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데려간 이유 있다" 2군 타율 .202였는데…1군 와서 .433 폭발, 한화에 이런 타자가?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4할 타자가 깜짝 등장했다. 해외파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권광민(27)이 한화 외야에 단비를 내리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권광민은 지난 3일 1군 콜업 후 12경기 타율 4할3푼3리(30타수 13안타) 4홈런 9타점 3볼넷 8삼진 출루율 .485 장타율 .933 OPS 1.418로 대활약 중이다. 스몰 샘플이지만 엄청난 몰아치기로 기세가 한풀 꺾인 한화 타선을 이끌고 있다.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9회초 대타로 나와 투런 홈런으로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한 권광민은 11일 대전 삼성전에도 우월 솔로포를 쳤다. 2개의 홈런 모두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나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제한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난 12일 권광민에 대해 “아직 몇 타석 안 나갔지만 좋은 인상을 받고 있다. 타격에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 뒤에 짧게 나가서 홈런 2개를 쳤는데 간단하게 볼 대목은 아니다. 뭔가를 갖고 있는 것이다.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에선 9번 타자로 시즌 첫 선발 출장한 권광민은 2루타 2개 포함 4타수 3안타로 활약했다. 이튿날 롯데전에는 2번으로 타순이 올라와 5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기세를 이어간 권광민은 17일 창원 NC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도 볼넷 2개를 골라내며 멀티 출루했다. 19일 NC전은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면서 한화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1군에 콜업될 때만 해도 권광민이 이 정도로 활약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안았다.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 제외된 권광민은 시즌 내내 2군에 머물렀다. 퓨처스리그 43경기 타율 2할2리(99타수 20안타) 3홈런 16타점 OPS .627로 성적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청주 NC전을 앞두고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은 채 1군에 합류했다. 9월 확대 엔트리를 앞두고 김경문 감독이 5명의 2군 선수들을 미리 불러 훈련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 중 한 명이 권광민이었다. 성적만 보면 1군에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김 감독은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무언가를 봤다.
김 감독은 “권광민은 외야수이지만 1루수도 된다. 몸은 은근히 퉁퉁한데 베이스 러닝도 괜찮다. 야구 센스가 있다. 달리 미국에서 스카우트해 데려갔겠는가”라며 “그동안 뭔가 부족해 2군에 있었지만 스스로 약점을 찾아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권광민은 장충고 시절 5툴 플레이어로 주목받으며 미국 시카고 컵스에 스카우트됐다. 2015년 8월 계약금 120만 달러에 사인했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137만 달러에 계약한 추신수에 이어 한국인 야수로는 두 번째 높은 금액으로 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89cm, 90kg 큰 체구에도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중장거리 타격을 갖춘 유망주로 평가됐다.
그러나 2016~2018년 미국에서 3년간 싱글A까지 경험한 뒤 방출됐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현역으로 군복무를 한 권광민은 2021년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거쳐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즉시 전력으로 기대됐지만 2022년 첫 해 1군 32경기 타율 2할2푼5리(71타수 16안타) 8타점에 그쳐다. 지난해에도 66경기 타율 1할5푼1리(73타수 11안타) 2홈런 9타점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는 시즌 내내 2군에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권광민은 “한 번만 기회가 오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어차피 다 때가 있으니 그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힘들었지만 야구를 놓을 순 없었다”며 “모든 것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타격에 가장 중점을 뒀다. 멘탈 쪽으로 여유를 가지려 했고, 웨이트도 많이 했다. 생각부터 바꾸기 위해 정경배 퓨처스 타격총괄코치님과 대화도 많이 했다. 그동안 꾸준하게 준비했던 게 나도 모르게 타석에서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 타석에서 조급함이 사라진 것도 달라진 점이다”고 말했다.
9월 들어 6승9패로 주춤하며 8위로 처진 한화는 이제 5강 희망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권광민이란 좌타 거포를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올 시즌 7경기가 더 남은 가운데 내년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외야 카드가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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