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베테랑1》에너지 유지하고 싶었다”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황정민이 '류승완표' 액션범죄수사극 《베테랑2》로 올 추석 극장가를 이끌었다. 1341만 관객을 동원하며 공전의 흥행을 기록한 전편에 이어, 같은 캐릭터인 서도철 형사로 9년 만에 컴백했다. 칸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영화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이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서도철은 죄짓고 사는 놈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쫓아 잡아내고, 무슨 사건이든 한번 물면 끝장을 보는 강력범죄수사대의 형사다. 새롭게 합류한 빌런 정해인과 호흡을 맞춘다.
황정민은 "《베테랑》을 찍었을 때부터 속편을 진심으로 원했고,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고 서도철 형사로 다시 돌아오게 된 기쁨을 표현했다. 그는 "9년 만에 돌아왔지만 관객들이 '서도철'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꼈으면 했다. 1편에서의 에너지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애정을 가졌던 캐릭터를 9년 만에 다시 연기했다.
"애정을 가졌던 작품이라 개봉을 앞둔 지금 조마조마하다. 전편에 이어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고민이 있었지만 걱정보다는 자신감이 더 컸다. 서도철은 1편부터 내가 가공해 만들어 놓은 인물이라 누가 할 수 없고 저만이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1편이 어려웠고 2편은 편안하게 작업했다. 더 큰 고민은 과한 액션과 겨울 촬영의 추위를 어떻게 견디나 하는 것이었다."
《베테랑》의 '서도철'은 배우 황정민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때가 아마 영화 《신세계》를 찍고 있을 때였다. 배우로서 나름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안 하고 쉬자니 그것도 힘들고, 그 힘든 시기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그 시기에 류승완 감독과 얘기를 하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어렵게 할 이유가 뭐가 있나, 할 수 있는 것들을 재미있게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게 《베테랑》이었다. 그래서 《베테랑》을 촬영하는 자체가 내게는 힐링이었고, 개봉과 동시에 너무 잘돼서 복덩이 같은 작품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개인적인 얘기이긴 한데, 어떤 직업이든 일하면서 자괴감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내가 왜' 혹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덧붙여 내가 재미있어서 선택한 대본이고 그래서 관객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뚜껑이 열린 뒤 '왜 관객은 재미가 없다고 하지?'라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다."
류승완 감독이 서도철이라는 인물에 자연인 황정민이 많이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딱히 그렇지는 않다. 뭐가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제가 서도철처럼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웃음). 서도철 같은 인물이 우리 주변에 있으면 든든하지 않겠나. 형이나 삼촌이면 근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 비하면 저는 아니다. 하하."
극 중에서 서도철이 아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황정민은 아들에게 사과를 하는 어른인가?
"당연히 한다. 노력하려고 한다. 물론 자식에게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고 해서 '난 다 성장했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형편없을 수 있지만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이 사회가 그나마 복잡하지 않고 정도 있는 사회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영화는 1편보다는 스토리가 조금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2편에서는 '기본은 무너지지 않고,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 두 가지가 우리 영화가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1편의 무드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게는 어쩌면 '배신'일 수도 있을 만큼, 2편은 완전히 다른 톤의 작품이다.
"감독님은 애초에 1편과 같은 톤으로 2편을 그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똑같은 걸 답습하지 않고 또 다른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사실은 걱정스러웠는데, 한편으로는 예술가로서 존경스러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박수를 쳤다. 이미 《부당거래》라는 작품을 함께 해봐서 심도 있게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서인지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좋은 돌다리를 건너지 않고 힘들게 돌을 모으려고 하나'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1편에서 입었던 옷을 똑같이 입었다.
"《베테랑2》가 나온다고 하자 벌써 9년이 됐냐고 묻는 분이 많다. 아마도 명절 때마다 《베테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면 《베테랑2》를 봤을 때 1편이 얼마 안 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것도 제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편의 의상을 그대로 입었다. 너무 신기했다. 마치 9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이번에 입었던 옷들이 또다시 보관돼 있다. 3편을 찍는다면 또 입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테랑2》는 추석 극장가에 '나 홀로 출격'을 했다. 성수기에 한 작품만 걸리는 것이 이례적이다. 주연배우로서는 좋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영화인으로는 속상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당연하다. 혼자 나와서 좋기도 하지만 친구가 없으니까 속상하다. 예전에 추석 때 버스를 타고 무대 인사를 다닐 때면 함께 개봉하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같이 파이팅 하고 그랬다. 그런 잔재미가 없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인지 이번 언론시사회 때도 말했지만 이 모든 게 귀하고 소중하다. 예전에는 이런 자리가 많아서 느끼지 못했는데 비로소 느끼게 된다."
형사 캐릭터에는 어떻게 접근했나.
"사실 그간 《사생결단》부터 형사 역할을 많이 했다. 기본적으로 형사에 대한 상식이 숙지돼 있는 상태라, 어떻게 하면 서도철이 더 매력 있는 인물로 보일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를 들면 형사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지 않나. 《인정사정없다》의 (박)종훈이 형,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마)동석이가 했던 마석도 형사, 《공공의 적》의 (설)경구 형이 했던 형사 캐릭터처럼, 한국 영화의 형사 계보를 잇고 싶은 캐릭터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황정민처럼 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기는 타고난 게 없다. 배우는 몸이 악기이기 때문에 훈련을 시켜줘야 한다. 책도 많이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연기도 테크닉이 필요하기에 공부를 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이다. 저도 30대 때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이후 열심히 공부하며 연기했던 것이 지금 잘 쌓여 이렇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젊은 배우들이 간혹 제게 연기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 저는 농담으로 '얼굴로 승부할 거야? 연기로 승부할 거야?'라고 묻는다. 연기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하면 '그럼 나를 찾으면 안 되지'라고 얘기한다. 하하."
요즘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온라인상에서도 핫하다. 조승우, 지진희와 함께 여행 간 사진도 화제가 됐고, 유튜브 《핑계고》 출연으로 10대들에게도 친숙하다.
"그 '술톤 사진'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건 젊은 친구들의 시선일 뿐이지 사실 그때 우리는 '짜치게' 놀러 간 것일 뿐이다(웃음). 시간이 지나고 다들 자기 몫을 하는 배우로 자리 잡다 보니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 저는 배우로 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확실히 구분한다. 배우가 아닐 때는 동네 백수 아저씨처럼 돌아다닌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걸 젊은 친구들이 힙하게 봐주면 고맙지만, 분명한 건 예나 지금이나 제 삶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에 연극에도 도전했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나?
"저는 직업이 배우인 사람이다. 광대로서 열심히 연기하는 것이고, 관객들과 작품으로 소통하고 얘기하는 게 예술가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것들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저희 부모님이 제게 어떤 배우를 소개할 때 저는 전혀 모르는 분이지만 '나 젊었을 때 이러이러한 배우가 있었는데 참 좋았다'고 말씀하시는 배우들이 있다. 저 역시 그렇게 소개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다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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