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영화의 새 역사 쓴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수준 높은 공연, 극장에서 체험…준비 과정도 비중 있게 담아
(시사저널=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 교수)
임영웅의 영화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놀라운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은 그가 올 5월에 진행한 서울월드컵경기장 공연의 영상과 뒷이야기 등을 담은 이른바 공연 실황 영화다. 공연 실황 영화 중에서 역대 매출액 1위는 지난해 개봉한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기록한 60억5971만원이었는데 이번에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개봉 11일 만에 그 기록을 깼다. 9월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22만5425명, 누적 매출액 65억원으로 역대 공연 영화 매출액 1위에 오른 것이다.
신예 스타가 처음으로 공연 영화를 공개하면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데 임영웅 영화는 첫 번째보다 두 번째에 더 큰 열기가 나타나 이채롭다. 매출액은 이미 첫 번째 영화를 넘어섰고 관객 수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9월11일 기준). 첫 번째 영화인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의 총 관객 수는 25만 명이었는데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이 수치를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다.
음악적 인기만으로 연이어 20만 관객 돌파
매출액 기준으로 영화 흥행 순위를 산정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관객 수가 기준이다. 관객 수로 공연 실황 영화 역대 1위는 바로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이다. 방탄소년단의 2018년 공연 실황 영상을 2019년에 극장 개봉한 작품인데 34만 관객을 기록했다.
당시는 방탄소년단이 세계 최고 스타에 등극하며 BBC 등 해외 유명 언론이 '21세기 비틀스'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찬사를 내놔 온 국민이 놀랐던 시기였다. 한민족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최고 스타가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거의 거국적 사태로 번졌다. 일반적인 대중음악의 인기 차원을 뛰어넘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국가적 신드롬이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불던 이른바 '국뽕' 열풍과 맞물려 방탄소년단의 '세계 제패'(?)가 많은 한국인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듣도 보도 못했던 흥행 성적이 나타난 것이다.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 이전까지 한국 극장계에서 공연 실황 영화는 유명무실했다. 개봉 사례가 있긴 했지만 흥행 성적이라고까지 할 만한 유의미한 성과는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이 상황을 대반전시켰다. 그때부터 공연 실황 영화라는 새 시장이 열렸다. 그리고 지금 그 시장에서 극장계의 젖줄로 떠오른 스타가 바로 임영웅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간이 지나면 스타 등장의 충격파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2023년에 개봉한 방탄소년단의 《옛 투 컴 인 시네마》는 9만2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의 국민적 충격이 잦아들면서 영화 흥행이 사회적 신드롬에서 음악적 인기 차원으로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최고 여성 솔로 가수인 아이유의 2023년 《아이유 콘서트 : 더 골든 아워》도 9만여 명 수준이었다. 그런데 같은 해 임영웅의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25만 관객을 기록하며 나 홀로 압도적인 성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올해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이 더 뜨거운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스타 방탄소년단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흥행세가 약해졌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더 강해진 임영웅 영화의 흥행은 이채롭다. 임영웅은 빌보드 1위 같은 '국뽕' 자극 사회적 신드롬도 없었고 해외 한류 팬들의 지원도 없었는데, 단지 국내에서의 음악적 인기만으로 연이어 20만 관객을 돌파해 더 놀랍다.
방탄소년단 영화가 34만 관객을 동원한 2019년과 시장 상황도 달라졌다. 2019년까지만 해도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극장을 찾던 극장계 호시절이었다. 그때는 대부분의 영화 관객 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지금은 극장 업계의 역사적 대불황기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한국인이 극장을 찾는 생활습관이 사라졌다. OTT의 보급도 한몫했다. 관객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독야청청 홍행몰이를 만들어내니 더 화제가 되는 것이다.
공연장의 현장감과 진정성 모두 전달
과거엔 공연 실황 영화 같은 특수 이벤트성 영화는 일반 극영화와 아예 경쟁 자체가 되지 않았다. 반면 이번 임영웅 영화는 개봉 이후 한때 관객 수 기준으론 전체 3위, 매출액 기준으론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일반 극영화와 나란히 경쟁할 정도로 놀라운 존재감을 나타낸 것이다.
