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백스테이지 ‘첫 공개’.... NJP 커미션 ‘숨결 노래’ [전시 리뷰]
각기 다른 작품의 톤과 목소리가 어우러진 노래소리는 어떨까. 어우러짐의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소리가 충분히 어우러지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네 명의 큐레이터와 네 명의 작가가 개성을 담아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가 마련됐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지난 12일부터 선보이는 기획전 NJP 커미션 ‘숨결 노래’다.
‘NJP 커미션’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처음 선보이는 형식의 전시로 ‘수행하는 미술관’, ‘실천하는 미술관’으로서 미술관과 예술의 의미를 다시 성찰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외부 큐레이터를 포함한 네 명의 학예사가 공동 큐레이팅 하고,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표현 형식 등으로 작가 본연의 예술 세계를 드러낸다.
먼저 정시장에 들어서면 앤 덕희 조던 작가의 공중 설치 작품 ‘앞으로 다가올 모든 것을 환영한다’가 눈길을 끈다. 백남준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은 오래된 구형 컴퓨터, 플럭서스 퍼포먼스,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연상케 하는 피아노,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손으로 구성됐다.
관객이 다가오면 공중의 손이 진자 운동을 시작하며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피아노는 연주 소리와 화려한 빛을 내며 관객에게 응답한다. 작품은 관객과 기술, 예술이 융합해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가능성을 그렸다.
에글레 부드비티테 작가는 인간과 동물, 식물의 공생을 강조하는 비디오 작품 ‘퇴비의 노래: 변이하는 몸체, 폭발하는 별’을 선보였다. 고대의 자연이 잘 보존된 리투아니아 쿠로니안 스핏의 소나무 숲과 모래 언덕에서 만들어진 작품은 현지의 학생과 안무가가 함께 등장한다. 이들은 이끼로 뒤덮인 땅에 몸을 의지하거나 수평선을 따라 전진하고, 모래톱에서 뒹굴며 신체의 여러가지 동작을 보여준다. 작가가 만든 몽환적인 사운드와 원시적인 자연, 다양한 특징의 몸을 결합해 초자연적인 감각을 고조시켰다.
전시는 ‘회전초’를 통해 식물의 점진적이고 대대적인 이동을 보여주는 최찬숙 작가의 비디오 설치 작품 ‘더 텀블’로 이어진다. 작품은 바람이 불면 스스로 뿌리를 끊어내고 바람에 굴러다니며 씨를 흩날리는 회전초의 삶의 방식과 나선운동에 주목해 만들어졌으며, 작가는 이 같은 회전초의 모습에서 밖으로 밀려나는 존재들을 담아냈다.
영상은 애리조나 등 회전초를 찾아가는 작가의 여정과 회전초를 포착한 드론의 시선,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생동하는 회전초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더 텀블’은 3부로 구성된 작업의 1부에 해당하는데, 전시장에선 미군 참전용사와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의 연합을 다룬 2부 ‘더 텀블 올 댓 폴’로 이어진다.
특히 우메다 테츠야 작가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숨겨진 공간을 탐험하는 투어 퍼포먼스 ‘물에 관한 산책’을 선보인다. 작가는 전시장이 아닌 미술관의 숨겨진 공간에 작품을 배치해 관객이 작품을 발견하면서 50분간 미술관을 오롯이 경험하도록 했다.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인 ‘TV 정원’, ‘TV 물고기’, 백남준의 뉴욕 작업실 아카이브 ‘메모라빌링’은 작가의 연출에 따라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또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던 각종 사무실 등 백남준아트센터의 백스테이지를 처음 공개해 미술관의 건축적 매력과 새로운 역할을 발견할 수 있다.
‘물에 관한 산책’은 지난 13일부터 한 달 간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20분 간격으로, 1일 총 6회 진행된다.
이채영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팀장은 “네 명의 작가들이 인간중심주의로 인해 피폐화된 생태와 자연을 돌아보고 주변 사물들과의 연대를 표현하는 것으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했다”며 “전시를 통해 미술관이 동시대에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예술로 소통하는 현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15일까지.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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