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되면 주식시장 ‘진짜’ 위축될까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주식의 매매차익, 펀드 환매에 따른 이익, 채권의 양도차익, 상장지수펀드(ETF)의 매매차익 등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모두 금융투자소득으로 구분해 세금을 매긴다. 구체적으로 국내 상장주식의 경우 양도차익이 5000만원 이상이면 20%, 3억원 이상은 25%를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각각 22%, 27.5%의 세율이 적용된다. 과세기간은 해당 연도 1월1일부터 12월31일이다. 징수 방식은 우선 각 금융권에서 반기별로 원천징수하고, 원천징수로 세금을 정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다음 해 5월에 투자자의 확정신고로 최종 세금을 확정한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찬반 입장은 비교적 뚜렷하다. 금투세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투자시장의 위축을 우려한다. 반면 찬성하는 측에서는 과세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하며 시장 위축은 과장이라고 말한다. 제기되고 있는 주장들을 확인해 보자.
과세 대상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한 해에 주식 투자로 1억원 이상을 벌기는 힘들다. 평균적인 개인 주식 투자자가 금투세 납부 대상이 될 가능성은 적다. 상장주식 5억원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연 10% 이상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금투세를 적용받을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1%에 해당하는 14만 명 정도다. 채권과 펀드 그리고 파생상품 등의 투자자를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정말 부자만 내는 세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주식과 달리 채권이나 펀드, 파생상품 등은 양도차익이 연 250만원만 넘으면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금투세, 韓 투자자에 무조건 불리하진 않아"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일단 과세는 세후수익률을 낮춰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이미 주식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는 50억원 이상 투자 대주주들은 달라질 게 없지만 이보다 투자 규모가 작아 새롭게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투자자들은 이탈 가능성이 있다. 거액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탁결제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개인투자자의 주식보유액 비중은 전체 시가총액의 28%이고,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0.5%의 개인투자자가 전체 개인 보유 금액의 49.4%를 차지한다. 투자자라면 주가 하락을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마 금투세가 가져올 불확실성은 지금도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 오로지 비과세라는 이유로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과세의 영향은 더 줄어든다. 과세 대상이 되는 개인투자자 일부가 주식을 처분하면서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기업 가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일시적인 주가 하락은 오히려 다른 소액투자자에게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금투세 시행이 투자자에게 무조건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투자자 상황에 따라 다르다. 금융투자소득은 손실을 제외한 순이익을 의미하며, 금융투자소득으로 구분되는 소득은 이익과 손실을 상계해 순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이 매겨진다. 또 지난 5년간 손실액을 이월 공제받을 수도 있다. 지금은 이익과 손실이 발생했을 때 손실은 인정하지 않고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있다. 절세를 위해서라면 투자 시점보다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발생한 종목은 금투세 시행 이후로 매도 시점을 미룰 수도 있겠다. 금투세는 분리과세이므로, 금융투자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종합소득세 대상에선 제외된다는 점도 있다.
"5년 전 입법 때도 논의 부실, 與野 반성해야"
금투세가 원칙에 부합하는 세금인 점은 맞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건 조세의 기본원칙이고 가급적 노동과 거리가 먼 불로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땀 흘려 일해서 번 근로소득에는 세금을 매기면서 투자소득에는 세금이 없다면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금융상품 간 과세의 중립성 확보도 바람직하다. 은행 저축 이자와 주식 배당 소득에 대해선 현재 14% 세율이 적용된다. 특정한 금융상품이 다른 상품보다 세금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은 좋지 않다.
지금의 금투세 관련 세법이 합리적이기만 한 건 아니다. 국내 주식의 기본공제 5000만원과 채권이나 파생상품 같은 다른 금융상품들의 공제 250만원은 차이가 너무 크다. 장기 투자 정착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주식 투자로 한 해 5000만원의 차익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장기 투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세법은 장기 투자와 단기 투자 간에 차이가 없다. 투자자가 세금을 피하려면 좋은 주식을 잘 골랐다고 해도 장기 투자를 하는 대신 주식을 매년 팔아 수익을 조금씩 챙겨야 한다.
금투세는 2020년 말 여야 합의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됐다. 원래 논의가 시작된 것은 당시 금융투자협회가 여당이었던 민주당에 제안하면서부터였다. 당시는 한국 증시가 박스권 장세에 갇혀 있는 데다 코스피 지수가 10년 넘게 2000선 부근에서 벗어나지 못해 거래세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던 시점이다. 자연스럽게 주식거래세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대신 투자이익이 났을 때만 세금을 부과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져 소득세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23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시행 시기가 2025년으로 미뤄졌다.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상장주식 관련 금투세 수입은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시행한다고 막대한 조세 수입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폐지한다고 대단한 세수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아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아무래도 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폐지가 대단한 호재도 아니다. 실제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논란이 되는 쟁점들은 모두 이미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어야 하는 문제들이다. 금투세 도입 당시에는 눈을 감고 있다가 5년이 지난 지금 와서야 논란을 거듭하는 건 그만큼 우리 국회가 입법 과정에 치열하게 임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여야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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