임영웅 영화가 관객 수 대비 매출액이 큰 것은 공연 실황이라는 특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공연 영화는 원래 일반 극영화보다 관람료가 높게 책정된다. 과거 방탄소년단 공연 영화가 34만 관객을 동원했어도 현재 임영웅 영화의 매출액이 더 큰 것은 그동안 극장 관람료가 상승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극장 관람료가 대폭 상승해 관람객 대비 매출액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또 이번에 임영웅 영화는 공연 실황 영화 사상 최초로 아이맥스관과 스크린X관에서 동시 개봉했다. 특수관 관람료는 일반관 관람료보다 높기 때문에 이 역시 매출액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결과 임영웅 영화가 공연 영화 매출액 신기록을 세우면서 빈사 상태에 빠진 극장 업계에 아주 거액은 아니지만 나름의 구원투수가 됐다.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의 인기는 임영웅 공연의 인기에서 나온다. 지난 5월에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두 차례 공연은 10만 좌석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순간 트래픽 960만 회에 동시대기자 50만 명 이상이 몰릴 정도였으니, 그 공연을 보지 못해 애가 탄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원래도 임영웅 공연은 한번 보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할 정도로 표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 극장에서 공연 영상을 상영한다고 하자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어차피 공연장에 가도 가수를 직접 보기는 어렵고 대부분은 스크린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극장의 대형 스크린 관람이 마치 공연장에 온 듯한 유사체험을 안겨준다. 영상 관람에서 느끼는 감동의 상당 부분은 음향에서 오는 것인데, 극장은 공연장과 유사한 고음질 대음량 음향시설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 또한 공연장의 감동을 떠올리게 한다. 결정적으로 정말 공연장에 온 것처럼 다른 관객들과 함께 보는 것도 영화 관람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공연 영화는 싱얼롱(sing along) 상영회나 응원봉 상영회를 통해 더 실감 나는 공연장 간접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이맥스나 스크릭X 같은 특수관은 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여준다.
임영웅 공연은 수준 높은 완성도로 이름이 높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임영웅의 가창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그는 언제나 마치 CD를 튼 것처럼 안정적인 가창을 해내는데 그것이 음악적 감동을 더욱 키운다. 또 아낌없는 물량 투입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도 제공하는데 이번 상암월드컵경기장 공연의 경우엔 초대형 스타디움 공연으로서 압도적인 스펙터클이 펼쳐졌다. 그러니 그런 모습을 극장의 대화면에서 고음질로 감상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임영웅이 아이돌 같은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공연 때마다 매력적이고 호감 가는 외모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암월드컵경기장 공연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런 모습이 극장 대화면에서 펼쳐지는 것도 흥행의 한 이유다.
세심한 공연 준비 과정까지 스크린에 담아
이번 영화에선 공연 장면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공연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도 비중 있게 그려졌다. 보통 이런 영화에선 비하인드 에피소드로 가수 인터뷰 정도가 부각되는데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에선 스태프가 부각된 것이 특이했다. 그런 스태프의 목소리를 통해 이 공연에 얼마나 많은 이가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한 스태프는 바로 임영웅의 선한 영향력 때문에 공연 준비에 더 열정을 다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임영웅의 공연이니까 하나라도 신경을 더 쓰면서 최고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무대 설치 연습 장면도 부각됐다. 무대 설치 연습은 이런 대형 개인 공연으로선 아마도 사상 최초일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무대는 공연 전에 설치만 하면 되는 것이지 사전 연습을 따로 하진 않는다. 그런데 임영웅은 이번에 사전 설치 없이 공연 직전에 관객이 입장하는 상태에서 무대를 실시간으로 설치하려 했다. 잔디 보호 때문이다. 운동장 잔디 전체를 특수보호천으로 덮고 무대까지 설치하는 대형 공사를 공연 직전에 실시간으로 하려니 사전 연습이 필요해진 것이다. 설치로 끝이 아니라 1회 공연 후 모두 철거하기까지 했다. 시설물이 장시간 덮고 있으면 잔디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2회 공연 직전에 또다시 실시간으로 무대를 설치했다. 이 모든 과정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수행하기 위해 사전에 상당한 에너지를 투입했을 것이다.
스타디움 개인 공연으론 사상 최초일 또 다른 모습도 있었는데 바로 운동장 활용이다. 보통은 운동장에 고가의 VIP 좌석을 만들지만 임영웅은 막대한 매출 손실을 감수하면서 운동장을 비웠기 때문에 공연장 한복판에 드넓은 공터가 생겼다. 그곳을 활용해 레이저 영상과 집단 안무 등을 선보였는데 이는 올림픽 같은 국가적 행사를 떠올리게 했다.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이 나란히 편집돼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되자 이미 공연을 본 이들도 또 다른 감동에 빠져들었다. 월드컵경기장 관객석이 가득 들어찬 웅장한 모습도 감동을 더 키운 요인이다.
한마디로 임영웅 공연은 매번 격찬을 받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와 충실한 내용, 그리고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진정성을 보여왔다. 그런 신뢰가 있기 때문에 지난해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에 이어 올해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까지 2편 연속으로 20만 관객을 돌파하며 사랑을 받은 것이다. 과연 임영웅의 다음 공연 그리고 공연 영화는 어떤 모습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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