위원·국무조정실 유보통합추진위원회 실무조정위원 등을 역임하고 한국스페셜올림픽 경기도위원장도 맡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le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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