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형·사각형·팔각형… 다양한 시계 케이스의 매력 [김범수의 소비만상]

김범수 2024. 9. 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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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디자인은 케이스(Case)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시계 케이스는 시계를 포장할 때 사용하는 박스가 아니다. 시계에 엔진에 해당하는 ‘무브먼트’(Movement)와 시간을 보여주는 ‘다이얼’(Dial)을 품은 시계 몸통 부분이다.

즉, 시계 다이얼이 ‘얼굴’이라면 케이스는 ‘몸통’이라고 할 수 있다. 얼굴이 아무리 준수해도 체형이 받쳐주지 못하면 우리는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 시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작은 손목에 올려지는 시계 특성상 디테일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불과 1㎜의 차이로 ‘딱 맞게 잘 빠졌다’고 느끼거나, ‘두껍거나 너무 크다’고 여겨지곤 한다. 

또한 케이스의 모양에 따라 그 시계에 대한 선호도, 더 나아가 그 브랜드의 특징까지 좌우하게 되는 등 시계 디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모든 시계 제조사가 자신의 시계를 좀 더 돋보이기 위한 시계 케이스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시계 제조사들은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인 원형 케이스를 시작으로 사각형, 삼각형, 팔각형 등 다양한 모양의 디자인을 케이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적인 케이스 ‘원형’… 최초의 손목시계 ‘사각형’ 

원형 케이스를 잘 활용한 IWC의 포르투기저(Portugieser)와 손목시계 최초로 원형 케이스를 사용한 파텍필립(Patek Philippe)의 칼라트라바(Calatrava).
 
시계가 탄생할 때 부터 쓰인 케이스 디자인은 단연 ‘원형’이다. 손목시계 이전에 발명된 탁상시계나 괘종시계 때부터 원형을 기반으로 한 케이스 디자인이 사용됐다. 원 운동을 하는 시계 바늘 특성상, 다이얼의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형이 원형이기 때문이다.

원형은 시계가 탄생한 이후 지금도 가장 많이 채택되는 시계 케이스 디자인이다. 공간의 낭비 없이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선호하는 사용자들이 주로 원형 디자인을 찾는다. 

또한 원형 케이스는 정장과 어울리는 ‘드레스워치’는 물론 다이버워치 등 스포츠나 캐쥬얼 디자인과도 잘 어울린다.

최초의 현대적인 시계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까르띠에(Cartier)의 산토스(Santos)와 노모스(Nomos)의 테트라(Tetra).
 
두 번째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케이스 디자인은 ‘사각형’이다. 특이점은 최초의 현대적 손목시계는 원형 케이스가 아닌 사각형 디자인이었다는 점이다. 

자타공인 현대적인 최초의 손목시계는 ‘까르띠에’(Cartier)의 ‘산토스’(Santos)다. 까르띠에 산토스는 1904년 탄생부터 지금까지 사각형 케이스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인 원형 케이스 손목시계는 1932년에 출시된 ‘파텍필립’(Patek Philippe)의 ‘칼라트라바’(Calatrava)로, 사각형 디자인의 시계가 훨씬 빠르게 나온 셈이다. 

사각형 디자인을 선호하는 파네라이(Panerai)의 라디오미르(Radiomir)와 스와치(Swatch)의 사각형 컬렉션.
 
손목시계의 시작을 알린 디자인 답게 사각형 케이스는 오늘날에도 원형 디자인 다음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태그호이어’(TAG Heuer)의 ‘모나코’(Monaco)가 사각형 케이스 디자인으로 잘 알려졌고, 정사각형은 아니지만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의 ‘리베르소’(Reverso)도 직사각형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기자의 주관으로 가장 군더더기 없는 사각형 디자인 시계를 꼽으라면 ‘노모스’(Nomos)의 ‘테트라’(Tetra)라와 ‘스와치’(Swatch)의 사각형 컬렉션을 예로 들 수 있다.

◆시계 브랜드의 상징이 된 ‘팔각형’과 ‘삼각형’ 케이스

가장 잘 알려진 팔각형 디자인의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로얄오크(Royal Oak)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인 불가리(Bulgari)의 옥토(Octo).
 
팔각형(Octagon) 케이스 디자인의 시계도 잘 알려져있다. 가장 유명한 팔각형 디자인의 시계는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로얄오크’(Royal Oak) 모델이다. 

사실상 오데마 피게의 상징적인 모델인 이 시계는 엄밀히 말하면 원형 다이얼과 팔각형의 ‘베젤’(Bezel)이 혼합된 형태이지만 일반적으로 팔각형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데마 피게의 로얄오크는 세계적인 시계 디자이너인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해 1970년도에 처음 출시됐다. 5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큰 디자인 변화 없이 오데마 피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또한 명품 주얼리에서 시계 분야로 확장하는 ‘불가리’(Bulgari)의 ‘옥토’(Octo) 역시 모델 이름과 어울리게 팔각형 디자인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특히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Finissimo Ultra)는 팔각형 디자인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얇은 손목시계로 기록에 남았다. 두께는 1.75mm에 불과하다. 

전설적인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애용했던 해밀턴(Hamiton) 벤추라 시계. 현재 드물게 존재하는 삼각형 디자인 케이스 시계다.
 
삼각형은 무게중심 측면에선 가장 완벽한 도형으로 꼽히면서도 공간을 활용한 디자인 측면에서는 가장 불리한 편이다. 당장 주변을 보면 대부분의 건물은 공간 활용과 인테리어가 편리한 사각형이지, 삼각형 구조의 건물은 보기 어려운 것과 같다.

시계 역시 마찬가지다. 원 운동을 하는 시계 특성상 삼각형의 케이스는 필연적으로 ‘남는 공간’이 생긴다. 보통 삼각형 모서리 부분에 생기는 여백이다.

이 빈 공간을 방치하면 자칫 시계 다이얼이 중요한게 빠진 듯 허전해보이거나, 시계 케이스가 과하게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시계 제조사들은 삼각형 디자인의 케이스를 꺼렸다.

하지만 유일하게 삼각형 디자인으로 성공을 한 경우도 있다. ‘해밀턴’(Hamiton)의 ‘벤추라’(Ventura)가 대표적이다. 

이 삼각형의 시계는 1957년에 출시됐는데 당시에도 미래를 연상케 하는 디지털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전설적인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차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해밀턴 벤추라는 잠깐 단종됐다고 1988년 재출시된 이후 오늘날까지 생산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엘비스 프레슬리 탄생 80주년 기념 한정판이 나오기도 했다.

◆다양한 케이스 디자인들…빈티지 시계에서 찾다

제니스(Zenith)와 세이코(Seiko)의 빈티지 모델. 각각 육각형과 십각형 케이스 디자인을 적용한 실험적인 제품.
 
이 밖에 육각형(Hexagon)이나 십각형(Decagon) 등 다양한 도형의 케이스가 나오기도 했다.

과거 ‘제니스’(Zenith)는 육각형 케이스의 시계를 출시했고, ‘세이코’(Seiko)는 독특한 십각형 디자인의 시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육각형, 오각형, 십각형 등 다양한 케이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생산이 중단됐고, 지금은 빈티지 시계로 어쩌다가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도형의 ‘각’이 많아 질수록 원에 가깝게 되면서 공간 활용 측면에선 편해질 수 있지만, 자칫 원형 케이스 디자인과 다를게 없다는 단점도 가지게 된다. 또한 독특한 도형의 케이스가 성공하면 그 브랜드의 상징으로 남지만, 상당수는 비선호 모델로 전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시계 제조사들이 원형이나 사각형 등의 일반적인 케이스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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