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공포에 떨던 백제의 마지막 왕…‘이것’ 보고 송편 만들게 된 사연은 [추동훈의 흥부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4. 9. 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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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71][프로토타입-01] 송편

세상의 모든 새로운 것들은 프로토 타입을 거쳐 완성됩니다. 시제품 또는 초기모델을 뜻하는 ‘프로토타입’ 시리즈는 모든 것의 탄생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금은 당연한 여러 발명품과 기업의 초창기 이야기, 프로토타입에서 들려드립니다.
송편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길 것만 같던 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도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가족과 친척, 고향 친구들과 덕담을 나누고 행복한 시간은 항상 짧게만 느껴지는데요. 그 시간을 더욱 풍족하게 해줄 맛있는 명절 음식이 빠질 수 없겠죠. 대한민국 명절을 대표하는 음식하면 이 것 저것들이 생각나실 텐데요.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추석을 살찌우는 친구 ‘송편’ 이야기입니다.
송편(출처=농림축산식품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만 먹는다는 송편. 송편은 추석때 제일 먼저 수확한 햅쌀과 햇곡식으로 빚어 한 해의 농사가 잘 지어지길 기원하고 차례상과 묘소에 올리는 음식입니다.

송편은 옛날 소나무 ‘송(松)’자에 떡 ‘병(餠)’자를 써서 ‘송병’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이는 솔잎으로 찐 떡이란 의미로 소나무처럼 건강히 지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 솔잎은 송편끼리 엉겨 붙는 것을 막아줘 본래 모양을 유지해줄 뿐 아니라 떡에 솔잎 향이 배어들어 맛도 향도 좋아지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의자왕이 꾼 꿈에서 탄생한 반달 송편
송편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는 백제시대로 돌아갑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의 마지막왕 의자왕과 송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원래 송편 모양은 보름달처럼 큰 원형 떡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자왕이 좀처럼 잠에 들지 못해 뒤척이고 있던 와중 시퍼런 도깨비불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의자왕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그러던 도깨비불은 “백제는 곧 망한다”고 외치며 순식간에 땅 아래로 숨어들어 갔는데요. 의자왕이 그 땅을 파보니 그 곳에 거북이가 나왔고 그 등껍질에는 “백제는 둥근 달이요, 신라는 반달이다”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백제 마지막왕 의자왕
이에 한 점술가는 백제는 이미 가득 찬 보름달이니 작아질 일만 남았고 신라는 반달이니 더 큰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멀리 신라까지 알려지게 됐고 신라 사람들은 반달 모양 송편을 빚어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 역사에서도 백제는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고 신라는 삼국을 통일한 통일 국가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설화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민족이 왜 반달 형태 송편을 예쁘게 만들게 됐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는데요.

일년 내내 먹던 떡, 민족의 떡 송편
실제 문헌 등에 따르면 송편은 고려시대부터는 대중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송편이라는 말이 문헌에 직접 등장한 것은 18세기입니다. 1775년, 역어유해보에 처음으로 ‘숑편’이란 단어가 나옵니다. 이 후 1938년 조선어사전(朝鮮語辭典)에도 송편이 등재돼 있는데요. ‘송편(松-)’으로 표시하여 ‘송’의 어원 정보만 정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여전히 편이 정확히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살짝 의견이 분분하기도 합니다.

송편(출처=에듀넷)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 송편이 추석에 먹는 떡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과거 역사서를 살펴보면 송편은 일 년 내내 민족의 명절마다 즐겨 먹던 한민족을 대표하는 떡입니다.

설날과 단오 등 명설마다 수확기를 맞은 재료를 이용해 계절별로, 때별로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또 음력 2월 초하룻날은 머슴날로 불리며 송편을 일꾼이나 머슴들에게 대접하며 격려와 감사의 의미로도 쓰였습니다.

지역특색 입은 송편의 맛
그리고 송편은 지역별로 분화되고 특색이 더해져 형형색색의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경북이나 제주도 등지에서는 동그란 모양에 가운데가 오목이 들어간 비행접시 형태의 송편을 빚고 있습니다. 반달송편 설화에서 반달 모양 송편의 유래를 살펴봤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보름달 형태의 송편이 송편의 원형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바로 경북과 제주도의 송편이 그 방증이란 것이죠.

서울과 경기를 대표하는 송편은 다섯 가지 색을 낸 오색 송편이 있습니다. 쑥과 오미자, 치자 등 천연 재료의 색을 입혀 한입 크기로 작게 만들어 깨와 콩을 소로 넣는 것이 특징이지요.

강원도 역시 지역 특산물 감자를 갈아 녹말을 추출해 만든 감자송편이 유명합니다. 투명한 반죽이 특징으로 손자국을 내어 빚는 독특한 형태가 눈에 띕니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모시잎을 갈아 반죽한 쫄깃한 모시잎 송편이 유명한데요. 이 역시 그 특유의 향과 맛이 일품이죠.

모시잎송편(출처=국가유산청)
민족의 대명절 추석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에서도 공통적인 큰 명절인데요. 중국은 달떡이라 불리는 월병을 먹으며 일본은 스키미단고라는 보름달 모양의 음식을 먹는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추석음식이 바로 송편인 것입니다.

시대마다, 지역마다 제각기 빚어내는 송편의 모양과 맛은 달랐겠지만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 명절의 역사를 함께 해온 송편.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떡으로서 그 정체성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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