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시달렸던 50대女,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형 집유...法 “억울한 감정 쌓였을 것”

“피고인은 피해자와 법률혼 내지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 피해자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해 왔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범행도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의 머리카락을 잡아 밀치는 등 피고인에게 유형력을 행사하고 칼을 들어 피고인은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여···.” (2심 재판부 판결문 내용 중 일부)

폭력 일러스트=김성규. /조선일보DB

50대 여성 김모씨는 A씨와 2017년 1월 혼인신고를 했다. 둘은 2022년 3월 이혼을 했지만, 그 이후로도 같이 살았다. 하지만 A씨는 술을 마시면 김씨에게 욕설을 하며 폭력 행위를 거듭했다.

2023년 7월. 김씨는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새벽 5시쯤 경기 의정부시 주거지로 돌아왔다. 둘은 귀가 과정에서 말다툼을 했고, 술에 취한 A씨는 집에 온 뒤 화분을 발로 차고 김씨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며 그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리곤 부엌에 있던 칼을 꺼내 들고 김씨를 향해 “XX년이 어디서 주접을 떨어”라며 욕설을 했다.

김씨는 A씨의 오른손을 붙잡고 칼을 빼앗은 다음 A씨에게 “그럼 꺼져 오지마 X신아”라고 대항하며 밖으로 나가라고 밀었다. 그러자 A씨는 소리치면서 배를 들이밀었고, 김씨는 순간 격분해 살해 의도를 갖고 칼로 A씨 명치 부위를 한 차례 찔렀다. 그러나 A씨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지자 겁이 나 더 이상 찌르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A씨는 상처를 봉합하고 5일 뒤 병원에서 퇴원했다.

이후 김씨는 경찰 조사 등에서 자신이 A씨를 찔렀다고 곧바로 진술했다. A씨로부터 뇌경색이 올 정도로 맞기도 해 본인이 교도소에 들어가 헤어지기 위해 칼로 찔렀다고 했다. 실제로 A씨는 김씨의 얼굴과 몸을 수회 때려 상해를 입히는 등 김씨를 상대로 다수의 폭력 범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실형을 포함한 전과가 다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김씨도 A씨를 상대로 한 폭력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고법. /조선일보DB

1심 재판부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김씨는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찔렀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표시하고 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도 “김씨는 평소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억울한 감정이 쌓인 상태에서 다시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씨는 2심 재판 최후 변론에서 다른 범행으로 수감 중인 A씨가 출소하면 함께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