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더 남았는데…계약 기간이 무슨 의미인가, 한화 이어 NC도 감독 칼바람. 그 다음 팀은 어디?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감독의 계약 기간은 역시 의미가 없다. 올해도 2명의 감독이 계약 기간을 1년 이상 남겨둔 상황에서 낙마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NC는 지난 20일 강인권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지난 19일 창원 한화전을 패한 9위 NC는 5위 KT가 수원 삼성전을 승리하면서 남은 8경기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그리고 21일 우천 취소된 창원 롯데전에 앞서 강인권 감독의 해임이 이뤄졌다.
NC 구단은 ‘성적 부진으로 침체된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강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현장을 꾸준히 믿고 지원했으나 5강 탈락이 확정됨에 따라 분위기 쇄신을 통해 2025시즌 준비에 중점을 둘 시기라고 판단해 강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필성 퓨처스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남은 8경기를 이끈다.
강 전 감독은 지난 2022년 5월11일 이동욱 전 감독이 물러나면서 감독대행을 맡아 잔여 시즌을 이끌었다. 그 전해 여름 코로나19 술판 파문을 일으킨 주축 선수들이 징계로 이탈한 상황에서 코치들 사이 음주 폭행 사고까지 터져 10위로 떨어진 팀을 잘 추슬러 6위로 마쳤다.
시즌 마지막까지 가을야구 싸움을 펼치면서 강 전 감독은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3년 총액 10억원의 조건으로 NC 제3대 감독에 오른 강 전 감독은 지난해 팀을 4위로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SSG를 3전 전승으로 업셋하는 등 포스트시즌 첫 6경기 모두 승리하며 단기전에 강한 승부사 면모를 보였다.
부임 2년 차가 된 올해도 시즌 전 전력 약세라는 평가를 딛고 5월 중순까지 상위권 싸움을 펼쳤다. 그러나 박민우, 임정호, 이재학, 김영규, 류진욱 등 투타에 부상자들이 발생한 5월말 8연패로 휘청이며 중위권으로 내려앉았다. 후반기 손아섭, 박건우, 카일 하트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장기 이탈했고, 8월에 팀 역대 최다 11연패를 당하며 가을야구가 멀어졌다.
끝없는 부상 악재가 가장 컸지만 NC는 강 전 감독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임선남 NC 단장은 “시즌 중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때 이대로 가는 게 맞는지, 아니면 변화를 주는 게 맞는지 오랜 기간 고민해왔다. 대내외적으로 분위기를 한 번 바꾸고, 내년을 새롭게 준비하는 시기가 됐다”고 해임 배경을 밝혔다.
이로써 강 전 감독은 감독대행 시절 포함 401경기 197승197패7무로 딱 5할 승률을 기록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NC는 과감하게 결단했다. 앞서 이동욱 전 감독도 2020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뒤 2021년 5월 2024년까지 3년 연장 계약을 했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해임됐다. 초대 김경문 감독도 2019년까지 계약이 된 상태에서 2018년 6월에 물러났다. NC 1~3대 감독 모두 계약 기간을 못 채우고 시즌 중 떠났다. 새 감독이 누가 되든 NC는 내년에도 2명의 감독 연봉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NC만 이런 건 아니다. 프로야구판에서 감독의 계약 기간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NC에 앞서 한화도 지난 5월27일 최원호 전 감독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지난해 5월11일 한화는 계약 마지막 시즌을 보내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면서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1군으로 승격시켰다. 2025년까지 3년 14억원에 계약한 최 전 감독에겐 올해가 풀타임 첫 시즌이었다. 그러나 시즌 반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8위로 떨어졌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곧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에는 SSG 김원형 전 감독이 3년 재계약의 첫 시즌을 마치자마자 전격 경질됐다. 2022년 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이끈 뒤 3년 22억원으로 현역 사령탑 최고 대우를 받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3위로 순위가 떨어졌고, 준플레이오프에서 NC에 3전 전패 업셋을 당했다. 이후 세대 교체와 구단 혁신을 이유로 SSG는 2년이나 계약 기간이 더 남은 김 전 감독과 결별했다.
우승을 하거나 성과를 낸 감독이라도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자리가 위태로운 게 KBO리그 현실이다. 윗선 인내심이 짧아지면서 감독 생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현역 감독 중 한 팀에서 가장 롱런 중인 사령탑은 이강철 KT 감독으로 2019년부터 6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그 다음이 홍원기 키움 감독으로 2021년부터 4년째 지휘 중이다. 나머지 팀들은 모두 부임 1~2년밖에 되지 않았다.
남은 시즌과 가을야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감독 교체 팀이 있을 수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감독은 없지만 계약 기간이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는 게 계속 증명되고 있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우승 아니면 자리를 안심할 수 있는 감독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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