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실무관’ 김성균 “대놓고 착한 역할은 처음…‘이웃사람’ 기억 떠올라”[인터뷰]
악역은 배우에게 거부 못할 매력적 제안
쉼없는 작품활동…‘얼굴 갈아끼우는 배우’ 평가
김주환 감독, “830만 시청자, 넷플릭스여서 가능”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개성 넘치고 강한 인상을 남기던 배우 김성균이 최근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역할을 여럿 선보이고 있다. ‘D.P.’의 박범구 중사는 속은 따뜻해도 겉은 투박한 츤데레였다면 이번 ‘무도실무관’에서의 김선민 보호관찰관은 속은 물론 겉도 착하고 친절하다. 그의 내면 역시 특별히 복잡할 것이 없는 평면적 인물이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균은 “(평면적 인물 연기가)너무 재밌었다”고 밝혔다.
“우리 아이들의 아빠로서, 동네 아저씨로서 지내다 보니까 요즘은 슴슴한 맛이 좋아요. 예전에는 돋보이는 역할에 욕심이 있었다면 요즘은 일상에 묻어있는, ‘별거’ 아닌 존재 같지만 누군가에겐 ‘별거’가 되는 사람이 재밌어요. ‘정말 이렇게 재밌게 연기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연기가 편했어요.”
그가 연기하는 법무부 교정직 보호관찰관을 보면서 ‘현실 공무원처럼 영혼이 없어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하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진짜 공무원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때도 일상인듯이, 영혼이 없는 일상적 어투로 전달하려고 했고, 강기중한테 전자발찌를 채울 때도 늘상 하던 일을 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에서 나의 임무, 나의 쓰임새는 정도(김우빈 분)의 성장을 일으키는 거라고,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전적으로 동의했다”며 “이렇게 대놓고 착한 인물은 완전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성균은 영화 ‘이웃사람’에서 윗집 소녀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을 잔혹하게 죽인 살인마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대척점에 서있다.
“실제로 ‘이웃사람’ 때 생각이 문득 스치더라고요. 무도실무관 시사회 무대인사 때 제가 ‘이현걸 형(강기중 역)이 연기한 악역 보면서 저도 한 나쁜짓 했었는데, 이 형은 진짜 넘사벽이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제가 나쁜놈 이었다가 김선민처럼 착한 사람으로 나온 것처럼 이현걸 배우도 다음 작품에선 순한 양으로 나올 수 있어요.(웃음)”
그가 생각하는 악역은 “배우로선 놓치기 어려운 기회이며, 못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쉽게 그런 인생을 살 수 없기 때문이고, 대중들에게 광범위한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균은 최근 몇년간 ‘소처럼’ 일했다. 개봉(공개)이 밀려있는 작품이 없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촬영한 무도실무관은 정확히 1년만에 관객을 만났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기간에도 D.P. 등 넷플릭스를 통해 꾸준히 관객과 접했다. 남은 연말기간도 ‘열혈사제2’ 촬영으로 바쁘게 이어갈 예정이다.
공백이 없는 이유를 스스로 분석해달라는 요구에 “접근성이 좋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배우라 그런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에게 김선민 역을 제안한 김주환 감독은 “김성균 배우는 선과 악을 갈아 끼우는 얼굴로 코메디와 정극 톤을 넘나드는, 워낙 영역이 넓은 배우”라며 “예전부터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고 극찬했다.
김 감독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도실무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넷플릭스서 ‘830만’ 누적 시청자를 기록한 감회를 전했다.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며, ‘극장에서 개봉했어도 흥했을 것 같다’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제 세대에 일어난 변화이고 변혁이고, 830만명이란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게 감독으로서는 큰 보상이 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영화 속 악인들이 다크웹에 아동성착취물을 유포하는 범죄를 모의하는 것도, 넷플릭스를 통해 만날 전세계 시청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국제범죄 케이스 영문 기사들을 찾아봤다. 모두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더라. 현실은 더 참담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성범죄를 영화에서 표현함에 있어서 조사된 현실세계보다 수위를 낮췄다고 털어놨다.
“범죄의 무거움이나 참담함을 신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컷의 길이도 조절을 해보고, 되도록 압축하고 생략을 하려고 했다.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최소한’이 어디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심지어는 ‘그림’ 없이 소리로만 표현해볼까 했지만 자막으로만 영화를 보는 분들이 있어서 그럴 수는 없었다.”
2017년작 ‘청년경찰’에 이어 2024년에는 법무부 소속 공무원인 보호관찰관과 무도실무관의 이야기를 다룬 배경 김 감독이 평소 갖고 있는 직업관이 투영됐다고 밝혔다.
“저는 경찰관, 소방관처럼 사회 질서 위해 헌신하는 분들에 대해서 계속 존경해왔다. 무도실무관이란 직업도 알고 난 후로 계속 담아두고 있었던 소재였는데, 우연히 집에 날아온 고지서를 보게되고, 성범죄자알림e를 조회보면서 보호해야 되는 가족이 있는 입장에서 고민 많이 되더라. 이런것들이 쌓여서 이야기가 되는거 같다. 언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운명처럼 되는 것 같다.”
김 감독은 영화 오프닝에서 정도의 벽장 속에 붙어있던 ‘뉴진스’ 민지의 브로마이드에 대한 비하인드도 털어놨다.
“쳥년경찰 때는 트와이스 달력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뉴진스다. 제가 팬이기도 하다. 정도라는 친구가 현실에서 연애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을거 같다, 약간 오타쿠다! 라는 점을 사진 하나로 설명이 된다고 봤어요. 아이돌 사진을 붙여뒀다니, ‘판타지 속에 살고 있구나’하고 알 수 있잖아요.(웃음)”
정도와 그 친구들이 열등감 없는 해맑고 소박한 청년으로 그려진 것에 대해서는 “그런 선한 청년들이 많아야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정도는 왜 그렇게 욕심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집에서 구박받는 백수 한량이 갑자기 꿈이 생긴다? 이건 너무 계몽적이다. 오히려 지금 이 상태 그대로 행복한 청년이 남을 위해 희생할 용기와 저력을 깨닫는다는 이야기가 진짜 제가 하고픈 이야기다”라고 마무리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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