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동업관계는 어쩌다 원수가 됐나?[고려아연 경영권분쟁 해부①]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영풍그룹 장씨와 기존 경영권을 가진 최씨가 사활을 건 경영권 분쟁을 벌일 태세다. 각각 우호 세력을 늘리기 위해 외부에 손을 내밀며, 사모펀드와 외국 자본까지 분쟁에 합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연과 납, 구리 등 금속 제련 사업을 넘어 수소와 이차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로 사업을 확장하려던 고려아연의 사업 비전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수십 년을 동거동락했던 '동업 관계' 장씨와 최씨는 어쩌다 운명을 건 원수가 됐을까. 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집안의 경영권 분쟁은 3~4년전부터 하나 둘씩 전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환출자 해소로 촉발된 '계열분리' 움직임
이후 장씨와 최씨는 각각 영풍과 고려아연을 따로 맡아 경영해 왔다. 창업 1세대를 넘어 2세대에 이르기까지는 별다른 잡음 없이 '동업 체제'가 잘 유지됐다.
그러다가 2017년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정부의 순환출자 규제 강화로, 영풍그룹과 고려아연도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고려아연 →서린상사 →㈜영풍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문제였다.
결국 장씨 2세 경영인이자 단일 최대주주인 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 2019년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를 직접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비교적 균형을 유지하던 장씨와 최씨의 영향력이 급격히 장씨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점이다.
장씨는 '장형진 →㈜영풍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고히 했지만, 최씨 입장에서 볼 때는 서린상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행사하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고 장씨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도 아니었다.
㈜영풍과 장씨 측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은 33%에 그쳐 지배력이 완벽하진 않았다. 실질적인 경영도 여전히 최씨가 맡았다. 이 같은 지배구조 변화는 두 가문의 동업 관계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는 평이다.
최윤범 회장 대표이사 취임 후 독립 준비
최기호 창업주의 슬하에는 5형제가 있었는데 이중 장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이 바로 최윤범 회장이다. 최 회장은 사장직에 오른 뒤 물밑 준비를 거쳐, 2022년에 지분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당시 사업 협력을 명분으로 고려아연 자사주를 한화, LG화학 등과 맞바꾸며 우호 세력으로 확보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전까지 10%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최씨와 장씨의 고려아연 지분 격차는 빠르게 줄었다.
2022년 말 회장으로 승진한 최윤범 회장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침내 현대차그룹까지 우호지분(약 5%)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장씨 측도 이상한 조짐을 감지했다. 장씨 측은 곧바로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에이치씨 등 지배력을 가진 영풍그룹 계열사를 총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 확대에 나섰지만, 지분 격차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최윤범 회장이 유상증자로 고려아연 지분을 한화에 준 것이 두 집안의 사이가 벌어진 발단이 됐다"며 "올해 고려아연 주주총회 때 이 같은 갈등이 표면 위로 폭발했고, 이제는 완전히 결별 수순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까지 끼어든 경영권 전쟁
당시 장씨와 최씨는 합작법인에 대한 신주 발행 제한 규정 삭제와 배당 규모 등의 안건을 놓고 공방을 벌였으나 무승부로 끝났다.
이후로도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됐다.
최윤범 회장 측은 올해 6월 그동안 장씨가 경영을 맡았던 서린상사 경영권까지 확보하고, 서린상사 대표이사였던 장씨 3세 장세환 대표를 자리에서 쫓아냈다.
고려아연은 이후 40년 이상 영풍과 함께 쓰던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을 떠나 서울 종로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으며, 기업 로고도 바꿨다.
결국 장씨 측은 지난 12일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선언이었다.
장형진 고문은 "75년간 2세에까지 이어온 두 가문의 공동 경영의 시대를 이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식적으로 결별을 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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