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국내외 대회 출전…부부 금실 쌓는데 마라톤이 최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4. 9.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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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동호회에서 회식하는 날 남편을 만났어요. 그때부터 함께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도 했죠. 전 마라톤 풀코스 도전엔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매번 풀코스에 출전해 상위권에 입상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어떤 기분이길래 저렇게 달릴까’ 생각했고, 풀코스를 완주해야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풀코스 출전을 감행했죠.”

목영주 씨가 한 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다. 그는 2009년부터 달리기 시작했고, 마라톤 동호회에서 만난 남편 이병도 씨와 2017년 결혼한 뒤 국내외 대회를 출전하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목영주 씨 제공.
회사원 목영주 씨(41)는 2016년 가을 처음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했다.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 이병도 씨(40)가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다. 3시간47분대 기록으로 완주했고, 그때부터 마라톤에 빠져 들었다. 목 씨와 이 씨는 마라톤이 인연이 돼 2017년 결혼했고, 훈련과 대회 출전을 함께 하고 있다.

목 씨는 2009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10km 대회에 함께 나가자는 친구의 권유로 뛰었다. 주 1, 2회 건강을 위해 달리며 10km 코스에 가끔 출전했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풀코스에 입문하며 마라톤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그는 “전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이 잘 달렸다고 했다. 그때부터 풀코스 기록 단축을 위해 달렸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 꿈의 무대인 보스턴마라톤 출전을 목표로 잡았다. 보스턴마라톤은 참가 자격 기준이 있다. 여자 30대의 경우 3시간35분 이내 기록이 있어야 했다. 하루 5~8km, 한 달 평균 100km를 달리던 그는 월 평균 약 200km로 달리는 거리를 두 배로 늘렸다. 주당으로 따지면 50km다. 퇴근한 뒤 저녁에 주 5일을 이상을 달렸다. 그는 “그동안 풀코스 완주에 대해 ‘과연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니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목영주 씨가 2023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즐겁게 달리고 있다. 그는 이 대회에서 3시간14분59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목영주 씨 제공.
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3시간40분에 완주했고, 그해 11월 3시간 27분을 기록해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얻었다. 2019년 남편 및 지인들과 함께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해 개량 한복을 입고 즐기며 4시간59분에 완주했다. 그는 2018년에도 남편과 런던마라톤을 달렸다. 남편이 지난해 베를린마라톤을 달릴 땐 따라가 응원했다. 목 씨는 “남편 응원도 좋았지만 남녀 엘리트 부문에서 우승한 선수들을 눈앞에서 직접 본 게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

2023 베를린마라톤 여자부에서 티지스트 아세파(28·에티오피아)가 2시간11분53초의 세계 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다. 남자부에서는 2022년 이 대회에서 세계 기록(2시간1분09초)을 세운 엘리우드 킵초게(30·케냐)가 2시간2분42초로 개인 통산 5번째 베를린마라톤 챔피언에 올랐다.

목영주 씨가 2019년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해 개량 한복을 입고 달리고 있다. 목영주 씨 제공.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대회가 없어져 주춤했다. 2019년 가입한 ‘더뉴런(The New Run)’이란 동호회에서 달렸고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대회는 없었지만 도로와 산을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다시 대회가 활성화되면서 개인 최고기록 경신에 도전했다. 그리고 지난해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56초를 기록했다. 그는 “월 400~500km를 달렸다. 주당 100km를 넘게 달려야 해 힘들었지만 최고 기록이란 결과물을 얻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지금은 다시 월 200km로 줄였어요. 약 10년 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무릎 인대를 다쳤었는데 무리를 하니 통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젠 즐겁게 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목영주 씨(왼쪽)가 남편 이병도 씨와 2018년 런던마라톤을 달린 뒤 완주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목영주 씨 제공.
목 씨는 사람들과 어울려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과 함께 달리기도 하지만 동호회를 찾아 달렸다. 더뉴런은 주로 경기 성남탄천운동장에서 모여 주 2회 달린다. 그는 “트랙을 달리면 바른 자세로 꾸준하게 달릴 수 있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시내를 달리는 ‘7979 서울 어반 러닝크루(SURC)’에서도 달리고 있다. 7979 SURC는 서울시와 동아일보사가 제공하는 러닝 프로그램이다. 서울시가 2022년 광화문광장 개장을 기념해 만든 러닝 크루다.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함께 달리며 친구(79)가 된다는 의미다. 그는 스포츠브랜드 마라톤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남편과는 주로 지방 대회에 함께 참가하고 있다. 지방 대회는 축제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볼거리와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8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에서도 함께 달렸다. 그는 “여름엔 더워서 주로 산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

목영주 씨(오른쪽)와 남편 이병도 씨가 한 마라톤대회에서 동시 입상한 뒤 포즈를 취했다. 목영주 씨 제공.
20세부터 달리기 시작한 남편은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선 잘 나가는 강호다. 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남자 풀코스 3위(2시간32분12초)와 경주국제마라톤 남자 풀코스 4위(2시간38분16초)를 기록해 그해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남자 30대 우수선수로 선발됐다. 남편은 올 3월 열린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28분22초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4위를 기록해 3회 연속 서울마라톤에서 입상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목 씨도 9월 1일 열린 GTNS 트레일러닝 5.5km에서 1위, 9월 8일 열린 철원dmz마라톤 5km에서 3위를 하는 등 각종 단축마라톤에서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최근엔 풀코스보다는 단축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 부상 방지 차원도 있지만 빨리 달리고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열린 바다의 날 마라톤 10km에서는 남편과 동반 우승하기도 했다. 목 씨는 “이제 대회에 출전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본다. 남편과 함께 달리며 건강과 사랑을 동시에 쌓고 있어 즐겁다”고 했다.

“긴 거리를 달리면 무릎에 통증이 오다 보니 가급적 피하게 됐죠. 이젠 풀코스에 대한 미련을 버렸어요. 즐겁게 달리며 열심히 달리는 남편 응원하는 재미도 좋아요.”

목영주 씨가 산을 달리고 있다. 그는 더울 때는 도로보다는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하고 있다. 목영주 씨 제공.
목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과 함께 ‘몽도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달려오면서 많은 응원을 받아 그에 대해 무엇으로 보답할지 고민하다 러닝 비수기 때 한시적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러닝 빌드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했다. 일종의 재능기부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빌드업은 속도를 천천히 시작해 km마다 점점 빠르게 뛰는 훈련이다. 남편은 풀코스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을 목표로 하는 ‘급행열차’를 운영하고, 목 씨는 10km 50분 이대를 목표로 달리는 ‘완행열차’를 운영한다.

목 씨는 이젠 우승보다는 펀런(즐기며 달리기)에 초점을 둔다. 훈련도 부상 방지에 중점을 준다. 달리기 전 스트레칭 체조를 많이 해주고 달리는 리듬을 살려주는 스킵(Skip) 등 보조운동도 많이 한다. 무릎 및 발목 부근 근육을 강화하는 근육 운동도 자주한다. 달리고 단 뒤 회복을 빠르게 하기 위해 냉찜질도 한다. 그래서 아직 달리다 다친 적은 없다. 한때 갑상선 기능 항증증과 기능 저하증이 동시에 나타난 적도 있지만 달리면서 증세가 사라졌다. 목 씨는 “오래 달리려면 다치면 안 된다. 이젠 목표가 다치지 않고 달리는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2017년 괌마라톤을 함께 달린 뒤 목영주 씨(오른쪽)가 남편 이병도 씨의 프로포즈를 받고 있는 모습. 목영주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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