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잘했다고 다음 경기 선발 보장된 선수 아냐” 대전에서도 성장 중인 이순민 “팀에서 잘하는 게 대표팀보다 우선” [MK인터뷰]
이순민(30·대전하나시티즌)에게 8월은 힘겨운 시간이었다.
이순민은 8월 10일 수원 FC전에서 후반 44분 김민우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순민이 8월 대전이 치른 3경기 중 유일하게 출전했던 순간이다.
몸 상태에 이상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순민은 대전 황선홍 감독이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 무한 경쟁 체제를 선언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잠시 밀렸다.
이순민은 훈련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자신이 경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증명했다.
이순민은 9월 1일 광주 FC전에서 그라운드로 복귀해 팀의 2-0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순민은 14일 FC 서울 원정에서도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를 오가며 팀의 6경기 무패(4승 2무)에 앞장섰다.
대전 중원의 핵심으로 돌아와 팀 상승세에 힘을 더하고 있는 이순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대전이 6경기 무패입니다. 14일 서울 원정에선 2연승에 성공했습니다.
서울 원정은 항상 힘듭니다. 연승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고비에서 서울을 만났는데요. 역시나 쉬운 경기가 아니었어요. 서울 원정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뒤집었다는 게 상당히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K리그1에서 어떤 팀을 만나든 경기를 뒤집을 힘이 있다는 걸 증명한 것 같아요.
Q. 황선홍 감독이 서울과의 경기 전부터 이순민의 투지와 헌신, 리더십 등을 기대했습니다. 대전이 서울전에서 먼저 2골을 넣고 2실점 하며 따라잡혔잖아요. 선수들에게 따로 해준 이야기가 있습니까.
황선홍 감독께서 경기 전 해주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경기에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우리가 훈련장에서 땀 흘린 걸 보여주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공감했습니다.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것이거든요. 강한 팀은 경기가 잘 풀릴 때나 안 풀릴 때나 자신들이 준비한 걸 내보입니다.
우리가 준비한 걸 내보이는 데 집중하면 이길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 믿어요. 서울전 후반전은 솔직히 힘들었습니다. 쉽지 않았어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흔들렸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요. 계속 우리가 준비한 대로 하고자 온 힘을 다했죠. 교체 들어온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확고했고요. 서울전을 통해서 대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 같습니다.
Q. 올여름 이적 시장 이후 개인적으론 힘든 시간이 있었잖아요. 황선홍 감독이 무한 경쟁을 선언하면서 이순민, 주세종 등 이름값 있는 핵심 선수가 명단에서 빠졌었습니다. 이순민은 8월 10일 수원 FC전 이후 9월 1일 광주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는데요.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연승에 앞장섰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명단에서 제외됐을 때 개인적으론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저는 항상 똑같아요. 저도 선수이기 때문에 경기에 못 나가면 힘들고 슬픕니다. 속상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습니다. 경기를 뛰든 아니든 선수는 훈련장에서 증명해야 해요. 경기에 나서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경쟁력을 증명해야 해요.
제가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고 해서 다음 경기에도 선발 출전할 것이란 보장은 없어요. 그게 프로의 세계예요. 프로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기회를 살리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거예요. 경기에서 빠졌을 때도 제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광주에서나 대전에서나 똑같아요.
굴곡에 연연하거나 개의치 않고 묵묵히 제가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합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계속 출전 기회를 잡고자 온 힘을 다할 거예요. 100%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쎄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제가 힘을 받으려고 하는 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팬들이 더 큰 함성과 박수를 보내주시면 선수들은 엄청난 힘을 받거든요. 일종의 부스터랄까. 팬들이 그런 액션을 좋아해 주시기도 합니다. 팬들도 그런 걸 기대하시기 때문에 더 하는 것도 있어요. 선수는 팬들이 원하는 걸 해드려야 하잖아요.
서울전은 추석 연휴에 치러졌습니다. 연휴인데 대전에서 오신 팬이 정말 많았어요. 1년에 한두 번 있는 연휴에 축구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입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홈이든 원정이든 수많은 팬이 함께 뛰어주십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하나라도 더 보여드리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하나의 쇼맨십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최근 K리그의 잔디가 문제 되고 있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어땠습니까.
불편한 게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 몇 번 킥을 차려다가 미끄러졌어요. 몸 풀때부터 상황이 안 좋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안타깝긴 하지만 잔디를 변명거리로 삼아선 안 된다고 봐요. 개선돼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또 잔디는 제 전문 분야가 아니기도 합니다.
좋은 잔디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결과가 안 좋다 보니 그분들도 스트레스가 심하실 거예요. 저는 선수입니다.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팬들을 위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려야 합니다. 우리만 안 좋은 잔디에서 공을 차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변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적을 처음 결심했을 때부터 여러 차례 얘기한 건데요. 저는 광주에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매 시즌 성장하는 걸 느꼈어요. 다만 사람이 큰 변화를 겪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행복하지만 같은 환경에 머무는 것보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호흡하고, 배우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거로 봤습니다. 실제로 대전이란 팀에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고요.
이게 말로 설명해 드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내 자리를 찾아가는 게 쉽지 않거든요. 대전에 온 지 9개월 지났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더 성장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훈련을 통해서 계속 더 성장할 거고요. 개인적으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계속 찾아가면서 발전을 꾀하고자 합니다. 장점은 더 강화해서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대전이 최하위에서 탈출해 강등권과의 격차를 조금씩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팀 내에서 ‘강등은 절대 없다’는 믿음이 어느 정도입니까.
믿음이 있죠. 다만 그 믿음이 자만으로 이어져선 안 됩니다. 베테랑 선배들이 팀 분위기를 잘 잡아주고 계십니다. 선배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어린 선수들의 경우 승리가 이어지고 분위기가 올라가면 들뜰 수 있거든요. 선배들이 자만하지 않고 계속 땀 흘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경기에서 패했을 땐 잘 다독여주시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시고요.
대표팀은 모든 축구 선수의 꿈입니다. 솔직히 아주 가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팀이 잘 돼야 개인에게도 영광이 따라옵니다. 내 욕심만 채우려고 하면 대표팀엔 갈 수 없을 거예요. 지금은 대전이 더 좋은 팀으로 성장하는 데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는 걸 경험을 통해서도 확인했습니다. 대전에서 더 좋은 경기력으로 팀 승리에 이바지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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